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것이 매미 소리다. 어릴 적 정겹게 들리던 소리로 기억되는 매미소리가 어느덧 도시의 소음공해로 인식되고, 한 여름밤의 단잠을 빼앗아 가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지 오래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는 수컷이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우는데 안쓰럽기 그지없다. 매미의 일생은 참으로 극적이다. 나무줄기 속에서 유충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5~7년 정도를 땅 속에서 살다가 여러 변태를 거쳐 굼벵이로 지내다 허물을 벗고 매미로 변한다.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곤충에 잡아먹히기도 하니 생존 자체가 우리가 태어난 확률만큼이나 높지 않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땅속에서 보내다가 지상에서는 겨우 2~4주 정도 살다가 죽는다. 이 짧은 기간 짝을 만나 다음 세대로 종족을 번식시키고자 열심히 운다.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한 생(生)인가. 문득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詩)가 생각난다.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대목에서 죽는 순간까지 울어대는 매미나 연탄재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느냐고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행복해지고 싶다면 생각을 다스리고, 에너지를 분출시키며, 희망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목표를 세우라”라고 했다. 삶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세우고 삶의 좋은 흔적을 남기려고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처럼 눈을 뜨면 당연히 맞이하는 하루가 어떤 사람에게는 전부일 수 있다. 이렇게 소중한 날을 대충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시간을 죽인다고 한다. 소일거리를 하면서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시간에도 매미는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잡고 애타게 울어댄다.
심리학 용어에 ‘폴리애나 현상(pollyanna hypothesis)’라는 것이 있다. 두렵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폴리애나는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을 일컫는다. 지나친 긍정이 가져오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매미의 생존기간이 짧듯이 우리의 삶의 기간도 길지 않다. 매미가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울어대듯이 우리도 주어진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조금 먼 미래를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명 먼 미래 효과(far future effect)이다. 그래서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후회한다. 은퇴 시점에서야 준비못한 것을 후회한다.
매미는 여름 한 철 울어댄다. 너무 짧게 살다 가지만 인간의 삶도 짧고, 한 철이니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다.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임창덕 경영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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