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청년 고독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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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청주의 한 원룸에서 20대 청년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직장내 따돌림을 당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방에서만 지냈다. 박스째로 햇반과 라면을 쌓아두고 끼니를 때우며 술을 마셨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는 생활 쓰레기와 카드론 대출 4천900만원의 만기를 알리는 우편물이 쌓였다. 그에게는 친인척도 없고 왕래하는 지인도 없었다. 청년은 세 번의 시도 끝에 스스로 삶을 등졌고 숨진지 13일 만에 발견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외로운 죽음을 맞는 사례가 많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취업, 빈곤, 대출, 우울증 등 각종 원인으로 힘겨운 삶을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돼 주변과 왕래없이 홀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청년층 고독사는 가파르게 증가 추세다. 과거엔 홀로 사는 노인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중년층과 청년층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천8명,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656명, 2020년 3천136명, 2021년 3천48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크게 늘었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63명에서 2018년 76명, 2019년 81명, 2020년 104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에서 빠진 경우를 생각하면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는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주변과 교류가 없어 아픈 상태에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숨진 뒤에도 한참 뒤 발견된다. 죽음은 모두 안타깝지만, 20·30대 청년들의 고독사는 더욱 가슴 아프다. ‘말실수 줄이자, 일하자…’ 세상을 등진 지 2주가 지난 뒤 발견된 30대 청년의 구직 노력이 빼곡히 적힌 공책은 우리사회가 청년 고독사를 도외시했음을 방증한다. ‘고독사예방법’이 제정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됐지만 정책의 대부분은 노인층에 맞춰져 있다. 청년 고독사를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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