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ㆍ공립유치원 신ㆍ증설이 왜 뜨거운 감자인지,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왜 국ㆍ공립 유치원 신ㆍ증설을 반대하는지 묻는 지인들이 있다. 고백하건데, 요즘 사립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마음 편하게 지내는 일이 별로 없다. 유아들의 해맑은 모습에 보람도 느끼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힘든 일도 잊을 수 있었지만 유치원에 앉아있을수록 답답해짐을 느끼는 요즘, 출산율 저하와 무분별한 공립 유치원 증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는 위기의식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립 유치원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사립 유치원, 자사고는 언론의 공격 대상이자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에 달해 학생들의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자사고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있다. 사립 유치원은 너무 비싸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교육비를 높이는 주범인양 매도되고 또한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나 국ㆍ공립 유치원이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한다면 과연 믿을까?
국ㆍ공립 유치원에게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 2013년 유아교육재정 비교에 따르면 사립 7천829억원, 공립 1조1천978억원이다. 국·공립 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받아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직접 부담금액은 거의 공짜 수준이지만 전액 세금으로 채우고 있다. 국ㆍ공립 유치원은 공짜가 아니다.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단설 유치원 신ㆍ증설은 교육재정이 열악하다면서 어마어마한 세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까지 30여 개 이상의 공립 단설 유치원을 설립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공립 단설 유치원은 점점 호화로운 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도록 설계되고, 그러다 보니 한 개의 유치원당 12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도내 공립 유치원생 3만1천500명에 매년 3천780억원(원생 1명당 월 100만원 소요)을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학부모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공립 유치원의 무상교육이 이미 엄청난 예산 잠식의 공룡으로 전락하였고, 초ㆍ중등교육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불편한 진실을 계속 외면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그리스의 복지제도를 계속 강 건너 불구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13년 경기도교육청은 유치원 신증설 기초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유치원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객관적이고 공평한 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설문은 비교할 대상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야 한다. 공립 유치원은 무상이고 인건비와 교육비 지원이 없는 사립 유치원은 무상이 아니므로, 설문은 교육비가 동일하다고 할 때 공ㆍ사립 중 어느 쪽을 택할지를 물었어야 했었다.
그럼에도 무상교육과 유료교육을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단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우를 범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막대한 정부예산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성남시 모유치원에서 지난해 시험적으로 공립과 사립의 교육비가 같다고 할 때 어느 쪽을 택할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사립 유치원이 월등하게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중고등학교 평준화를 실시할 때 교육당국은 먼저 수업료를 공사립 구분없이 동액화 했다. 유치원도 의무교육으로 가려는 과정에 있다. 학부모의 의지로 공사립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여지가 부족하므로 우선적으로 정부는 교육비를 동액화 해 반사적 불이익을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공립 단설 유치원 신·증설은 유아 수요조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정책이라고 설명하는 관련 공무원들도 문제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정책이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재정 건전성을 지키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교육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립 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 신ㆍ증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국공립 유치원 신ㆍ증설 취지는 소외계층을 위한 것이므로 취지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엉뚱하게 사립유치원 생존 위협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공존할 수 있는 유아교육정책, 공사립 유치원이 정당하게 경쟁하면서 유아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바라고 있다.
집단이기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진정한 유아교육과 국가발전을 위하여 공립과 사립유치원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도록 기대해 본다.
남기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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