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게임’이란게 있다. 게임용 망치를 이용해 무작위로 튀어 오르는 두더지 모양의 인형을 때려 잡는 게임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더지 게임에 비유한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지역에 고강도 규제를 가하면 규제를 피해 다른 지역에서 가격 폭등이 일어나고, 그러면 또 정부는 그 지역에 규제를 가한다. 현재의 부동산 폭등 현상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와도 같다. 정부의 규제가 덜 미치거나 거래시장 단속이 느슨한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수용성’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경기 남부의 수원ㆍ용인ㆍ성남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생긴 말이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서울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빗댄 것으로, 12ㆍ16 대책 등으로 서울 전역의 규제가 강화되자 수도권 집값이 급등세다. 수용성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데 ‘집값이 미쳤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풍선효과와 대형개발 및 교통 호재 등으로 계속 오름세다.
지난해 10월 수원 영통구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0억8천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후인 12월에는 12억7천만원에 팔렸다. 최근엔 신분당선 연장(광교~호매실)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호가가 13억5천만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용인 수지구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의 전용 84㎡는 지난달 초 11억7천200만원에 팔렸다. 3개월 사이 3억원 넘게 올랐다. 이들 지역은 최고가 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수원 영통구다. 한 달간 평균 3.15% 올랐다. 수원 팔달구(1.69%), 용인 수지구(1.06%), 성남 중원구(0.92%)도 경기도(0.49%) 아파트 값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분양시장도 과열 양상이다. 지난 4일 수원 팔달6구역 재개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미계약 아파트 4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6만7천965명이 몰렸다.
수용성의 아파트값 폭등을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내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져 한숨 짓는 서민이 많다. 이 지역의 과열이 지속되면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또 두더지 잡기에 나설 것이다. 그때 그때 망치로 때려잡는 두더지 게임같은 규제 정책으로 여기저기서 튀어오르는 폭등 현상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지않게 투자에 신중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가격 담합, 부동산 허위매물 등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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