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은 언제부터 백인들과 같은 부대에 소속됐을까. 정답은 한국전쟁이다. 그 이전까지는 백인 병사 따로, 흑인 병사 따로였다. 부대 내 인종차별은 당연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대장이 관례를 깨고 백인과 흑인 혼성부대를 편성했다.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원수가 그랬다는 설(說)도 있긴 하다.
▶뜬금없이 혼성 부대 얘기를 꺼낸 까닭은 흑인들이 백인들과 같은 부대 근무한 게 반세기 정도 밖에 안 됐음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흑백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주에선 아직도 흑인이 차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태인 감독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의 베트남전 영화 ‘플래툰’에는 분대별로 흑인 병사는 한 명씩 배치됐다. 한국전쟁에서 20여년이 지났는데도, 혼성 부대 비율은 백인 대 흑인이 9대 1이었다. 이런 비율은 지금도 미국 주류 사회에서 여전하다.
▶한국전쟁은 흑인들에겐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백인들과 함께 참전했던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70여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을 가늠케 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있다. 미국 연방 하원의 ‘헤어스타일 존중법’ 통과가 그것이다. 해당 법률 골자는 레게(Reggae) 머리 등 특정 인종 머리 모양 차별 금지다.
▶흑인 머리카락은 대부분 곱슬머리여서 안으로 말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레게 머리를 한다. 머리 모양도 왕관(Crowon)처럼 보인다. 그래서 법률안 이름도 CROWN Act(Create a Respectful and Open Workplace for Natural Hair)다.
▶해당 법률을 발의한 민주당 일한 오마(Ilhan Oma) 의원 등의 발의 취지가 명쾌하다. 흑인 학생들이 머리 모양에 따른 복장 불량을 이유로 학교에서 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 두 딸이 머리나 외모에 따라 차별 받지 않는 세계에서 자라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은 왜 영어로 법이란 뜻의 ‘Law’를 쓰지 않고, 굳이 실행이란 뜻의 ‘Act’를 쓸까.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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