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자가격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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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20번째 확진자는 15번째 확진자의 처제다. 15번째 확진자의 거주지인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다세대주택의 다른 호수에 거주한다. 지난 2일 15번째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20번째 확진자를 비롯해 같은 건물에 사는 가족ㆍ친인척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검체 검사를 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가격리를 하던 중 4일 저녁 인후통 등 증상이 나타났고, 다음날 오전 장안구보건소를 찾아 다시 한번 검체를 채취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2차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명돼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다.

자가격리 중에 증상이 나타나 감염이 확정된 사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음성이었던 사람이 자가격리 중 2차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사람도 있다. 가족이나 같이 식사한 지인 등의 감염 사례가 늘면서 1천여명으로 불어난 자가격리자들이 감시망을 피해 거리를 확보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가격리는 역학조사관이 환자와의 접촉, 중국 체류 등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잠복기 14일간 집에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질병관리본부는 2, 3차 감염자가 늘면서 지난 4일부터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집에 격리시키고 있다. 자가격리자들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1대 1로 관리한다.

자가격리자가 늘면서 이들에 대한 동선 관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소는 자가격리를 통보하면서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실질적 관리는 지자체와 보건소 직원이 하루 2차례 이상 전화를 해 집에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격리를 거부하고 연락 두절되거나 “그냥 벌금 내겠다”고 거부한 사례를 공개했다.

자가격리는 격리자의 자발적 협조를 요구하는 시스템에다 이들의 일탈을 억제하기 위한 관리인력 부족 등의 한계로 허술한 점이 많다. 격리명령을 어길 경우 처벌만 강조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자가격리자는 별도 방을 쓰고 식사도 따로 하는 등 가족과 2m 거리를 유지한 채 생활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이 어렵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에서 20번째 확진자가 나오자 “일정한 공간에 스스로 격리하는 자가격리는 다른 가족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 완벽한 격리가 이뤄지기 힘들어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간 감염 사례가 계속 느는 것은 방역의 허점이다. 3, 4차 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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