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년 알바노조

2010년 12월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청년 최씨가 택시와 충돌해 사망했다. 최씨가 일했던 피자업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달 노동자는 그해에만 3명. 당시 그 피자업체는 30분 내에 배달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피자 값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주는 30분 배달 보증제를 운영했다. 주문에서부터 피자를 굽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15분, 업체는 시간 내 배달을 못할 경우 임금 삭감 등 배달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며 질주를 강요했다.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등은 2011년 2월 해당 피자업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분 배달제 폐지를 촉구했다. #노(NO)30 서비스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SNS 시위를 하며 업체를 압박, 누리꾼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피자업체는 결국 사람 잡는 30분 배달보증제를 폐기했다. 이것이 청년 알바 노동권 운동의 시작이 됐다. 2013년 8월, 우리나라 최초로 알바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그 전까지 알바들이 떼인 돈을 찾고 부당함을 제기하려면 개인적으로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 말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알바노조는 고용주와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합의할 수 있고 필요하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노조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알바는 여전히 많다.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인들도 상당수다. 알바 노인들의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년 알바노조가 결성된다. 평등노동자회가 29일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노년 알바노조 준비위 발족을 선언한다. 이날 70대 여성 청소노동자 9명의 구술기록집 발간식도 열린다. 대부분 한국전쟁 기간 농촌에서 태어나 농사, 공장일, 장사 등을 하다 노인이 돼서도 청소노동자로 일하며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사람들이다. 준비위는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인 나라에서 갈수록 더 길게, 더 불안정하게 일해야 하는 노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족한 노년 복지를 노조를 통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알바노조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소비기한제 도입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한이다. 유통과정에서의 부패 위험 등을 고려해 섭취 가능 기한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 식품으로 알고 버리기 일쑤다.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미개봉 상태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한이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한 전체 기간의 60~70% 안에서, 소비기한은 80~90% 선에서 결정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식품에 따라 최소 20일에서 90일까지 차이 난다. 냉장 보관시 계란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25일 전후까지 섭취할 수 있고 우유는 45일, 두부는 90일까지 섭취가 가능하다. 해외 주요 국가는 대부분 소비기한표시제를 도입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2016년 유통기한 삭제에 합의하고 2018년 소비기한 사용을 결정했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음식물쓰레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유통기한을 삭제한 영국과 유럽연합(EU), 호주, 홍콩, 일본 등은 품질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모두 사용한다. 우리도 환경소비자단체들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앵그리푸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라면우유식용유 등이 담긴 앵그리푸드 키트를 국회의원과 유명 유튜버, 시민에게 전달하고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게 하고 있다.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지지 서명도 받고 있다. 앵그리푸드는 소비가 가능한데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식품을 본 소비자들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대체되면 식제품 수명이 크게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만 1만5천여t에 달하고, 연간 처리비용이 약 2조원 든다고 한다. 또 처리와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엄청나다. 소비기한제가 도입되면 마트나 식당에서 제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 폐기량을 줄이고 경제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코인 광풍’에 뛰어든 2030

최근 코인 광풍이 불면서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2030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취업난, 생활고 등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코인 투자에서 탈출구를 찾는 모양새다. 연일 포털에는 코인 버블과 김치 프리미엄 등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가 쏟아진다. 그러나 2030세대에게는 위험보다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이 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 등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13월) 가상화폐 거래를 한 번 이상이라도 한 2030세대는 233만5천977명이다. 이 중 1분기에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한 20대(81만6천39명)와 30대(76만8천775명)는 158만4천814명에 달한다. 20, 30대 가상화폐 투자자 10명 중 7명이 올해 들어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취업이 안 돼 미래가 불안한 데다, 알뜰히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먼 과거 얘기가 됐다. 때문에 코인에 투자에 수십억원을 벌었다, 차를 바꾸고, 집을 샀다 등의 성공담은 이들을 코인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상화폐와 관련한 불법 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좌를 받고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조치로 불법 행위 등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아쉽게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미흡한 면이 있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주식시장을 앞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코인 급락, 거래소 폐업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가상화폐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기 전, 정부는 서둘러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지지대] 말로만 ‘디지털퍼스트’

