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음으로 한 곳에 모여 목이 터져라 누군가를 응원했던 날.
2002년, 전국민을 하나가 되게 만든 한일월드컵 당시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친구들과 태극기로 온 몸을 치장하고 잘 알지도 못했던 축구를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그날의 열기가 최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 우승을 확정한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을 보면서다. 지난 10일밤, SEA게임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60년만에 첫 우승을 확정한 순간 베트남 전역은 박항서 감독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거리에는 태극기가 휘날렸고, 베트남 국민은 한국 사람만 보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헹가래를 할 정도로 기뻐했다. 부임 후 줄곧 신화를 써내려가는 박항서 감독 덕에 그의 나라인 한국도 함께 영웅 대접을 받는 셈이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 위상을 올릴수록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상승해 왔다. 부임 이후 동남아 국가와의 경기에서는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박 감독 덕에 K-POP은 물론이고 뷰티 산업, 소주나 드링크제처럼 식품산업까지 베트남은 한류 열풍이 가득하다. 물론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의 호감도가 ‘국민 영웅’ 수준으로 오른 건 그가 보여준 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낸 건 분명 박 감독의 남다른 리더십 덕분이다.
처음 박 감독이 베트남에 갔을 때 베트남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자 박 감독이 택한 소통 방법은 신체적인 접촉, 스킨십이었다. 선수들을 안고 다독이고, 볼을 쓰다듬었다.
2018년 8월에는 수비스 딘흐 트롱 선수가 SNS에 올린 발마사지 영상이 화제를 모았고, 자신에게 배정된 비즈니스석을 허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선수에게 양보한 모습도 화제였다. SEA게임 결승전 당시에도 과격한 플레이를 하는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 경고를 주지 않는 주심에게 항의하다 퇴장 당하기도 했다.
‘지는 팀’이었던 베트남이 ‘이기는 팀’으로 변할 수 있던 원동력은 박 감독의 이 같은 세심하고 낮은 자세의 리더십 덕이 아닐까.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며 상대에게 믿음을 전하는 리더십, 박 감독의 ‘박항서 매직’에서 리더십을 배운다. 김경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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