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불안감이 감사로 바뀐 ‘자가격리’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자가격리 대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방역당국으로부터 누구인지도 모르는 확진자와 단지 같은 공간에 있었다(접촉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최근에 자가격리를 했던 A기자는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려줬다. 그는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B사 기자와 반나절 같은 기자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처음에 그는 보건소로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한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로 전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격리통지서와 안내문이 오고,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에 이어 담당공무원이 정해진 뒤 마스크, 체온계, 손소독제 등이 담긴 위생키트가 전달됐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함과 답답함이 찾아왔다. 짜증도 늘고 이른바 코로나 스트레스가 더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를 극복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심지어 다른 방에서 잠을 잘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잤는데 그런 모습이 안쓰러운지 아내는 슬그머니 밥을 해준 뒤 옆방으로 들어가고, 딸은 카톡으로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어보며 열심히 음식과 커피를 주문해줬다고 한다. 자가격리자 생활수칙 상 접촉해서는 안되는 가족들이 오히려 자가격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자가격리 첫날 불안감은 마지막날 해제가 되면서 감사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 다시 출근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 불편함을 참고 도와준 가족과 여러 가지로 배려해 준 회사에 대한 감사라고 했다. 김재민 정치부 부장

[지지대] 도광양회, 중국의 두얼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유비의 초기 프로필은 돗자리 장사치였다. 그러다 관우와 장비, 제갈량 등을 만나 천하를 평정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비다. 그를 영웅으로 키운 건 자신의 의도를 은밀하게 숨기는 전략이었다. 촉(蜀)을 취한 뒤 힘을 길러 위(魏)오(吳)와 균형을 꾀했다. 치밀한 계책이었다. 철저하게 빛을 감추고 어둠을 길렀기 때문에 가능했다. ▶1천800여년이 흘렀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때와 다른 건 자본주의 도입세력과 사회주의 고수세력이 충돌하는 상황뿐이다. 그리고 천안문사태가 발생했다. 1989년 6월이었다. 중국은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수용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서구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었다. 중국식 사회주의 고수의지를 교묘하게 감춘 전략이다. ▶천안문사태 진압과정에서 드러난 중국의 민 낯은 서구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의 비민주성과 인권유린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은 유ㆍ무형의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 급기야 1991년 12월 고르바초프는 소련해체를 선언했다. 중국에게는 정신적 충격이자 체제 정당성에 대한 위협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살기 위해 또 자신을 감춰야만 했다. ▶등소평(鄧小平)은 경제건설에만 올인한다고 공표했다. 유비가 구사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 선언이었다. 공산주의를 지키겠다는 자신들의 의지를 철저하게 숨기면서 말이다. 그게 1992년 1월이었다. 18년이 흐른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를 건국한 지 100년이 되는 2049년, 그 꿈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천안문광장 오른쪽에는 세계인민 대단결 만세(世界人民 大團結 萬歲)라는 구호가 걸려 있다. 사회주의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꺼낸 넋두리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마스크 과태료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소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했다. 코로나19 위험성을 무시하며 공식 일정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 4월3일 마스크 착용 권고를 내린 이후 100일째 되는 7월11일에야 마스크를 쓴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유세할 때나 TV토론 때도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TV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바이든이 늘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조롱했다. 나는 그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를 볼 때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런 트럼프가 자신은 물론 측근들까지 감염되면서 대선 행보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선 마스크가 답이다. 방역당국 지침대로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사회적 거리를 두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5월26일부터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의무화 이후 이를 지키지 않는 승객과의 사건사고가 늘었다.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운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건수가 지난달 3일 기준 430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폭행상해가 1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방해 171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된 사건 28건, 협박 12건 등으로 집계됐다. 