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공짜티켓

최원재 문화부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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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공연장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가끔 공짜티켓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모 선배가 연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하는 공연이 있는데 공짜티켓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선배님 요즘 저도 그런 부탁을 받아본 일이 없어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선배의 부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 주가 흘렀다. 문득 선배의 부탁이 생각나 전당에 연락해 해당 공연의 티켓을 구할 수 있냐고 문의를 했더니, 이걸 어쩌나. 공연이 이미 지난 주말에 끝났다는 것이다. 선배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 선배님도 의례 ‘못구했다 생각해서 안 하신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전화기 통화 버튼을 껐다.

과거 같으면 문화부장은 연말 공짜 티켓을 구해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 업무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기획사들이 공연장에 무료 티켓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초대권 배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바른 공연 문화가 정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연말연시 공연 성수기를 앞두고 온라인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 또는 뮤지컬 공연 티켓을 구매해서 곧바로 웃돈을 얹어 되팔아 수익을 얻는 ‘리셀러(reseller)’들이 어김없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정가보다 두배 이상 비싼 암표 탓에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최근에는 콘서트 티켓을 대신 구매해주는 ‘대리 티켓팅’도 나타났단다. 수수료 명목으로 3만~4만 원 가량 받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구매ㆍ전달해주는 방식이란다.

이런 기사를 보니 공짜 티켓이 활개(?)를 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공연은 무슨 공연이냐는 분위기 였다. 티켓 판매율이 50%도 안되면 기획사들은 여기저기 티켓을 뿌려 공연 홍보를 했었다. 지금은 어찌됐든 티켓 완판은 물론이고 웃돈을 줘 가면서까지 티켓이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공연 문화가 사람들에게 일상화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짜티켓이 살짝 그립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돈을 내고 정당하게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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