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처음 서도(書道)를 배울 때의 일이다. 붓을 잡고 한 일(一)자의 획을 긋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달 여에 걸친 기본 획 긋기 연습을 마치고는 책걸이로 떡을 해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글씨를 쓰기 전 벼루에 물을 붓고 먹으로 한참 갈며 먼저 마음을 가다듬던 기억도 난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을 해서체(楷書體)로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쓰면 쓸수록 글자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또 작품을 전시회에 처음 출품하여 성취감을 느끼면서 크게 즐거워했던 기억도 난다. 해서체의 경우 한 글자는 점과 선(직선, 곡선)으로 구성된다. 점은 점이 찍히는 위치가 정확하고 크기가 적절해야 한다. 직선은 방향이 정확하고 획이 바르고 곧아야 하며 길이가 일정하고 획의 두께도 적절해야 한다. 곡선은 휘어지는 방향과 각도가 정확하고 잘 맞아야 하며 길이도 일정하며 획의 두께가 적절해야 한다. 더 더욱 중요한 것은 한 글자, 한 낱말에 있어서 점과 직선과 곡선이 그리고 글자와 글자 간의 간격 모두가 반드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글자다운 글자와 낱말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서도에서 느끼는 것은 균형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아무리 어려운 글자와 낱말이라도 글씨 쓰기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반드시 잘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도에서 느끼며 깨닫는 교훈들을 우리의 삶에 유익하게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삶 역시 무엇을 하든 집중력을 높이어 노력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이다.
사견임을 전제로 하지만, 논리의 비약이 될 지도 모르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 나라가 전반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져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으며 계층 간 갈등이 더 고조되고 있고 그리고 계층 간 단절이 더 심화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염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는 아마도 그 동안 우리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어떤 형태로든 바르게 해 오지 못했으며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 나누며 베푸는 데 인색했을 뿐만 아니라 배려와 양보가 부족하여 자신 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 누가 누구를 탓하랴?! 거듭 사견임을 전제로 하지만 서도에서 점이 제 위치에 잘 찍히며 직선의 획이 곧고 바르게 그리고 곡선의 획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잘 그어져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글자가 만들어 지듯이 이제부터는 우리의 삶도 우리 각 자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바르게, 제대로 함으로써 그리고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한 마음 가짐과 자세로 함께 살아가는 타인과 이웃들을 기꺼이 배려하는 삶의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우리의 삶 전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그래서 행복한 나 자신, 가정, 이웃,학교, 사업장, 기업, 우리 사회, 지자체, 정부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기대해 본다.
김태웅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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