[지지대] 공명지조(共命之鳥)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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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지조(共命之鳥)’는 ‘아미타경’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글자 그대로 ‘목숨(命)을 함께=공동유지(共) 하는 새(鳥)’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 또는 동명조(同命鳥)라고도 한다. 두 생명이 서로 붙어 있어 상생조(相生鳥), 공생조(共生鳥), 생생조(生生鳥), 명명조(命命鳥) 라고도 한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불본행집경’과 ‘잡보장경’에 따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시기하고 질투했다. 화가 난 다른 머리는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고, 독이 온몸에 퍼져 모두 죽게 됐다.

교수신문이 2019년을 정리하며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선정했다. 매해 촌철살인을 보여주는데 올해도 사회상을 제대로 짚어냈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놓고 교수 1천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347명(33%)이 공명지조를 선택했다. 공명지조를 택한 응답자들은 분열된 사회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 쳐도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는지 안타깝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는 듯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는 잘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공명조가, 같이 살고 같이 죽는 운명공동체임을 잊고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한국 사회와 닮았다. 한 나라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갈라진 우리 현실 그대로다. 조국 사태로 갈라진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에서, 협상과 타협이 실종된 국회에서 상대를 죽여야 산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혈전을 벌였다. 목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무모하고 어리석었다. 이제 극단적인 분열을 끝내고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상생과 화합으로 나아가야 같이 살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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