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공직사회는 물론 기업들까지 여기저기에서 재택근무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모두 재택근무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엔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집에서 하루 쉬는 게 아니냐는 의견, 집에서 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집에서 일이 가능해?라는 의견 등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는 의견이 많다. 집에서 일하니 옷도 편하게 입을 수 있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생각보다 큰 탓이다. 꼭 필요한 회의나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면 이제 일상처럼 자리를 잡은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반대로 회사마다 인터넷 메신저 등으로 출근 여부를 점검하는데, 자칫 자리 비움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다 보니 업무 강도가 더 세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장단점이 있는 재택근무. 그렇다면 누구나 재택근무가 가능할까? 아니다. 필수인력이 재택근무했다가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 필수인력은 재택근무에서 제외한 탓이다. 만약 본인이 조직에 꼭 필요한 필수인력이라면 재택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수인력은 반드시 출근해서 일하고, 나머지 비필수 인력은 돌아가면서 집에서 일하라? 그럼 필수인력과 비필수 인력을 나누는 기준은? 아직 대부분 조직이 이 같은 재택근무에 따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다. 결국 그냥 상사가 정하는 게 법이다. 이러다 보니 필수인력과 비 필수인력 모두 형평성에 맞지 않아 불만이 크다. 이젠 단순히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이 아니라, 미래 시대를 맞은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재택근무 관련한 규정이 빨리 생겨야 할 때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몽당연필 끝에 침을 묻혀 국군 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썼던 시절이 있었다. 행여나 흘려 쓸까 봐 꾹꾹 눌러 긁적였던 기억도 난다. 글 좀 쓰는 친구가 있으면 문투를 베끼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용도 엇비슷했다.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었다. 손 편지가 낯선 젊은 세대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간혹 운이 좋으면 국군 장병으로부터 답장을 받기도 했었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정도의 확률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답장을 기대하고 썼던 편지는 아니었다. 디지털시대를 맞으면서 사라진 아날로그 문화가 어디 손 편지뿐이겠는가. ▶손으로 쓰는 글씨들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안타까운 사고현장에는 손 글씨로 적힌 추모 포스팅들이 나부낀다. 아날로그 시대와는 또 다른 손 편지의 변신이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짧게 적은 내용이 눈길을 끈다. SNS에 올려지는 사진 가운데도 손 글씨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올리는 경우들도 많아졌다. ▶가슴 설레는 연정을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할 때도 그랬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이별을 고(告)할 때도 손 편지였다. 사도 바울의 옥중서신이 그랬고 단테의 신곡도 그랬다. 서간체(書簡體)가 당당히 문학 장르가 되기도 했다. 쓰긴 했지만 부치지 못한 손 편지들도 수두룩했다. 쑥스러웠던 탓이기도 했다. ▶격동(激動)과 질곡(桎梏)의 시대에는 유난히 손 편지가 주목받았다. 영어(囹圄)의 몸으로 바깥세상을 향해 썼던 메시지들이 그랬다. 일부 편지들은 민주화의 마중 물이 됐다. 물론 이 가운데는 수신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거나 부치지 않은 편지들도 많았다.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든 게 변한 한해였다. 내년에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어쩌면 올해 우리 자신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또 미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머뭇거리지는 말자. 정호승 시인의 시구를 노랫말로 담은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가 귓가에 맴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난 3월 청주시청의 팀장급 공무원이 다른 부서 여직원의 겨드랑이 뒷부분을 볼펜으로 찌르며 확찐자가 여기 있네, 여기 있어라고 했다. 이 여성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확찐자라고 표현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모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해당 발언의 모욕성을 인정했다. 청주지법 형사22부는 지난 11월12일 확찐자 발언을 한 팀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확찐자라는 표현은 직간접적으로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고, 건강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다 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팀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청주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견책 처분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집콕이 일상화됐다. 겨울 들어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져 바깥 활동은 더욱 줄었다. 집콕 생활을 하면서 활동량이 줄고, 배달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살이 확 찐 사람이 많다. 이런 이들을 확진자에 빗대 확찐자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가 탄생시킨 신조어이자 우스개 표현이지만 듣는 이들은 기분 좋을 리 없다. 지난 10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성인남녀 1천3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12.5%가 신종 코로나 이후 체중이 늘었다고 답했다. 여성(54.9%)이 남성(44.8%)보다 10.1%p 높았으나, 늘어난 몸무게 평균은 남성이 6.4kg으로 여성(4.5kg)보다 1.9kg 많았다. 직업별로는 중고생들이 56.7%로 제일 많았다. 늘어난 이유로는 고열량고지방 배달 음식 섭취량 증가를 가장 많이 꼽았다. 