매년 4월22일은 정보통신의 날. 고종 21년(1884) 우정국 설치를 기념해 정했단다. 4차산업혁명의 진행 물결로 정보화의 바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화 바람(?)에 기업마다 디지털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이렇듯 기업들이 디지털퍼스트를 모토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세대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날로그 근무 방식에 길든 기업의 임원들과 중간 관리자는 디지털 기기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활용에 능한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 직원들에 의지하면서도 자신은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포장하는 형국이다. 기업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디지털 전략이 가욋일이 되고 갈 길 모르는 임원들은 점차 멀티형 사원이 되기만을 요구하고 있다. 방향은 설정하지 못하고 콘텐츠와 플랫폼만을 바꾸라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원들은 디지털 피로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말로만 디지털 알고 보면 스티브 짭스병에 걸린 상사가 대부분이다. 짭스병은 애플의 전설적 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행동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상사를 비꼬는 말이다. 한 온라인 업체가 사무실 이전을 위해 상권 분석 등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결국 최종 결정에서 경영진이 풍수지리를 보고 새로운 사무실을 결정했단다. ▲국내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전자결재 시스템이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임원들은 여전히 인쇄 보고 없이는 결재를 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다. ▲한 에너지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페이퍼리스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회사에서 지급한 태블릿PC를 들고 회의에 참석하자 임원진에게 핀잔을 들었단다. 고종이 우정국 설치를 명한 지 14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 회사의 디지털퍼스트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최원재 정치부장

[지지대] 시화호 관광유람선

가슴이 저몄다. 저렇게 도도한 바닷물을 어떻게 가둘 수 있었을까. 시흥 정왕동에서 바라다 보이던 서해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바다를 가로 질러 건너편 대부도 방아머리까지 길이 11.2㎞의 올곧은 둑이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이었다. ▶공사기간 동안 강산이 한번 바뀌었다. 시화호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흥과 (안산을 거쳐) 화성 등 고을 3곳을 연결했다. 그런 뜻으로 시화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시흥 정왕동과 안산 대부동, 화성 송산 해안선 등이 그려놓은 반원(半圓) 안에 바닷물이 모였다. 시화방조제는 바닷가를 따라 직선으로 시원하게 이어진 길이다. ▶1991년, 시화호가 막 조성되고 있을 때였다. 화성 송산 앞바다에 외롭게 떠있던 섬에 들어갔었다. 르포를 쓰기 위해서였다. 섬의 문패는 형도(衡島)였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들어왔나. 이를 알아보는 기준이 되는 섬이라는 의미로 저울 형(衡)자를 썼다.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도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주민들이 정착했다. ▶형도는 행정지명상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에 딸렸다. 넓이 640㎡에 해안선 길이 3.2㎞였다. 주민 100여명이 살고 있었다. 그 섬에서 북쪽을 올려다보면 시화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왔었다. 지금은 시화호 간척사업으로 섬과 뭍 사이에 길도 생겼다. 섬의 최고 높이는 140m였다. 석산개발로 대부분 깎여 나가 안타깝다. ▶시화호에도 관광유람선이 뜬다. 오는 9월부터다. 관광유람선 동력은 전기 에너지다. 안산시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뱃길은 시화호가 개발되기 전 사리포구가 있던 안산 호수공원 인근 안산천 하구를 출발, 반달섬을 거쳐 시화호 방조제 안쪽 옛 방아머리 선착장까지다. 출발지와 반달섬, 도착지 등 3곳에 선착장도 조성된다. 최근 편도 21㎞의 옛 뱃길도 복원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시화호에도 뱃길이 있었나 보다. 철탑들이 거대한 유령처럼 이방인들을 맞고 있는 그곳에 말이다. 어디 철탑뿐이랴. 대부도 해안을 따라 풍력발전기들도 큰 키를 자랑한다. 아침이면 머리를 풀어헤치는 안개도 단골손님이다. 그 사이로 서해에서 날아온 삽상한 바람들이 달음박질한다. 관광유람선을 타면 이 녀석들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겠다. 그래서 기다려진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안전속도 5030

