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교수가 페이스북에 썼다. “文이 대통령에 적합한지 의문…PK패밀리 대부처럼 식구들이나 챙겨”. ‘PK 패밀리, 대부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된 의견이다. 이런 글도 있다. “이번 총선, 조국 재신임 투표…추미애는 꼭두각시”. 이번 총선과 조국 사태를 연결짓는 표현이다. 또, 이런 글도 있다. “똥개냐? 집앞에서 싸우게”. 총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를 겨냥했다. 고향 출마를 꼬집었다. ▶가히 진중권 시리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화제다. 여야를 안 가린다. 여권ㆍ진보가 다 먹잇감이다. 문 대통령을 패밀리 두목처럼 쏴댄다. 법무부 장관을 꼭두각시로 몬다. 얼쩡거리던 야권도 망신을 당했다. 이언주 의원의 러브콜은 ‘좀비’로 몰렸다. 독설의 원조 홍준표는 ‘똥개’가 됐다. 진중권 소재 예능이 있었다. tvn의 SNL이라는 프로그램이다. 그 제목이 ‘모두 까기 진중권’이었다. 지금이 그렇다. 진보ㆍ보수, 가릴 것 없이 깐다. ▶열독률(熱讀率) 최고다. 가장 많이 읽히는 워딩이다. 급기야 보수언론 조선일보까지 그를 추켜 세웠다. 김광일 논설위원이 엊그제 평했다. “(진중권 전 교수 말은)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맛깔 나는 표현력을 지녔다”. ‘가슴이 시원한’ 말, ‘맛깔 나는’ 표현…. 맞다. 진중권식 언어다. 어느덧 시대 언어로 자리했다. 면전에서 욕설을 퍼붓는 용기다. 상대 속을 후벼 파는 기술이다. 그걸 잘한다던 유시민도 이제 진중권의 상대가 못 된다. ▶한 세대 전, 말 잘하는 정치인이 있었다. 촌철살인의 원조, JP(김종필)다. “5ㆍ16이 형님이고 5ㆍ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 (1987년ㆍ80년 신군부와의 관계를 묻는 말에). “있는 복이나 빼앗아 가지 마라”(1995년ㆍ퇴진을 요구한 민주계의 설 방문 세배를 받으면서).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뜨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1996년ㆍ문민 정부 역사 바로 세우기에 반대 뜻을 표하며). ▶하나같이 예민한 사안들이었다. 모두 언어의 상대가 버티고 있었다. 5ㆍ17 민정계가 듣는 말이었고, 정적 민주계를 앞에 둔 말이었고, 연합 정부 상대 YS를 향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절대로 상대를 특정하지 않는다. 에두른 표현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매번 정치권을 뒤집는다. 진중권의 언어와는 많이 다른 JP 언어다. 불현듯 궁금해진다. JP였다면 ‘조국 사태’, ‘검찰 사태’에 뭐라고 평했을까.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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