온라인 수업재택근무로 외부 활동량 감소, 운동시설 이용 자제로 인한 운동량 감소, 코로나 블루로 인한 군것질 증가 등의 이유도 컸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 자칫 방심하면 나도 확찐자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급성 허리디스크, 관절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내에서라도 적절한 운동을 하며 과식ㆍ폭식을 삼가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과거 TV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 중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외국인노동자인 블랑카가 그들이 겪는 차별, 학대, 억압 등을 풍자한 것으로 꽤 인기를 끌었다. 이 개그 프로그램이 끝난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우리사회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안타깝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민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은 1천억원에 육박한다. 미사용 연차수당은 고사하고, 월급과 퇴직금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2019년 경북 영천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돈 대신 장난감 쿠폰으로 지급해 대구고용노동청에 고발된 사례가 있다. 이 업체의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200명으로, 전체 체불액은 수억원에 달했다. 차별과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대구의 한 섬유공장에선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운영이 어렵자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했다. 같은 회사 한국인 직원 30여명은 유급휴가를 받았다. 네팔인 직원 6명이 사장에 항의하니, 취업비자 연장을 안 해준다고 해 입을 다물어야 했다. 지난 20일에는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국적의 여성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 경보에도 숙소에 난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였다. 부검결과 사망 원인은 간경화에 의한 간손상으로 나왔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간건강이 나쁜 노동자에게 낮은 온도와 열악한 주거시설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했다. 비닐하우스는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기숙사나 다름없다.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만들어 몇명씩 머문다. 비닐하우스 숙소는 바닥이 지나치게 얇아 단열이 안 되고 웃풍이 세다. 난방시설이라고는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가 고작이다. 이는 화재나 수해 등 재난에 취약하다. 지난 9월 포천의 한 채소농장 비닐하우스에 불이 나 이주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가들은 비닐하우스 기숙사는 사람이 살면 안 되는 곳이라고 한다. 한국사회는 농업, 어업, 제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에도 올 상반기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가 20여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제반 상황은 열악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안전 등 인권도 보호받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과 축복이 넘치는 크리스마스가 왔다. 코로나19 탓에 5인 이상은 모이지도 못하고, 밤 9시 이후에는 식사나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식당도 없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아닌가. 오늘 하루만큼은 모두가 시름을 내려놓고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시간을 갖길 소망한다. 세 살배기 딸에게 착한 일 많이 했나? 산타할아버지가 올 것 같아?라고 물으니 밥 많이 먹고 마스크 잘 쓰고 다녔으니 산타 할아버지가 올 거야라고 답한다. 맞다. 올해는 그 어떤 일보다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것이 가장 착한 일이다. 내가 만약 산타라면 가장 먼저 의료진들을 찾아가 선물을 주고 싶다. 2020년 대한민국 의료진들은 왜 사람들이 의사 선생님ㆍ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지를 몸소 실천해 보여줬다. 그 다음으로는 소상공인들을 찾아가 선물을 줘야 한다. 코로나19로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사상 최악의 연말연시를 보내게 된 소상공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위로가 아닐까. 어찌 됐든 그들이 버텨야 우리나라가 다시금 일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시스템이 마비되면서 갑작스럽게 손자ㆍ손녀들을 돌보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와 선물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또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학업을 해야 했던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에게도 크리스마스만큼은 따뜻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정치인들과 중앙 부처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벗겨지지 않는 마스크를 선물해 주고 싶다. 매일 같이 쏟아내는 말 같지 않은 말로 국민들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그 입을 다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어느 해보다 고단했던 2020년을 살아낸 국민 모두에게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메리 크리스마스. 이호준 정치부 차장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로 상앙이 꼽힌다. 그는 소국인 위나라의 공자였으나 자신을 알아준 진나라 효공에 몸을 의탁하며 부국강병을 목표로 개혁에 나선다. 대부분 개혁이 그렇듯 그도 초창기에 심한 저항을 받았다. 반대 세력이 매일 시위하며 아우성쳤지만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법치ㆍ제도ㆍ생활 등의 개혁에 매진한다. 결혼한 자식은 부모와 한집에 살지 못하게 했다. 인구가 늘면 세금이 많이 걷히고 군대 징발인력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법 취지였다. 지금이야 상상할 수 없이 충격적이지만 이해는 간다. 도성 남문에 기둥을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는 이에게 금 10냥을 주겠다고 방을 붙였다. 백성은 웃었다. 기둥을 옮기는데 거금 줄 사람이 어디있느냐는 반응이다. 상금은 20냥, 50냥으로 올랐다. 모두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어느 날 지나던 사내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기둥을 옮겼고 금 50냥을 받았다. 이렇듯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새 법령에 따라 나라에 공을 세운 이에게는 상주고 잘못하면 벌을 내렸다. 태자의 잘못을 사부에게 물으며 묵형까지 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14일 공수처법 제정안이 통과된 지 11개월여만이다. 