버스 230건, 택시 144건, 전철 등에서 56건이 각각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164건, 경기 109건, 인천 29건 등 수도권에서 많았다. 마스크 미착용은 방역수칙 위반이며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정부가 13일부터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대중교통과 집회 현장, 감염 취약층이 많은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강화했다. 30일간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 달 13일부터는 마스크 착용을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망사형 마스크나 스카프는 마스크로 인정이 안된다. 기본적으로 KF 마스크 등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제품만 허용된다. 턱스크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과태료 부과에 논란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트럼프 코로나19 확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빅 뉴스다. 74세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워싱턴DC 인근의 군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3일 트위터 동영상을 통해 몸이 좋아졌다고 느낀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돌아갈 것(I will be back)이라고 했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고, 11월3일 대선에서 재선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에 확진된 각국 정상이 여럿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7월 코로나19에 걸려 3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를 감기 수준이라고 얕보거나 마스크를 기피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3월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입원 치료 중 증상이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업무 복귀까지 한 달가량 걸렸다.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도 확진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로와 함께 조속한 회복을 기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쾌유 기원 위로 전문을 보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례적으로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위로 전문을 보냈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천500만명에 이른다.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유럽이 다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고, 인도와 브라질에선 하루에 수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대수롭지 않은 감염병 정도로 치부해왔다. 기자회견과 대선 유세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거의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조롱했다. 이런 방심으로 지난달 백악관 행사에서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감염됐다. 방심은 화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이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귀성 대신 ‘추캉스’

사실은, 추석 연휴에 강원도 한 사찰에 템플스테이를 예약했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프로그램 참여를 안하고, 그곳에서 숙박만 하며 내 맘대로 오롯이 쉴 수 있어 가끔 이용했다. 이번 연휴에도 숲 속에서 매일 걷는데 집중하며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보려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해 집 떠나는게 맘에 걸리긴 했지만, 산 속이라 괜찮겠지 하며 조용히 다녀오려 했다. 지난 토요일 예약한 사찰에서 전화가 왔다. 템플스테이를 긴급 중단하게 돼 환불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국민 모두의 인내와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10월4일까지 중지한다고 했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정부 방침대로 이동을 자제하는게 맞다 싶었다. 정부가 28일부터 10월11일까지를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열차표 판매를 절반으로 줄이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을 없앴다. 휴게소에선 취식은 안되고 포장만 가능하다. 지자체들은 성묘객 사전예약제, 온라인 성묘 시스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상황이)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추석 연휴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정부가 이동자제를 권고했지만, 5일간의 황금연휴에 여행을 떠나려는 추캉스족에 여름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늦캉스족이 몰리면서 전국 주요 리조트와 호텔, 캠핑장, 골프장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고향에 가지 말랬더니 여행으로 몰리고 있다.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는 수도권을 피해 상대적 안전지대인 지방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제주와 강원도 등은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특별행정조치를 발동해 발열 증상자는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본인 부담으로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고발과 구상권 행사로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한 제주도민은 연휴에 30만여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자,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 금지시켜 주세요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귀성 포기족이 늘었다지만, 그래도 고향 방문이나 여행객이 많을 것이다. 