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양육비 안주는 ‘배드 파더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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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비를 주지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개인 신상을 공개해온 ‘배드파더스(Bad Fathersㆍ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관계자 구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공개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본 것이다.

‘배드파더스’는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정보를 제보받아 공개하고 있다. 지금도 100여 명의 신상이 공개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이혼 과정에서 법원 판결문이나 각서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거부하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들이다. 구씨는 2018년 개인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으로부터 고소당했고, 검찰은 작년 5월 구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구씨의 무죄 판결에 시민단체들은 반기면서 미지급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등 본질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한국의 양육비 이행률은 매우 낮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실태조사’를 보면 “양육비를 한번도 지급받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7명꼴이다. 이에 비해 처벌은 미미하다. 가장 강력한 처벌이 감치명령이다.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 위반시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징역형까지 부과한다. 미국은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의 하나로 운전면허증, 사업면허증, 전문직면허증 등 면허증 제재 조치를 하고 있다.

우리도 운전면허 제재나 출국금지 처분을 골자로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여러건 발의돼 있으나 진척이 없다. 양육비 문제를 개인 간의 일로만 봐선 안된다. 아이들에게 양육비는 생존 문제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 범주로 보고 이를 처벌하거나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해 미성년자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채무자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양육비 국가 대지급제’ 등 제도 손질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양육비를 받지 못한 아동이 100만 명쯤 된다. 그 중엔 남편이 아이까지 때릴까봐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 나온 후 양육비가 없어 고통받은 사례, 아빠가 유명 로펌 변호사인데도 양육비를 안줘 엄마가 식당 알바를 나가 아이가 방치된 사례도 있다. 지난 17일엔 30대 남성이 위자료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며 찾아온 전처를 폭행해 입건됐다. 이런 파렴치한 부모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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