개정안의 통과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몫 추천위원의 찬성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해졌다. 이런 이유로 야당 측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가로 추천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당의 들러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최근 공수처장 후보직에서 물러난 한명관 변호사(세종대 교수)의 발언에 주목한다. 그는 후보 심사가 이분법적 논리로 흐르는 것을 보고 내가 생각한 공수처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180석의 위력 앞에 제1야당이 설 자리는 없다. 이대로라면 초대 공수처장도 여당 뜻에 맞는 인물이 될 확률이 높다. 개혁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사기의 고사성어 방민지구 심어방수(防民之口甚於防水)-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홍수)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를 되새겨본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매년 12월22일이 동지인줄 알았는데 지난 12월21일이 동짓날이었다. 평년에는 동지가 양력으로 12월22일인데 윤년에는 12월21일이 동지라고 한다. 4년에 하루 생기는 오차를 바로 잡기 위해 2월에 하루가 추가된 29일이 될 때를 윤년이라고 한다. 이번 동지는 평소처럼 팥죽을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애동지이기 때문이라는데 애동지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들어본다. 올해 동지는 음력 11월7일로 애동지에 해당한다. 음력 동짓달 초순(초하루~10일), 중순(11~20일), 하순(21일~말일) 중 언제 해당되느냐에 따라 애동지, 중동지, 노동지로 분류된다고 한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하면 어린이에게 피부병이 생긴다는 말이 있어 팥죽을 끓이지 않고 팥시루떡이나 팥밥을 해먹는다. 동지는 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라는 뜻인데 동짓날이 지나면 낮이 길어진다. 24절기의 하나인데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22번재 절기다. 조상들은 동짓날에 음의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태양, 불, 피와 같은 생명의 표식인 팥을 죽으로 쒀 먹었다.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 팥죽의 유래는 현존하는 중국 세시기 중 가장 오래된 형초세시기에 나온다. 옛날 공공씨(중국 요순시대에 형벌을 맡았던 관영에서 비롯된 성씨)에게 바로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됐다고 한다. 당시에 이 역질 귀신이 생전에 팥을 싫어했기 때문에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어 역귀를 쫓아냈는데 이것이 풍속으로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역귀때문에 온 국민이 그 어느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동짓날 팥죽, 팥시루떡이 역귀를 쫓듯, 하루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국내 도입돼 코로나19라는 역귀를 쫓아내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유니클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SPA(패스트패션) 브랜드다. 1984년 히로시마에 1호점 개점 이후 전 세계 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에는 롯데와 합작해 2005년 진출했다. 2011년 서울 명동에 1천200평 규모의 한국 최대 매장을 오픈하는 등 중형급 도시에 한곳씩은 있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5회계연도부터 5년 연속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한국의 불매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유니클로 광고 영상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90대 할머니가 10대 여아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고 했다. 한국 광고에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자막을 달아 위안부 모독 논란이 일었다. 광고 속 80년 전은 1939년 일제 강점기로 당시 일본은 국가 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했고, 광복 직전까지 강제 징용에 동원된 인구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많은 국민이 유니클로의 의도된 광고라며 불매를 넘어 퇴출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올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인증은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 근무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주는 것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관련 사업자 선정 시 가점 등 220개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유니클로는 지난 15일 복지부 2020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선정됐고, 2일엔 2020년 서울사회공헌대상 서울시장상도 수상했다. 유니클로의 위안부 피해자 모독 논란, 본사 임원의 한국의 불매운동 조롱 등으로 국민은 불매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줄줄이 우수 기업 인증을 해주고 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기업 인증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인터넷 공간에선 비판이 잇따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붓는 여가부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인증은 신중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미국의 코로나 백신 첫 접종자는 흑인 여성 간호사 샌드라 린지(52)다. 지난 14일 접종한 린지는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병원에서 일한다. 린지는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을 관리감독하는 수간호사로, 지난 봄 뉴욕에서 시작된 미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수천명의 환자를 돌봤다. 현지 언론은 소수 계층의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의료진 중에서도 흑인 여성이자 이민자 출신인 린지가 미국 최초 백신 접종자로 선택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유색인종 사망률이 높았고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에게 안전성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린지가 백신 접종의 적임자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영국에서 90세 백인 할머니가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한 것을 시작으로 각 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 미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EU 27개 회원국도 조만간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회사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1천만명분만 확정된 상태다. 