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세월호 수사 책임자다. 지금도 말을 아낀다. 부담이 컸던 사건이라서다. 그런 그에게 들은 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사 막바지에 했던 말이다. “유족들이 어느 순간 바뀌었다. 그걸 보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구나’라고 직감했다.” 다른 하나는, 한참 뒤에 했던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이 불거진 뒤였다. “(수사팀의 소견으로는) 희생자들은 침몰 50분 이후 모두 숨졌다고 봤다.” 독백처럼 했던 말이다. ▶그는 검사다. 검사 시각에서 한 말이다. 그 후 세월호는 수사를 떠나 정치로 갔다. 더 정확히는 국민적 분노와 결합했다. 세월호 분노의 출구가 됐다. 모든 분노의 탄착점이 됐다. ‘사라진 7시간’과 세월호 침몰은 어떤 연관도 없다. 그 ‘7시간’이 살렸을 생존자도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은 분노했다. 많은 국민도 분노했다. 분명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이었다. 이런 분노가 대통령도, 정권도, 그리고 역사도 바꿨다. ▶정치권엔 큰 학습이었을 게다. 재난과 정권을 결부 짓는 공식이 됐다. 신종 코로나 난국에서 재연된다. 전염병과 정권 책임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많다. 대통령이 “지나친 불안감을 자제하자”고 했다. 야권이 “안일한 인식을 개탄한다”고 공격했다. 정부가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야권이 “중국 눈치 보다가 늦었다”고 공격했다. 예외가 없다. 정부의 모든 방역 진단ㆍ대책이 야권엔 공격 거리다. ▶공식은 이번에도 얼추 맞아 가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떨어졌다. 긍정 평가가 45%로 전주보다 2.0%p 내렸다(리얼미터ㆍ28~31일 조사).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도 추락했다. 34%로, 최근 20주 동안 가장 낮았다(한국갤럽ㆍ28~30일 조사).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성들에게 민감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야권 지지도가 반등한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여권이 긴장해야 할 추이다. ▶신종 코로나는 중국에서 발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아니다. 중국 여행객은 한국 산업에 절대적이다. 쉽게 결정해선 안 될 일이다. 무조건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그런데 여기에 오버랩 되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들의 희생은 현장 구조의 일이다. 박근혜 7시간과 연결할 수 없다. 진영이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재난 해석’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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