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체납자 추격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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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체납자들의 재산은닉 수법이 기상천외하다. 하지만 이를 찾아내는 체납 징수원들의 역량도 진화하고 있다. 재산을 빼돌리려는 체납자와 이를 찾아내려는 체납 징수원들의 숨바꼭질은 골프장에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체납자 자택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다.

경기도 체납징수팀은 지난 4월 한 전원주택 앞에서 외제차를 발견했다. 자동차 운전대 앞에 놓인 명함 1장이 눈에 들어왔다. 체납자가 연락을 받고 왔지만 차 열쇠가 없다고 버텼다. 징수팀이 “열쇠공을 부르면 비용을 차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문을 열었다. 체납팀은 트렁크 스페어타이어 보관 공간에서 보자기를 발견했다. 금반지·금시계·금팔찌 등 귀금속이 잔뜩 나왔다. 징수팀은 보석을 공매하고 부족분은 분납 약속을 받아내 9년간 밀린 체납액 2천800만원을 정리했다.

경기도 징수팀은 지난해 체납자 명의의 골프장 내 타운하우스를 수색했다. 기타 가방이 눈에 띄었다. 1만7천달러짜리 보증서를 확인하고는 명품 악기임을 감지, 압류했다. 기타를 대여금고에 보관했고 세금 완납 확인 후 돌려줬다. 기타 하나로 세금 6천만원을 받아냈다. 남양주시는 2억5천만원의 지방세를 체납한 이의 집을 수색, 고급 오디오 세트와 LP판 2천470장을 압류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 의뢰했다. 오디오는 3천651만원, LP판은 795만원에 낙찰돼 체납 세금 일부를 징수했다.

인천시는 지난달 18∼20일 11개 골프장을 특별단속, 체납 차량 38대(체납액 2천700만원)를 적발했다. 자동차세를 2차례 이상 또는 과태료 30만원 이상 체납한 차량 11대 번호판은 현장에서 떼 영치하고, 나머지 27대는 차주에게 체납 사실을 문자로 전송해 납부를 당부했다. “왜 골프장까지 와서 단속하냐”고 항의하는 이도 있었지만, 한 골퍼는 번호판이 영치되자 골프장에서 체납액 197만원을 모바일로 즉시 납부했다.

체납 징수원들의 가택수색, 재산압류 방법이 진화하고, 쫓고 쫓기는 체납자 추격전이 계속되지만 고액·상습 체납자는 늘고 있다. 지방세 체납액이 2016년 4조1천억원, 2017년 4조8천억원, 2018년 4조5천억원 등 수년간 4조원을 넘는다. 행안부와 지자체가 최근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9천67명(체납액 4천764억원) 명단을 공개, 세금 징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체납액은 여전히 많다.

세금을 고의적ㆍ상습적으로 안 내는 이들은 엄벌해야 한다.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면서 복지혜택만 누리는 악의적 체납자는 대한민국 국민 자격이 없다. 끝까지 추격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게 조세정의 실현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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