추석 연휴가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드라이브 스루’ 집회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차에 탄 채로 햄버거나 음료를 주문해 받는 서비스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에서 주로 이용돼 왔다. 1930년대 미국에서 시행된 이후 전 세계로 퍼졌으며, 우리나라에는 1992년 맥도날드 부산 해운대점에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가 등장했다. 지금은 식당, 책방, 은행 등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빛을 발했다. 2020년 2월 한국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검사 방법으로 드라이브 스루를 개발했다. 안전하게 차에 탄 채로 동선을 따라 접수부터 문진, 체온 측정, 코와 입에서 검체 채취, 차량 소독까지 마치는 선별진료소를 고안해낸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는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검사시간을 10분으로 줄여 의료기관 내 감염과 전파 위험을 낮추면서 신속한 검사시스템을 구축해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아이디어는 코로나19 국내 1번 확진자 주치의인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이 냈다. 신천지 사태로 검진 대상자가 폭증하자 진료와 차량의 결합을 고안했고, 칠곡경북대병원이 처음 드라이브 스루를 설치했다. 이후 전국으로 확대됐고, 세계 주요 언론의 극찬 속에 미국,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앞다퉈 벤치마킹했다. 추석 연휴에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해 부모님 찾아뵙기, 고향가는 길을 포기한 이들이 많은데 10월 3일 개천절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큰 고통과 불편을 초래한 광화문 집회세력이 개천절 집회로 또 한번 민폐를 끼치려 하고 있다. 정부의 개천절 집회 불허 및 엄단 방침에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정치인들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라도 집회를 강행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교통과 방역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의 권리 아니겠나며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분노하는 국민이 많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드라이브 스루 집회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 상황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추석 연휴가 코로나 재확산의 최대 고비인 만큼 방역당국 지침에 협조해야 한다. 민족 대명절에 귀향까지 미뤄가며 고통을 감내하는 국민의 인내가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차량 집회를 철회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기자협회보 지령 2천호

우리나라 최초의 언론 비평지로 1964년 11월10일 창간호를 발행한지 55년 10개월 만인 지난 23일 기자협회보 지령 2천호가 발행됐다. 월간지로 시작해 1968년 주간시대를 열었지만 1973년 다시 월간으로 강제 환원됐다가 1988년 5월부터 주간으로 정착됐다. 19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전국 일선 기자들의 언론자유 수호운동을 적극 지지하다가 9개월간 강제 폐간됐고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협회 회장단과 편집국 기자들이 일부 구속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그 해 7월 두번째 강제 폐간됐다. 55년간 모진 풍파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언론 본연의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령 2천호 발행의 의미는 매우 크다. 언론 자유에 대한 열망, 언론사 조직의 부조리에 대한 도전, 해직 언론인에 대한 연대, 때론 고단한 기자생활의 흔적들이 줄기에서 가지로, 무수한 잎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기자로 살아가기 매우 어려운 시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22%로 조사 대상 38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4년 연속 꼴지라고 한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우리 스스로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령 2천호 1면 기자의 헤드라인은 기자 사회의 광장이 되겠습니다이다. 한 줄의 팩트를 건지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자들이 여전히 많다. 기자협회보는 저널리즘이 불신받고 있는 언론 현실을 파고들고 변화를 모색하는 공론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기자협회보의 다짐이 언론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지지대] 고인 돈은 썩는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려 만들었다. 올해 수상자인 백영심 간호사는 30년 가까이 아프리카 중에서도 최빈국인 말라위에서 의료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에 월급을 아껴 모은 돈으로 초등학교를 세웠다. 200병 상 규모의 최신식 종합병원과 간호대학 설립도 주도했다. ▶2012년 이태석상, 2013년 나이팅게일 기장, 2015년 호암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언론 인터뷰조차도 거절해 온 그가 상을 받은 이유는 명료했다. 이태석상을 준다고 할 때 마침 간호대학이 문을 열었는데 상금을 받으면 구급차와 간호대학 버스를 살 수 있었다. 호암상 상금 3억원은 현지에 도서관 건립비로 썼고, 성천상 상금 1억원도 현지 중ㆍ고등학교를 짓는 데 쓸 예정이다. ▶주요 직책을 맡을 법도 한데 여전히 시스터 백으로 불리는 건 평생 현역으로 남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왕진 가방을 들고서는 마을을 돌며 피부 질환자부터 말라리아 환자까지 다양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성천상을 받으러 한국에 왔을 때 입고 있던 남방과 면바지는 국제 구호품 시장에서 1달러를 주고 산 것으로 희생적인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9월의 상인에 일제강점기 독립 자금을 지원한 최준(1884~1970) 선생을 선정했다. 경주 최부자로 알려진 그는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을 세우고 소작인들의 소작료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된다며 해방 후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5만원권 지폐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상용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은행에 맡길 돈이 없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카카오게임즈까지 올해 신규 상장 종목에 모였던 일반 청약증거금이 150조를 넘었다. 5만원권 지폐를 집안에 쌓아둔 사람들이라면 고인 돈은 썩는다는 최준 선생의 말을 되새겨 볼 일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지지대] 반갑잖은 일교차

