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習慣)을 사전적 의미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나온다. ‘여러 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 모든 사람들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 또는 책을 읽거나, 혹은 늦잠을 자거나 편식을 하는 등 각자의 사고방식 또는 행동에 기인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습관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조직에서는 그러한 습관들이 모여 관습(慣習)이 된다. 이러한 관습은 ‘옳거나 옳지 않거나’의 여부 판단을 배제하고 행동의 당위성을 조장하는 하나의 대변역할이 되어버린다. 그러한 관습 아래 자신의 행동이 항상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어느새 우리는 관행(慣行)이란 명목 아래 크고 작은 부정(不正)을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낡은 의식과 관행 속에 쌓여가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 ‘습관의 청렴화’가 필요하다.
청렴한 습관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청렴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렴(淸廉)은 맑을 청(淸)과 청렴할 렴(廉)이 합쳐진 말로써, 뒤의 글자 ‘렴(廉)’의 어원은 ‘건물의 직각으로 난 모서리, 즉 가장자리 변(邊)’을 의미한다고 한다. 건물의 가장자리는 반듯해야 마땅하다. 조금이라도 휘어짐이 생긴다면 건물 전체의 모습이 일그러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청렴은 부패하지 않고 깨끗하다는 뜻과 함께 반듯한 건물처럼 올곧은 성품과 행실을 갖추는 것까지 뜻한다.
곧은 성품과 행실을 갖추기 위한 청렴한 습관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공(公)과 사(私)를 명확히 구분하여 업무처리를 하는 것과 청탁·뇌물을 거절하고, 재물을 탐(貪) 하지 않는 것부터 종이나 볼펜 같은 작은 공용 비품을 절약하는 사소한 행동까지 모두 청렴한 습관이다. 이런 크고 작은 청렴한 습관들이 우리의 행동과 의식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공직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달라진다.” 하버드 대학교수이자 실용주의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말로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습관이 청렴화되면 인격이 청렴해지고, 인격이 청렴해지면 조직이 청렴해지고, 조직이 청렴해지면 우리 사회가 청렴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청렴한 국가가 되기 위해 많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고, 실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정치인의 뇌물수수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는 사실을 볼 때 이제 정책만이 아닌 의식의 변화를 위한 습관의 청렴화가 필요한 때다.
이렇듯 습관이 청렴화되어 개인이 조금씩 변화될 때 청렴문화는 우리 의식 속에서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며, 잘못된 사회 관행 개선과 부패 척결을 통해 대한민국이 청렴이 넘쳐나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심재빈
과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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