화이자ㆍ모더나(각 1천만명분)와 얀센(400만명분)은 구매약정서만 체결했다. 1천만명분은 코백스 퍼실리티(WHO를 통한 공동구매 방식) 협상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 효과는 70%로, 95% 내외인 화이자ㆍ모더나에 못 미친다고 한다. 대다수 선진국이 일찌감치 백신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개별 제약사와 협상에 나섰다. 지난 5월 코로나 청정국이던 뉴질랜드는 범정부 차원의 백신 확보 TF를 꾸려 글로벌 백신 개발업체들과 접촉, 인구 480만여명이 모두 맞고도 남을 양을 비축했다. 캐나다와 영국도 상반기부터 범정부 TF를 꾸려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은 7, 8월 화이자(1억회분)ㆍ모더나(2억회분)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확보에 정보기관인 모사드까지 동원했다. 감염병은 초기엔 방역으로, 후기엔 백신으로 극복하는 게 기본이다. 다른 나라들이 국력을 집중해 백신 확보에 나섰지만 우리는 안일하게 대처해 뒤로 밀렸다. 연일 1천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지금이라도 전문가ㆍ기업가들과 함께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K-방역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공공병원만 전담할 경우 병상 수가 매우 적은 데다가 보건의료 인력이 부족해 코로나19 환자의 높은 사망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사태 때 공공의료 확충에 대해 반짝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돈먹는 하마라고 지적했고 재정당국은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해 감염병 전문병원 등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016년 기준 5.8%로 OECD 평균인 65.5%에 비해 매우 낮다. 또한, 병상규모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병상 비율은 10.3%로 OECD 평균인 89.7%과는 차이가 크다. 사회보험방식(SHI)의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한국과 같이 공공의료기관의 공급역량이 낮은 국가는 없다. 일본의 경우 공공병상 비율이 27.2%, 독일 40.7%, 프랑스 61.5%다. 2019년 12월말 기준 공공의료 기관은 221개 기관으로 전체 의료기관 4천34개소의 5.5%이며 공공병상 수는 6만1천779병상으로 전체의 9.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부문의 비중이 부족함에도 의료진들의 높은 책임의식과 솔선수범 그리고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수준 덕분에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현재 공공의료 기반 확충은 코로나19의 대확산을 계기로 감염 및 재난 대응의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치ㆍ경제 논리로 접근할 사항이 아니다. 또 공공의료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하는 미래의 백신이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징계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법리적인 결정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듯 정치 성향에 따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무엇이 옳고 틀린지 역사로 평가해 줄 것이다. 다만 작금의 시점에 후폭풍은 거셀 수 밖에 없다. 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 15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수위와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답정너라고 했다. 실제 16일 새벽 4시에 알려진 2개월 정직이라는 징계 결과도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징계가 열리는 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되어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 검찰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된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란 비판에서 벗어나 더욱 건강하고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발언을 했을까를 놓고도 입장이 분분하다. 혹자는 얘기한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잘 짜여진 시나리오 속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우선 검찰의 원전 경제서 평가 조작 의혹 수사가 탄력을 잃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데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됐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시점에서다. 현 정권 들어 헌정사상 최초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18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전현직 사법부 수장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의혹에 연루돼 조사받은 전ㆍ현직 판사만 100여명에 달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도 헌정사상 최초이다. 이명관 사회부 부장
1970년대는 영국 출신 록밴드들의 전성시대였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의 젊었던 시절 BTS였다. 짙은 보라색이라는 뜻의 딥퍼플(Deep Purple)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 제1기 멤버 중 보컬리스트인 로드 에번스(Rod Evans)의 목소리가 매혹적이었다. 그들의 첫 앨범인 Shades of Deep Purple은 번역하면 짙은 보라색의 그늘이었다. 앨범 제목부터 형이상학적이고 서정적이었다. ▶1969년 발매된 이 앨범 수록곡 가운데 백미(白眉)는 허쉬(Hush)였다. 경쾌한 하드록 비트에 허쉬라는 후렴이 인상적이었다. 로드 에번스와 베이시스트 닉 심퍼(Nick Simper)의 호흡은 전율을 느끼게 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의성어인 허쉬는 기성사회에 대한 반항이었다. 록 정신이 저항이었기 때문이다. ▶영한사전에서 Hush를 찾으면 쉿, 조용히 해라는 의미의 의성어 성격이 짙다. 울지 마 등의 뜻도 담겼다. 동사로는 조용히 시키다, 또는 그만 울게 하다 등의 의미도 있다. 