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농경사회와는 달리 현대 산업사회는 다양한 사적 공적 사람 사이의 계약에 의한 다양한 관계가 사회를 끌고 가는 기본 프레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반영이나 하듯이 최근의 범죄 양태를 보면 경제적 부당이득을 취하고자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지능형 범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신문, 방송 등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보도들을 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험범죄도 지능형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음은 새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과 엊그제 남편이 아내를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살해한 보험범죄 사건이 1심에서 무죄, 2심에서는 무기징역, 3심인 대법원에서는 무죄 추정의 파기환송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롤러코스트를 타듯 판결이 엇갈리는 웃지 못할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작금의 대법원 판결을 보고 심히 우려되는 점이 있다.
판결의 요지가 남편이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기에는 범행 동기와 간접 정황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재판부 주관적인 판단이 너무 강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당시 경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피의자는 26개의 보험을 아내 이름으로 들고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의 보험료로 매달 3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지출하였는데 이들 보험의 약관대출금 3억1천만원으로 충당하였다고 한다. 또한 재판부는 피의자의 월 수익이 1천만원 가량이라 급전이 필요 없을 거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피의자는 26개의 보험 외에도 가족들 보험을 모두 합해 약 9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매월 지출하였다고 모방송의 시사프로는 확인한 바 있다. 1천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 그 수입의 90%가 넘는 금액을 매월 보험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
더구나 도로 위 사고지점의 형태, 파손부위 등을 과학적인 기술로 시뮬레이션해본 바 교통사고 조사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졸음운전으로 볼 수가 없다고 하고 있고, 또한 뱃속의 아이에 대한 낙태 강요와 이전의 2번에 걸친 강제낙태, 조수석 쪽으로 몰리 처참한 차량 파손에도 불구하고 시신에 상처하나 없이 깨끗하단 점. 그리고 사망한 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산소포화도도 제로, 너무 빨리 등장한 시반 등 너무나 많은 증거물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것을 방송 말미에 진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모든 넘쳐나는 간접 정황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고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간과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지능범죄의 상당수가 이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보험 범죄의 경우 무형의 상품이라는 특수성과 오래전 과거 일정 시점의 행위에 대한 범법행위를 증명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 다반사이다.
점점 똑똑해져 가는 지능적인 범죄자에 범죄행각에 오히려 수사 능력이 뒤를 쫓아가는 형국일 텐데 법을 집행하는 재판부의 시각은 또 그 뒤를 쫓는 건 아닌지…. 지능범죄를 대하는 재판부의 올바른 자세는 어떤 것인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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