아침저녁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콧물도 나온다. 계절이 바뀌면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문제는 요즘 이 같은 질환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아졌다는 점이다. 올해는 나름 혹시 코로나19가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기도 하겠다. 이리저리 옆 사람 눈치도 살피게 된다. 기침이 나올라 치면 괜히 자책감까지 든다. 코로나19는 아니더라도 감기나 독감 등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필자만의 기우(杞憂)는 아닌듯싶다. ▶감기와 독감과 코로나19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래서 의료진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이들 질환은 열이 나거나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선 비슷하단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감기와 독감 등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발병한다고 한다. 고열과 근육통 등이 나타나면 감기이거나 독감이라고 한다. ▶올가을은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기까지 유행할 조짐도 보인다. 그래서 임상적 증상만으로는 이 세 가지 질환 중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올가을에는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이 중요해졌다. 다행인 건 코로나19는 감기처럼 코와 관련한 증상은 드물고, 발열은 흔하지만, 독감처럼 급작스러운 오한을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상공에 차가운 공기가 머무르는 가운데 밤사이 복사냉각으로 기온이 낮아지면서 아침 기온이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복사냉각은 지표에서 빠져나간 복사에너지가 흡수된 복사에너지보다 커 총에너지의 손실이 생기면서 지표면이 차가워지는 현상이다. 아침 최저기온은 지역별로 818℃로 낮아졌다. 다만, 낮에는 기온이 20℃ 이상으로 오른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 이상으로 벌이지는 만큼 환절기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올해 일교차가 유난히 반갑잖은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이해충돌방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2015년 3월27일 제정됐다. 원래 김영란법 초안은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를 양대 축으로 했다. 하지만 국회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삭제됐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반부패정책의 핵심인데 빠져서 아쉽다고 했고, 일각에선 국회의원이나 가족이 이 조항에 부딪칠 일이 많을 것 같아 뺀 게 아니냐고 했다. 권익위 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은 김영란법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과 이들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도 포함된다. 그러나 법안은 2015년 7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좀 더 심사하자고 한 이후 5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특히 건설업자 출신의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에 비난이 거세다.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을 지낸 박 의원은 2012년 당선 후 아들과 형 등 그의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부와 산하기관, 지자체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수주받은 공사가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박 의원은 형법상 직권남용, 부패방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국회 정무위 활동이 논란이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인 윤 의원이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결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사외이사로 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토대가 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고, 이후에도 합병 정당성을 옹호했다. 외교통일위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으로 제명 처분을 받았다. 김 의원은 남북경제협력 관련 주식 보유 문제로도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국민권익위가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않고 국회 임기가 만료됐다. 21대 국회 들어 같은 법안이 다시 제출됐다. 의원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는 파렴치한 일을 막기 위해 이번엔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택배노동자