결국, 딥퍼플의 명곡 Hush에는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연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픔이 담겼다. ▶최근 종편을 통해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월급쟁이 기자, 단순한 직장인 기자들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첫회에서 면접관에게 인턴기자 지망생인 여성 주인공이 밥은 펜보다 강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독립운동을 하듯 기자생활을 했던 필자 같은 세대에게는 요즘 표현을 빌리면 깜놀이다.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하듯 변해도 그러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올곧은 기자정신(記者精神)이다. 극 중 술자리에서 고참 기자의 자조(自嘲)적인 대사가 그랬다. 기사는 기자들이 쓰는 거야. 기자도 아닌데 뭔 기사를 써? 여성 주인공이 응수한다. 기사는 정확하게 팩트로 써야 하는 게 아닙니까? 취중진담(醉中眞談)인가. 극 중 내레이터는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늘 침묵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었다고 되뇐다.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는 아닐까. 딥퍼플의 아픔을 뜻하는 Hush와 침묵을 의미하는 드라마 허쉬가 오버랩됐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 5월 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근거로 그해 12월 출범한 기구다.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 폭력학살의문사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만든 독립된 국가기관이다. 2006년 4월25일 첫 조사를 시작해 4년2개월 동안 1만1천175건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여순 사건, 보도연맹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여러 과거사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함께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위원회는 조사활동 종합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고, 2010년 12월31일 해산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제한된 시간으로 미해결 과제들이 남았고, 이의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위원회의 활동 재개를 골자로 한 과거사법 개정안이 2020년 5월 국회를 통과,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10일 공식 출범했다. 20052010년 1기가 활동한 뒤 10년 만에 다시 닻을 올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로 접수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수용시설처럼 운용된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를 명분으로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복지원 자체 기록에 따르면 12년간 513명이 사망했고 주검 일부는 암매장됐으며 발견되지 않은 시신도 있다. 위원회는 형제복지원뿐 아니라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등 일제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정권 때까지 벌어진 인권침해조작 의혹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다. 교화를 명목으로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삶이 그냥 묻혀선 안 된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과 사실 은폐왜곡을 낱낱이 밝히고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 명예 회복에 기여하길 바란다. 정근식 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에 대해 과거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프로젝트라고 했다. 과거사 진상 규명은 과거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국가범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우고 과거사를 정리, 진정한 화해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일이라는 의미다. 이연섭 논설위원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에서 배출한 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의 하나로, 탄소 제로라고도 한다. 여기서 탄소는 석유같은 화학연료를 사용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말한다.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하고 배출량만큼 나무를 심거나, 풍력태양력 발전과 같은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오염을 상쇄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세계의 화두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유엔 제출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주요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석연료 확대 정책을 뒤집고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 실현을 공언했다.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당정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전략을 내놨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국민인식 전환 및 기업참여 등 3대 정책 방향 아래 구체적인 전략 틀을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지구환경 보존이라는 대명제와 그 바탕 위에 지속가능한 경제산업구조를 만들려면 탄소 중립화는 필연적 과제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구조는 다량의 탄소배출을 동반한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를 5번째로 많이 배출한다.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탄소중립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등 3개 업종에서만 탄소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산업계 전체로는 800조~1천조원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 탄소 중립화는 험난하고 도달하기 어려운 도전과제다. 시대적 흐름과 대의를 바탕으로 국민의 힘을 모으고 기업의 동참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이맘때쯤이면 내년도 달력을 한 움큼씩 짊어지고 왔다. 출입처마다 각양각색인 달력을 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달력을 받으면 바빴다. 큼지막하게 동그라미 치며 주요 일정을 새겼다. 양가 어르신들의 생일을 내년도 양ㆍ음력 날짜에 맞춰 옮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맞이하는 혼자만의 의식이었다. ▶그런 공짜달력이 올해는 귀하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홍보용 달력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매년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더욱 줄어들었나 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달력을 제작하지 않은 곳도 있다. 