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몸이 약했다. 조회시간에 운동장에서 쓰러진 적도 있다. 체육시간에는 자주 그늘에 앉아있었다. 건강 체질이 아니기도 했지만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 거의 꼴찌였고, 재미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체육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픈거 같고 배도 아픈거 같고,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그늘에서 쉬는 날이 많았다. 중ㆍ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성년이 된 이후에도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을 땐 운동을 하는게 힘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흥미를 갖을걸, 운동을 즐길줄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뒤늦게 후회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학생의 신체 활동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 81.10%가 WHO 권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며칠전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렸다.
WHO는 청소년의 신체·정신 건강·발달과 생애 전반에 미칠 효과를 고려해 매일 평균 60분 이상 중간정도 이상(중간∼격렬) 신체활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청소년 5명 중 4명은 신체활동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WHO의 조사 결과다. 한국 청소년의 상황은 최악이다.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특히 한국 여학생은 97.2%로 100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신체활동이 미흡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소득 수준과 청소년 운동 부족 비율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국은 국민소득이 높으면서도 청소년 운동 부족이 심각한 사례로 꼽혔다. WHO는 청소년 운동 부족이 개선되지 않는 배경으로 정보기술 발전과 문화적 요인을 들었다. 연구를 수행한 WHO의 생활습관병 전문가 리앤 라일리는 “전자혁명이 청소년이 더 오래 앉아 있게 운동 행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녀 격차는 여학생들이 운동을 하려면 탈의실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들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했고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그런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눈과 손가락만 움직이는 시대가 되다보니 신체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특히 한국 청소년들은 입시위주 교육에 내몰리고, 체육시간이 줄어 학교체육이 활발하지 않으면서 운동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모의 무관심과 수수방관, 학교와 정부의 무책임한 교육 등이 청소년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 적신호는 국가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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