올해 들어 전국의 택배노동자 7명이 숨졌다. 숨진 택배기사의 나이는 31세부터 47세, 현장의 택배기사들은 과로사라고 얘기한다. 택배노동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배송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설문조사에선 택배기사 10명 중 8명이 나도 과로사할 수 있다는 걱정에 두려움이 크다고 답했다. 잇따른 택배노동자의 사망으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중한 업무 부담에 문제를 제기하며 택배기사 중 4천여 명이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에 들고 온 피켓에는 죽음의 공짜노동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집단행동의 계기가 된 택배 분류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대책위가 내놓은 택배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8월 주간 평균 노동시간이 71.3시간이었다. 지난해 전체 노동자 평균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쇼핑이 급증하면서 택배 물량도 평년보다 30%가량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노동시간만큼 수익은 증가하지 않았다. 건당 배달수수료를 받는 배송업무보다 무보수인 분류작업이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의 중심에는 분류작업이 있다. 물류 터미널에서 각 배송지에 따라 택배 물건을 나누는 작업인데, 하루 6~8시간씩 한다. 택배노동자들은 이 업무를 대가 없는 공짜 노동이라고 한다. 이 작업이 끝나야 배송을 시작할 수 있다. 때문에 물량이 많은 명절에는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 한다. 분류작업은 하루 13시간 넘게 일하는 살인적인 노동의 주원인이다. 대책위가 추석을 앞두고 분류작업 거부 의사를 밝히자, 정부가 택배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통해 1만여 명의 추가인력을 투입키로 했다. 우려한 물류대란을 막을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 그치면, 택배 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또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고, 감염병 극복에 택배기사의 수고가 큰 힘이 됐다.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한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 주역으로 의료진과 함께 택배기사들의 노고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택배노동자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댓글이 없는 뉴스

빌 게이츠 자녀가 돈 없어서 학자금 대출받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10여년 전 어느 정치 뉴스에 달렸던 댓글이다. 정치인의 황당한 발언을 비판하는 댓글이었는데, 어떤 뉴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댓글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할 수 있나 감탄하며 네티즌들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 김영란 알 낳는 소리 하고 있네 최근 정부가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이번 추석에 한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일시 완화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뉴스 댓글이다.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경제단체와 농축수산물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추석 선물세트 가격이 대폭 오르는 등 물가가 상승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김영란법 한시 개정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이 같이 실소가 터지는 댓글 한 줄에 국민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표현된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최근 연예 뉴스에 이어 스포츠 뉴스 댓글까지 잠정 폐지했다. 악성 댓글로 인해 선수들의 명예가 훼손되고 심적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고 있다는 이유다. 아직 연예ㆍ스포츠 뉴스 외 일반 뉴스에는 댓글이 허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라면 타 뉴스에서도 댓글을 볼 수 없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악플러들에 대한 사회적 지적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결국 댓글을 폐지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답이라는 것이다. 악플에 대한 피해와 고통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댓글이 없는 세상에 살아보니 이 또한 뭔가 허전하다. 네이버는 댓글의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악성 댓글은 노출을 자동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 제어 기술의 실효성이 담보되면 댓글 중단 해지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악플은 감정의 영역이기에, 사람이 아닌 AI가 얼마나 걸러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촌철살인 같은 댓글, 다시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긴 할까. 이호준 정치부 차장

[지지대] 수원역 집창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서울 청량리588은 2018년 폐쇄됐다. 현재는 무려 65층 아파트 4개 동이 올라가고 있다. 쌍벽을 이뤘던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은 이에 앞선 2017년에 없어졌다. 이곳에는 46층 주상복합단지가 개발 중이다. 미아리 텍사스촌을 집중단속하면서 미아리 포청천으로 불렸던 김강자 당시 서울 종암경찰서장의 이름은 기성세대들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대구 중구 태평로 일대는 개발바람이 한창이다. 110여 년 묵은 대구의 집창촌 자갈마당이 철거되면서다. 이에 앞서 대구지방경찰청 등 경찰은 자갈마당과 관련해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성매매 업소 업주와 유착한 전현직 경찰관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다. 100년이 넘은 부산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에 대해서도 경찰과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를 벌였다. 성매매 알선 사범과 그 배후, 실제 업주 등까지 추적하는 수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매매 알선에 제공된 수십억 원 상당의 건물과 토지까지 몰수했다. 경찰과 검찰의 강력한 단속과 그 지역에 맞는 도시계획 및 재생 사업, 그리고 성매매 피해자 지원이 적절하게 조화가 이뤄진 결과물로 분석된다.