삼성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유니세프 등 청소년 교육 및 아동보호 사업을 수행하는 비정부기구(NGO) 9곳의 달력 30만 개를 사들여 임직원에게 나눠줬다. 달력을 자체 제작하지 않고, 사들임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알렸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올해 대체 뭘 했나 하는 회한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미완의 일들이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낼 2020년이기에 그렇다. 끝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 속 맞이하는 첫 겨울이다. 약속으로 빈칸을 찾기 어려웠을 12월 달력도 휑하다. 만남이 자제되고 거리를 둬야 하는 이 겨울이, 누군가에게는 더욱 혹독할 것이다. 온정의 손길을 독려하는 기사가 연말이면 쏟아져나오지만, 올해는 더 절박하게 들린다. ▶언론계 한 선배가 제안했다. 회한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라도 주변을 살펴보자는 거다. 이 도시, 이 동네, 이 거리에 있으나 잘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를 위해 지금 꼭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있을 거란다. 기사든 기부든 1인 자원봉사든 캠페인 참여든 뭐든 해보자 했다. 맞다. 끝을 모르는 혹한 속에도 봄은 오고 꽃은 반드시 핀다. 그때까지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위로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미완으로만 보내기엔할 일이 많은 요즘이다. 정자연 문화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인해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체육계가 선거 열기로 뜨겁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비롯, 중앙경기단체와 시ㆍ도 체육회, 시ㆍ군 체육회에 소속된 회원 종목단체들은 2021년 초까지 회장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선언을 하며 가장 먼저 선거전에 불을 지핀 가운데, 시ㆍ도체육회 회원 종목단체들이 이미 선거를 시작했다. 각 시ㆍ군 종목단체들도 선거 정국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 2016년 생활체육회와 전문 체육을 다루는 체육회가 통합한 이후 처음 치뤄졌을 때에 비하면 경제난과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조용한 편이지만 경선을 치르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도(道)단위 종목단체 선거에서는 분위기가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주권을 가진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대신해 일을 할 선량(選良)을 직접 뽑는 것은 신성하고도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단체장이 체육회장을 겸했던 지방체육회에서는 오랜기간 선거보다는 지명 또는 추대에 의해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이 익숙했었다. 경기도체육회도 이에 익숙했다가 지난 1월 70년 역사상 처음 치러진 민선 체육회장 선거로 인해 아직까지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선거가 지닌 장점보다는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시작된 분파와 불법선거, 그로 인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잘못된 선거풍토를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이다. 4년전 처음 치러진 종목 단체장 선거는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과도한 물리적 통합으로 인해 파생된 갈등의 여파로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체육계가 다시 선거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 우려를 낳고 있다. 선거가 가져다 주는 진정한 효과와 체육인으로서 결과에 승복하고 패자를 보듬을줄 아는 스포츠 정신이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돼 더이상의 분열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최근 방송인 사유리를 통해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다. 결혼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가져서 어머니가 된 여성을 말한다. 보통 미혼모랑은 다르게 의도적으로 정자기증을 받거나 의도적으로 자연수정을 통해 혼인 관계 외에서 자식을 가진 여성을 지칭한다. 정자은행을 통하지 않고 지인이나 친구의 정자를 이용하거나 친구 등과 결혼 계획 없이 임신목적의 성관계를 해서 출산해 아이의 유전적인 아버지로부터 양육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포함된다. 비혼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자식을 가진 경우에 대해 주로 설명한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다양한 정책과 함께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 같다. 실제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으려고 하는 계층들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고 어떠한 형태로 지원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토론장이나 관련 회의를 참석해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아이를 낳으려는 계층에 대해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비혼모를 통해 나온 정자은행 또는 난자은행의 적극적 도입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결혼을 하는 연령대가 높아져 30대 후반~40대 초반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연령대는 사실 아이를 갖기 쉽지 않은 연령대이다. 20~30대 건강한 젊은 남녀가 정자, 난자를 보관해 미래의 출산을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여성 또는 남성을 지원하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비혼모, 인공 출산은 더 이상 먼 미래, 먼 이웃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최원재 문화부장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하루 500명대를 거쳐 며칠째 600명 선을 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가 본격적인 대유행 단계로 진입했고, 전국적 대유행으로 팽창하기 직전의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8일 0시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로 일괄 격상했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가 줄줄이 이어질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다 신규 확진자가 겁나게 늘자 대부분의 회사나 모임에서 송년회를 취소했다. 