지난 17일부터 전국의 차량 제한속도가 낮춰졌다.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시의 일반도로는 최고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했다. 보호구역주택가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낮췄다.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이날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 것이다. 기존 시속 60㎞(편도 1차로)~80㎞(편도 2차로 이상)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차량 속도계나 내비게이션을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갑자기 50㎞로 낮추느라 서행운전이 익숙치 않겠지만 새 속도 기준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시속 50㎞ 하향조정은 OECD 37개국 중 31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도 2017년 부산 영도구, 2018년 서울 4대문 지역에서 시험운영을 했다. 그 결과 영도구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7.5% 감소했고, 서울 사대문 안은 중상자 수가 30% 줄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펴면서 속도 위반시 처벌이 강화됐다. 제한속도를 시속 30㎞ 이상 넘긴 초과속운전에 대해선 높은 벌금은 물론 형사처벌 규정도 신설됐다. 시속 80㎞ 이상은 벌금 30만원에 벌점 80점, 시속 100㎞를 넘으면 벌금 100만원에 벌점 100점이 부과된다. 시속 100㎞ 초과로 3번 이상 적발되면 면허취소에 징역 1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제한속도 50㎞가 적용된 첫 주말, 시민들 사이에선 도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제한이란 반응과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란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급해서 택시를 탄 승객이 많은데 50㎞를 맞추다 애꿎은 택시기사만 욕을 먹게 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우리나라 교통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시속 50㎞로 틀어막으면 교통체증 유발의 원인이 된다며 정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반면 스쿨존, 실버존 등에서의 속도 낮추기에 대해선 환영 입장이다. 경찰은 제한속도를 낮춰도 차량 흐름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주행실험을 해봤더니 13㎞에 2분 증가할 정도로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택시요금도 8㎞에 100원, 1% 증가에 그쳤다고 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하지만 속도만 줄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다른 교통사고 유발 요인도 개선하는 등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백신 특허 풀어라”

특허청이 4월 보건의 달을 맞아 페이스북 친구에게 인류의 건강을 지켜온 10대 발명품을 물었다. 응답자들은 최고 발명품 1위로 백신을 꼽았다.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1등 공신이란 것이 선정 이유다. AP통신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를 인용해 1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3월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약 1억4천만명에 이른다. 사망자 수는 300만225명으로 집계됐다. 몇몇 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해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백신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유럽연합 등 부유한 나라들이 물량의 87%를 싹쓸이 해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 등에선 의료진조차 백신 접종을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백신을 한 명도 맞지 못한 나라가 50국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접종률도 국민의 2.66%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자 나라들은 사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천만 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확보한 유럽연합은 2023년까지 18억 회분 추가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고, 6억 회분 백신을 확보한 미국은 3차 접종 검토에 나섰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3차 접종까지 하면 다른 나라의 백신 수급은 어려워진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셉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세계 저명인사 175명이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백신의 특허효력을 한시적으로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백신 대란속 국가 간 접종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 특허권 잠정 중단은 필수불가결하며 백신 기술은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백신 앞에 세계가 도덕적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 글로벌 정의, 과학의 인류애는 사라진 듯하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백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코로나 극복은 요원하다. WHO도 백신 사재기는 도덕적 잔학 행위라며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들의 피해는 결국 전 세계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석학들 요청대로 백신 특허권을 포기하고 기술을 공유해야 인류가 함께 살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푸저우~타이완 고속철

