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났다. 4월 총선을 앞둔 이번 설에도 역시 가족 간 정치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라고 하던가.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놓고 여야는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말씀을 받들어야 한다며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이 대세였으며 더 세게 싸우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싸우지 좀 말아라”ㆍ“먹고살기 힘들다”는 비판에는 여야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여야가 서로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인지, 무슨 말이든 자신들이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내가 느낀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은 야당의 승리다.
가족 중 여권을 지지하는 분들은 말 수가 적었고, 야권을 지지하는 분들은 말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야당의 참패로 끝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맞은 지난해 설 명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야당을 지지하는 가족들이 “두고 봐라. 이번 총선은 다를 거다”라고 큰소리를 치시는데, 그 말을 듣는 여당 지지 가족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어찌 됐든 야당 지지 가족분들이 의기양양해서 집으로 돌아가셨으니, 결국 우리 집 밥상머리 민심은 야당의 승리라고 보인다. 비단 우리 집 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집안 분위기 역시 여당에 좋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설 민심이 그대로 총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전 국민을 덮치고 있다. 이 사태를 정부가 얼마나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민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을 것이다. 또 예상보다 화려하게(?) 컴백한 안철수 전 의원의 행보와 보수 통합 문제도 총선 핵심 이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과 원종건씨 논란처럼 각 당에서 벌이는 인재영입도 총선판을 흔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공천은 두말할 것도 없고.
3개월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앞으로 수많은 변수가 남아있겠지만, 어찌 됐든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여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오는 추석 명절에 목소리가 클 가족이 누굴지 안 봐도 훤하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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