삼성전자ㆍ현대기아차ㆍLG전자 등 많은 대기업은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안 만나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올해는 랜선 방식의 송년 모임이 늘고 있다. 온라인 회의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모니터 속에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비대면 방식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각자 주문한 음식을 먹으면서 화상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감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전이 보장된다.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온라인 만남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랜선주점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이제 집에서 맥주 한잔 놓고 친구들과 줌 앱에서 만나 수다 떠는 게 어색하지 않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직원 1천여명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2020년을 보내는 랜선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 온택트(Ontact온라인으로 만나다) 송년회다. 회사 측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각자의 집에서 송년회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모니터 앞에서 1천명이 건배를 외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워 보인다. 랜선 송년회가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송년회를 기획하는 전문 업체들도 생겨났다. 랜선 송년회는 프로그램을 잘 짜지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어 직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핵심인데 이런 걸 도와주는 것이다. 랜선 송년회에서 나아가 언택트 종무식과 시무식을 준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언택트 행사가 기업의 뉴노멀(New Normal)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풍속도다. 이연섭 논설위원
금융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났다.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식,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단어들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2030 세대를 주식 열풍에 빠지게 했다. 2030 세대 중 54%가 주식을 하고, 그중 90%가 올해 주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주식시장에는 빚투 영끌이란 말이 생겼다. 빚투는 빚내서 투자한다는 말이고,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의 줄임말이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20대 일자리가 20만 개 줄었고, 30대는 29만 개가 줄었다. 저성장 시대 삶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그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실직 불안에 떨고 있다.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 때문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빚을 내고, 영혼을 끌어 모아 주식에 투자하고 아파트를 사는 현상이 빚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는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인투자자(동학개미)들의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 표현했다. 주식만이 아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 영혼을 끌어 모아서라도 빚을 내 집 사는 사람도 늘었다. 젊은 층이 상당수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의 44%가 20~30대다. 아파트값이 폭등해 지금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부동산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저당 잡힌 젊은 세대들이 안쓰럽다.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 잡고 저축해서 집을 마련하는 예전의 자산축적 모델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세상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해야 하나. 이를 묻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30대 중반인 필자가 최근 또래를 만나 나누는 화두는 늘 부동산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내 집 마련 이야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대화는 항상 기승전 노답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내 집을 마련 할 수 있겠지라는 보이지 않는 희망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곤 한다.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아니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 종합 매맷값은 0.49% 올라 전달(0.30%)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수도권 전셋값 또한 0.74% 상승하며 2015년 4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새로운 임대차 3법을 시행하고, 8월 84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 자신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되레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내에 규제지역의 집을 사면 대출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에까지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할 길을 막아버린 것은 너무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청년층에서는 부동산 블루(우울증)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어느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본 문구다. 코믹하지만 어쩐지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집값을 잡겠다며 24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 국민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도록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현실적인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