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Abraham)은 고대 이스라엘의 첫 족장(族長)이다. 기독교에선 믿음의 조상으로 불린다. 메소포타미아 우르를 떠나 이주해 살던 하란에서 조물주의 부르심을 듣고 가나안으로 갔다. 그곳에서 인류 구원의 역사 첫번째 장을 열었다.
▶서양인들에게 ‘아브라함’은 단순한 이름 차원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을 뜻하는 절대 명사다. 좌절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주는 구원의 손길이다. 넘어지고 떨어져도 끊임 없이 일어나는 불굴의 용기이기도 하다. 서양인 이름 중에 유독 아브라함이 많은 까닭이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조상 이름을 딴 조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0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재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였다.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이다.
▶이후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베니 간츠 국방장관의 외교·안보분야 협력협정이 이어졌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 총리로는 최초로 UAE와 바레인을 방문, 정상 간 소통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2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UAE 실세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등과 3자 회담도 열었다.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 외교 수장들이 네게브 사막에 모였다. 지난 27일이었다. 이례적인 회동이다. 특히 아랍국 외교 수장들이 적대 관계였던 이스라엘에 모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회동에서 거론된 사안들에 대해선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요한 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서방 언론들은 이스라엘도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내 세력 재편의 신호가 감지된다. 까다로운 차원의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 어려운 숙제가 던져졌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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