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하천·계곡 불법시설물 자진철거

김창학 정치부 부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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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어릴 적 바캉스의 추억 중 하나는 일영 유원지, 장흥ㆍ송추계곡이다. 비록 당일치기였지만 튜브와 수영복을 챙겨 기차 타고 가는 내내 흥에 겹다. 부모님과 친하신 동네 몇 가족들과 함께였다.

계곡물에서 신나게 놀다 지치면 평상에 앉거나 누워 쉬고, 배고프면 닭백숙, 삶은 계란 등을 먹던 정말 아득한 추억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계곡을 찾지 않게 됐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자릿세’인 듯하다. 자연이 내준 하천ㆍ계곡이건만 즐길 권리가 없다. 음식점을 이용할 때 비로소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글 권리(?)가 생긴다. 불쾌하지만 가족과의 즐거운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대가를 치른다.

지난 22일 오후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어비산의 어비(魚飛)계곡.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뛰어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찾았다. 수십 년 동안 계곡을 불법 점거한 시설물을 자진 철거하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평상과 음식점에 무단 점령당했다. 국가 소유지인데도 개인 영업장으로 전락했다.

수차례에 걸친 계도와 고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짱영업을 하던 업주들이 자비로 중장비를 임대해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계곡 주변 환경도 한눈에 성큼 들어온다.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계곡물에 햇살이 비치고 단풍잎까지 더해 풍광은 엄지 척이었다.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는 철거 작업 현장을 점검한 뒤 마을회관에서 경기도ㆍ가평군ㆍ철거주민 및 지역상인, 지방의원 등과 간담회를 통해 애로사항과 의견을 청취했다.

이 지사는 “무작정 장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해당 주민들이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는다.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께서 좋은 아이디어들 많이 제안해달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불법시설물에 대해서는 단호하지만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하천ㆍ계곡 불법행위 업소의 자진철거는 15일 현재 도내 25개 시·군 176개 하천에서 1천384곳 중 697곳이다. 삶의 질과 관광 트렌드가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있다. 불쾌한 관광지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어비계곡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름다운 하천ㆍ계곡은 사시사철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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