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는 36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청량리 588 등 15곳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나머지는 폐쇄를 추진 중이거나 아직 계획이 없다. 수원에도 집창촌이 있다. 수원역 인근에 있으며, 현재 71개 업소에 200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시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곳을 없애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이곳에는 앞서 말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고 있어서다. 우선 경찰의 움직임은 없다. 미동조차 없다. 경찰의 보다 많은 관심과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또한 수원군공항으로 인한 높이제한이 걸림돌이다. 높이 제한은 45m로, 개발을 하더라도 18층 미만의 아파트만 가능하다. 즉 민간 투자 사업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럼에도 수원시민들은 희망한다. 하루빨리 수원역 집창촌이 없어지고,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되길 말이다. 이명관 사회부장

[지지대] 북한산 석불입상

힘든 줄 몰랐다. 도깨비바늘은 유난히 까칠했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소매와 바지 등에 숱하게 달라붙었다. 미륵을 바라본다는 망미리(望彌里). 이 같은 지명에서 발동된 호기심이 결국 겨울 산을 뒤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발품이었고 그렇게 한달여를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야산 중턱 화강암에서 양각과 음각의 미륵불을 발견했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가 그윽했다. 2012년 2월 하순이었다.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에서 발견된 미륵불 얘기다. ▶미륵불이 발견된 망미리 인근에는 석불역이라는 중앙선 역사(驛舍)도 있었다. 서울~강릉 고속열차 개통으로 노선이 변경됐지만, 예전에는 많은 이들이 타고 내렸던 역사였다. 지금은 추억의 명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역의 이름도 바위로 이뤄진 불상을 뜻하는 석불(石佛)이다. 호기심이 발동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때의 감격을 전했던 당시의 경기일보 1면 헤드라인은 석불 없던 석불역에서 드디어 석불을 찾았다였다. 이 미륵불 바로 아래 마을의 옛 지명도 석불리에서 비롯된 안 섬부리와 바깥 섬부리였다. 미륵을 바라본다는 뜻의 망미산(望彌山)도 지척이었다. 앞서 지난 1967년에는 길 건너 월산리 고려시대 절터에서 지름 51.2㎝, 너비 11㎝ 크기의 청동종이 발견되기도 했었다. ▶최근 북한산 인수봉 아래에서 고려 초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이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의 개가(凱歌)다. 이 석불입상은 목이 부러져 있으나 얼굴의 형태와 몸통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얼굴은 짧은 코와 두툼한 입술에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몸통의 오른손은 가슴 부분, 왼손은 허리춤 등에서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옷의 주름도 선명했다. 하인리히 슐레이만도 호기심 끝에 4천년 전 고대 트로이 유적을 발견했다. 故 양주동 박사의 표현이 명쾌하다. 발길에 채이는 우수마발(牛溲馬勃) 속에 귀한 문화재가 파묻혀 있을 지 누가 압니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비대면 추석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는 누그러졌지만 곳곳에서 감염 여파가 이어지면서 14일 신규 확진자는 109명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누적 2만2천285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400명대 중반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날로 12일 연속 100명대를 유지했다. 강력한 거리두기 효과다. 정부가 2주간 수도권에 적용한 거리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낮췄다.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희생이 너무 커서다. 하지만 추석과 한글날 연휴가 있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여 이 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다시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방역당국은 추석에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민족 대이동은 집단감염 전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추석엔 명절 때 면제해줬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오지 말라, 가지도 말자고 당부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이번 추석은 고향 방문을 하지 않아도 불효가 아닙니다. 코로나19로부터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전남 완도군은 고향 부모가 도시에 사는 자녀에게 찾아가는 역귀성을 막는 이동멈춤 운동을 펴고 있다. 전남 보성군은 지역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영상통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와 함께 21일부터 e(이)하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운영한다.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에 신청하면 장사시설에 있는 고인의 안치 사진을 받아볼 수 있다. 이 안치 사진 주변을 차례상 사진으로 꾸며 고인에 대해 비대면 추모를 할 수 있다. 인천시도 추석연휴에 추모시설인 인천가족공원을 전면 폐쇄하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들도 비대면 추석 쇠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코레일의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율이 전체 좌석의 23.5%에 그쳤다. 벌초는 대행회사에 맡기고, 선물 및 장 보기는 온라인 쇼핑으로 하고, 추석 차례도 단출하게 지내기로 한 가족이 많다. 코로나19가 추석 풍속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고향 방문도, 벌초도, 성묘도, 친지 간의 인사도 모두 비대면으로 치러져야 하는 낯선 추석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수인선의 부활

