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졸음운전 그 완벽한 미스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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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Matching)은 외국어이지만 이제는 거의 외래어처럼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쓰임도 다양하여 일자리매칭, 인용매칭, 펀드매칭, 패턴매칭 등 다양한 분야에 고루 쓰이고 있지만 도달점과 지향점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칭의 본래 어원은 결합, 교집합, 일치, 정합 등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의미 해석이 확대되어 학문, 경제, 스포츠, 언론, 정치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전문용어처럼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현대생활 속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칭은 더욱 더 중시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럴 것이다. 결국 매칭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반면 미스매칭(Mismatching)은 부정합, 불일치, 실패 등을 의미하며 매칭 못지않게 쓰임새는 높지만 고용정책 미스매칭, 수능시험 난이도 미스매칭 등 매칭의 반대개념 즉, 부정적 의미로 어떤 일의 추진이 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향에 부합하지 못하고 진행과정 중에 멈추거나 실패한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우리가 도로라는 국가 재산을 공유하고 이용하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몇몇 사례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위험한 미스매칭은 졸음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졸음운전은 운전자 뿐 만 아니라 동승자는 물론 상대차량 탑승자의 생명을 모두 앗아갈 수 있는, 운전자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완벽한 미스매칭으로 발생하는 준 살인행위로서 그것이 대형 버스라면 그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지난해 강원도 봉평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대형 관광버스 참사는 꽃다운 청춘 4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그리고 불과 한 달 여전에 둔내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돌사고로 인생 황혼기를 즐기시던 어르신 5분이 다른 세상으로 가셔야 했다. 그밖에 졸음으로 인한 사고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봄가을 행락철 및 여름 휴가철 교통경찰이 교통사고 참사를 불러오는 여러 유발요인 중 으뜸으로 졸음운전을 꼽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천292명이 숨지고 33만1천720명이 다쳤다고 한다. 이 작지 않은 교통사고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천433건이 발생하여 98명이 사망하고 4천899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인적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면 운전 중 일어나는 졸림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는 가까운 졸음쉼터 또는 휴게실에 들러 간단한 체조, 세안, 수면, 음료수 섭취 등 잠을 깰 정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대형버스 등 사업용 차량 운전기사는 4시간 연속 운전 후 최소 30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령 의무화를 잘 지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한, 외부관리기능으로 운전자 졸음운전 통제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운전석 대시보드 및 백 미러에 운전자의 졸음상태를 실시간 체크하는 시스템을 설치하고, 대형버스의 경우 사내 중앙통제실에서 버스 출발 전 운전자의 피로도를 측정하고 출발 후 30분마다 주기적으로 운전자의 졸음정도를 통제하는 의사소통을 운전자와 실시함과 동시에 운전자에게 휴식안내 멘트 또는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야 할 것이다. 또한 운전자의 눈동자 인식 전산시스템이나 선글라스에 졸음방지 센서를 부착하여 졸음을 쫓는 시스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길 내 생명은 내가 지키겠다는 운전자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선진국 수준의 높은 교통안전 의식이 더더욱 절실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올 휴가철에는 봉평터널과 둔내터널 교통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졸음운전 미스매칭 사고 소식을 매스컴에서 한 건도 안 들었으면 하는 꿈같은 작은 소원을 기대해 본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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