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씁쓸한 복달임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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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찜통더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면서 더위를 물리친다. 보양식도 먹는다. 대표적인 음식이 개장국이나 삼계탕이다. 개장국을 먹으면서 원기도 회복하고 영양분도 보충한다. 그래서 개장국을 보신탕(補身湯)이라고도 한다. 우리 조상의 이 같은 지혜를 흔히 복달임이라고 부른다. 미풍양속이다. 적어도 평상시 같았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사상 유례없는 긴 장마가 물러가니 코로나19가 서울ㆍ경기를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종교단체 관련 확진자가 수백명에 이른다.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마을에서도 3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명달리숲속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지역 주민들이 참가했다가 감염됐다. 그 행사가 바로 복달임이었다. 무더위를 쫓기 위해 모였다가 불청객인 코로나19를 맞이한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고 있다. 2차 대유행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사실 한때 주춤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14∼16일 사흘 동안 무려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세자릿수 확진자가 나온 지는 벌써 며칠째다. 종교단체 집회 이외에서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염사례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의 추적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ㆍ이태원 나이트클럽ㆍ쿠팡물류센터 이후 또다른 팬데믹도 우려된다.

▶방역당국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전염병이 확산할 때는 여럿이 모이는 것을 삼가야 마땅하다. 상식이다. 물론 양평 사례의 경우, 감염여부를 몰랐을 수도 있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다. 하지만, 종교단체의 광복절 대규모 집회는 주최 측이 자제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꼭 그렇게 여럿이 모여 구호를 외쳐야만 했었던 행사였는지도 자성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복달임은 이래저래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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