수인선(水仁線)은 일제가 물자를 수탈할 목적으로 1937년 개설했다. 인천의 소금과 경기도 곡창지대의 쌀을 인천항을 통해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철로다. 경동철도주식회사가 소유한 사설 철도로 개통 당시 인천~시흥~안산~수원 등지에 17개 역을 만들었다. 1995년까지 운행된 수인선은 표준궤도(1천435㎜)의 절반에 불과한 762㎜의 협궤열차로 꼬마열차라 불리기도 했다. 해방 이후 수인선은 수원, 인천 지역 주민들의 이동수단으로 여객 기능이 강화됐고, 인천 소래포구와 시흥 월곶 어시장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자가용 보급과 수도권 지하철 개통으로 인한 이용객 감소, 소래철교의 안전성 문제 등으로 단계별로 구간이 철거됐다. 1973년 송도~수인역 구간 5.1㎞가 철거됐고, 1992년 소래~남동역 구간 5㎞가 폐선됐다. 이어 1994년 한양대~소래 간 운행이 멈췄고, 1995년 12월 31일 운행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인선은 일제의 물자 수탈 수단으로 탄생했다는 아픈 역사를 가졌지만, 반세기 넘게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히 했다. 협궤열차는 맞은편 승객과 무릎이 닿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작았지만, 시끌벅적 정이 넘쳤고 수많은 사연과 애환, 낭만을 싣고 달렸다. 윤후명의 협궤열차에 대한 보고서 등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버스보다 작은 이 꼬마열차는 현재 인천 소래역사관 앞에 전시돼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수인선이 다시 돌아왔다. 협궤열차 수인선이 폐선 된 지 25년 만에 광역철도로 재탄생했다. 수원역과 인천역을 잇는 수원~인천 복선전철 공사 구간 중 마지막 미개통 구간인 수원한대역이 12일 개통하면서 52.8㎞ 구간이 완전 개통됐다. 협궤철도를 표준궤도인 광역철도로 개량하는 수인선 사업엔 2조7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수인선은 수원, 시흥, 안산, 인천 등 수도권 서남부 도시 간 연결노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천~수원역 간 전철 이동 시간도 현재 90분에서 70분으로 20여분 단축됐다. 수인선은 분당선(수원~왕십리), 경원선(왕십리~청량리)과도 연결돼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만한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코로나19의 재확산 때문에 올해 한가위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를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나서 고향 방문과 성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성묘와 벌초대행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추석명절 고향방문 자제운동을 벌이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추석 연휴 이동 제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는 추가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동 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3%로 다수를 차지했다. 올해는 집콕 추석, 나 홀로 추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명절만 되면 반복되는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 결혼을 하기는 할 거냐, 취업은 언제 하냐, 아기 소식은 없냐, 집은 샀냐 등의 잔소리 지옥이 올해는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대신 그 자리를 사회적 고립, 외출 자제 등으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이 차지할 수 있다. 마음방역이 중요한 시점이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임명된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 대응에 지치고 힘든 지금,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로 고생 많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건 걱정이 아닌 우산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막연한 불안이 아니다. 코로나로 지친 마을을 위한 본인만의 방역법,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보는 게 좋다. 가을이니 시도 좋겠다.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의 마지막 구절에 보면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문장이 가슴에 훅 파고든다. 올해 추석은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하고 멀리서 부모님, 자식, 친구, 친인척들에게 전화, 문자로 안부를 묻자. 부디 아프지 말라고. 지금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연대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지지대] 타이밍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일을 겪고 여러 순간과 마주한다. 그 상황에 얼마나 제때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갈린다. 요즘 같은 초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더욱 빠른 결정과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끝없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경쟁하고 우열을 가리는 스포츠 세계 역시 매 순간순간의 판단이 승패를 좌우한다. 선수는 물론, 지도자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가끔씩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이 같은 지도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엿볼 수 있는 상황들이 많다. 특히, 절대 전력인 투수의 교체 타이밍에 울고 웃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8일 열린 SK-키움의 경기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SK는 4회까지 8점 차로 크게 앞서며 연패 탈출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5회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친 것이 화근이 돼 10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우리 일상에서도 타이밍을 놓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보았듯 선제적인 대응 시기를 놓쳐 확산을 막지 못한 경우도 있고, 반면 발 빠른 대응으로 확산을 조기 차단한 예도 있다. 또한 정치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하고, 권력자들이 물러날 시기를 놓쳐 끝이 안 좋았던 사례도 많다. 이 모든 것이 기회를 놓친 것(失機)에서 비롯됐다. ▶최근 민선 경기도체육회가 내홍으로 인해 난파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때 체육웅도를 자부했던 경기체육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체육회 자체 수습 노력과 유관 기관인 경기도, 경기도의회가 함께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선 도체육회의 권한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체육회는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받는 만큼 도, 도의회와 협조해 경기체육 발전과 도민건강 증진을 위해 힘써야 한다. 더 이상 방치는 안된다. 도체육회 정상화 타이밍을 놓치면 70년 경기체육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호모 언택트

