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먹거리, 생명에너지 (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이태리에서 열리고 있는 밀라노 엑스포는 영양적인 가치를 넘어 맛, 가족, 지역사회, 사랑, 치유 등 먹거리가 가지는 다원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밀라노 엑스포에서 표방하고 있는 미래 농업의 시대정신은 18세기 중엽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된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인류가 농경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농업은 그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소비하는 공동체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으며 인류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에도 변화를 불러와 생산자와 소비자의 분리, 도시와 농촌의 분리를 초래했다. 이러한 시공간의 분리는 오늘날 우리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확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오게 하였다.
이에 앞으로의 미래농정은 지속 가능한 먹거리 확보라는 인류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한다. 이는 농업이 기존의 개념을 벗어나 식품, 서비스, 지역(도시)개발, 인성교육, 복지 등을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나아가야 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선진국 수준의 산업화와 도시화를 가장 빠르게 달성한 나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고속 경제성장 과정 중에서 여러 가지 명암의 굴곡을 겪었던 우리나라의 농업은 이제 고령화, 지역갈등, 저성장 소득불균형, 먹거리 불안 등의 난제를 풀어나갈 해결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경기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NEXT 경기농정은 산업화, 도시화로 단절된 먹거리의 시공간을 다시 잇기 위한 푸드 플랜을 담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 도시민과 농촌, 도시민과 도시민이 먹거리를 통해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NEXT 경기농정은 미래 농정의 새로운 이름인 푸드 플랜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밀라노 엑스포는 NEXT 경기농정 추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공동체 푸드 플랜은 먹거리의 다양한 가치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각과 자발적인 참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밀라노 엑스포에서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둘째, 푸드플랜의 다원성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운동 성격적인 추상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용적인 실천과제의 발굴과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실천과제의 평가에 있어서는 지속가능성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의 악폐인 보조의 불투명성, 선심성 행사 등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NEXT 경기농정에 있어서 거버넌스 운영은 필수적이며 농업인, 소비자와 함께 도시디자이너, 교육복지전문가, 지역 예술가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셋째, 푸드플랜은 특정 지역공동체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지역 공동체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인류애적인 지구먹거리의 지속가능한 확보를 지향해야 한다. NEXT 경기농정은 1200만 경기도민의 먹거리정책을 뛰어넘어 한강의 기적과 같이 세계에 먹거리 정책의 표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어린이들이 지역 공동체 텃밭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에 필요한 인성을 키워 나가는 날을 꿈꾸면서, 이러한 바람이 NEXT 경기농정에서 현실로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종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원장
오피니언
박종서
2015-08-16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