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프랑스가 철수했다. 1954년이었다. 디엔비엔푸 전투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그것도 시골 학교 교사 출신의 보 응우옌 잡 사령관 군대에게 졌다. 프랑스 체면이 많이 구겨졌다. 이후 미국이 군사고문단 명목으로 남부 베트남을 지원했다.
▶미국은 남부 베트남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이 나라에 개입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 기회가 왔다. 하노이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군함 메독스호가 공격을 받았다. 통킹만 사건이다. 존슨 대통령은 사실도 파악하지 않고 북부 베트남을 공습했다. 의회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964년이었다.
▶미국은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고 공산주의 정권이 통치하던 북부 베트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희생을 치른 뒤 물러 나야만 했다. 프랑스 보다 더 체면을 구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한달째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사이 숱한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유엔 집계로 민간인 925명이 숨지고, 난민도 350만명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문제를 놓고 시작된 힘겨루기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를 점령하지 못하자 주요 도시 포위전술로 방향을 바꿨다고 분석 중이다. 수개월 동안 폭격하면서 동·남부 점령지를 넘겨 받으려 한다는 얘기다.
▶푸틴 대통령의 애초 목표는 수도 키이우에 바로 진격, 짧은 시간에 함락시키고 젤렌스키 대통령 축출이었던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완강한 우크라이나군 저항에 막혀 키이우 공략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다른 도시들을 공격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전술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다.
▶70여년 전 통킹만 사건과 데칼코마니다. 그때도 미국은 단시간에 끝내려 했었다. 그러다 10여년이 흘렀다. 전쟁은 힘의 균형이 깨어질 때 발생한다.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전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그렇다. 위정자들의 헛된 욕심이 지구촌을 망가뜨리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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