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토마 피케티에 제동 건 중국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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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은 한때 균형감각을 갖춘 공산주의자였다. 대약진운동을 통해 급진적인 공산주의의 추락을 지켜봤고 덩사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을 묵묵히 실천했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와의 접목은 청년 공산당원 시진핑의 이상이었을 터이다. 물론 구 소련의 경제학자 이브제이 리베르만이 시도했다 실패하긴 했어도 말이다. 그가 중국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랐을 때의 에피소드는 그래서 유명하다. ▶40대 초반의 프랑스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을 극찬했던 권력자가 시진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빈부격차 심화를 비판하면서 이 저서를 인민들에게 ‘강추’했었다.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 연설에서다. 빈부격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인민들에게 에둘러 강조했던 셈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을 통해 빈부격차 해결을 위한 노하우도 제시했다. 빈부격차는 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는 자본주의 완성은 불평등 심화 극복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저서는 신자유주의경제의 진영인 시카고학파들에게도 곧잘 인용됐다. ▶그랬던 시진핑이 5년 만에 기조를 바꿨다.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중국 출판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서술한 부분에 대한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중국에선 출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케티는 “삭제 없이 완전한 번역본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시진핑은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소득·부의 배분과 관련된 자료의 불투명성, 사회주의체제와 고도의 불평등 역설 등을 인정하기가 불편한지도 모른다. 피케티의 지적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현재 상위 10% 부자가 중국 전체 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청나라 이후 100년 만에 지구촌 패권 국가를 꿈꾸고 있는 중국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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