코로나19가 7개월째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전세계가 이 녀석과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도에선 확진자가 하루에도 수만명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도 앞두고 있다. 방역 당국은 온라인 성묘 등도 권고하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 예상 외로 길어지고 있다. 어쨌든 현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고편은 이미 끝났고, 본편 상영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유럽이 스페인 독감에 휘둘릴 때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었다. 스페인 독감이 발발했을 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스페인 독감이 인류에게 선사한 반갑잖은 선물이었다. ▶신조어들도 나오고 있다. 첫번째가 언택트(Untact)다.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홈 루덴스(Home Ludens)도 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파생됐다. 집콕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브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도 있다.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온ㆍ오프라인 교육을 일컫는다. ▶올해 상반기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 등 무점포 소매시장 매출액이 46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 여파로 증가 폭이 어느 때보다 컸다. 올해 상반기 무점포 산매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7조5천236억원) 증가한 46조2천108억원이다. 사상 최대다. 2015년 상반기(22조6천억원)와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다. 5년만에 두배가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코로나시대 최대 신조어는 호모 언택트(Homo Untact)다. 비대면(非對面)이 생활화되는 세상을 풍자했다. 수천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이젠 수정돼야 하는 걸까. 명제는 깨지라고 있겠지만 뒷맛이 영 개운하지 않다.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실 수도 없는 사회가 과연 얼마나 더 지속돼야 할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불길한 예감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디지털교도소’ 논란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이트에 개인정보가 노출된 K대 학생 A씨(20)가 최근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트 존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디지털교도소는 강력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이 관대해 사회적 심판을 하겠다며 올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개설된 익명 웹사이트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씨 등 범죄자와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 당사자들의 신상을 수집해 임의로 공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신상 공개된 인물은 지난 6일 기준 150여 명에 달한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7월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 죄목으로 A씨의 사진과 전화번호, 대학 학과 등을 공개했다. A씨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링크를 눌렀는데 그때 해킹을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악플과 협박 전화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A씨에게 휴대폰을 포렌식 해 증거를 제시하면 글을 내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학 커뮤니티 고파스 이용자들은 디지털교도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박살 내는 디지털교도소는 폐쇄돼야 한다, 같잖은 허영심에 이끌려 정의의 사도가 된양 법 위에 군림해 무고한 한 생명을 앗아가느냐는 비판의 글들이 올라왔다.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디지털교도소 개설 전 인스타그램으로 신상을 공개하던 때엔 잘못된 정보가 공개돼 신중하지 못했다. 질책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디지털교도소 개설 후엔 밀양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나이출신 지역이 다른 동명이인의 정보를 공개했다가 삭제한 일도 있다. 디지털교도소 방문자가 하루 평균 약 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사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신상공개를 소극적으로 하고 처벌도 솜방망이로 하는 등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A씨처럼 무분별한 정보 공개로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죽음까지 부른 디지털교도소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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