푸저우(福州)~타이완(臺灣) 고속철 건설. 귀를 의심할 정도로 황당하다. 대륙과 섬을 잇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두 곳의 국가가 엄연히 다른데도 말이다. 국가간 협의는 있었을까. 주체는 중국이다.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1세기 정도 주춤했던 야망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주변국들 심사도 편치않다. ▶100여년 전에는 어땠을까. 개혁세력이 청왕조를 타도하고 공화정을 세웠다. 1912년이었다. 역사는 이를 신해혁명이라고 부른다. 개혁세력은 이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천두슈(陳獨秀)의 공산당으로 갈라졌다. 일본의 침략 앞에서도 으르렁거렸다. ▶2차례 합작은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공산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국민당의 패인은 역대급 부패였다. 국민당이 미국서 구입한 전투기까지 공산당에 팔아넘길 정도였다. 대륙의 주인이 바뀌었다. 1949년 10월1일이었다. 국민당은 타이완으로 쫓겨갔다. 그게 오늘날 중화민국이라고 불리는 타이완 정부다. ▶이때부터 대륙과 섬은 철저한 적대관계였다. 그렇게 73년이 흘렀다. 중국의 염원은 섬(타이완) 흡수다. 섬의 숙원은 고토회복이다. 푸저우~타이완 고속철 건설은 이런 가운데 나왔다. 완공시점이 2035년이다. 발표시점도 양회(兩會) 이후다. 교묘하다. 중국 매체들은 대만해협 1시간이면 가능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통일시간표라는 헤드라인도 달았다. ▶푸젠성~타이완 고속철은 2021~2035년 교통망 확충계획에도 담겼다. 양회를 통해 당원들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이 계획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2020년 적용된 제13차 5개년 계획 때도 포함됐었다. 당시는 고속철이 아니라 해저터널을 뚫는 프로젝트였다. 1년새 고속철로 바뀐 것이다. ▶타이완은 독립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집권 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다. 중국 전투기들은 늘 타이완을 노린다.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에도 진입한다. 그때마다 타이완이 대응에 나선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미국도 팔짱만 끼지 않고 있다. 중국 일각에선 대만 무력통일론까지 나온다. 남의 일이 결코 아니다. 수천년을 불편한 이웃으로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로선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괴담 사회

사회가 흉흉할 때마다 괴담이 유행처럼 번진다. 괴담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지만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정 계층, 인종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때도 있다. ▶14세기 중세 유럽에는 마녀 괴담으로 수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동양으로 치면 무속인이었던 마녀들은 기독교 세력이 득세하면서 악마를 숭배하는 사회악이라는 괴담이 퍼졌다. 급기야 당시 창궐한 흑사병도 마녀들이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고 마녀들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마녀 사냥, 마녀 재판이 열렸고 중세 유럽 사람들은 재판에서 마녀로 판명될 경우 화형에 처했다. 프랑스 영웅으로 잘 알려진 잔다르크도 마녀 재판을 받고 처형됐다고 하니 그 시대 마녀 괴담의 위력을 짐작케 한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유행하면서 미국 등에서는 동양인 괴담이 돌고 있다. 이 괴담은 이미 괴담을 넘어 동양인 혐오로 확대됐다. 코로나19 발병 원인과 책임을 동양인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동양인을 상대로 한 묻지 마 폭행과 약탈 등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수면 아래 있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심화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 퍼진 코로나 백신 괴담 역시 흉흉하다. 백신 수급 차질과 안전성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근원을 알수 없는 괴담이 퍼질 조심이다. 백신 부작용이 심각해 맞으면 사망한다는 내용 등은 이미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괴담이다. 이 백신 괴담은 정부 백신 정책에 대한 불신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신속한 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 기피는 우리가 그리는 평범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찾는 시기를 지연시킬 뿐이다. ▶괴담 사회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경험하지 못한 미래와 현재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괴담을 믿어버린다. 결국 정확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신뢰를 확보했을 때 괴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코로나 괴담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지지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남서부 시마네현(島根縣)을 찾은 건 10여년 전이었다. 당시도 독도문제로 시끄러웠다. 현청 소재지인 마쓰에시(松江市)에서 오키(隱岐) 제도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을 찾았다. 오키제도는 독도처럼 동해에 위치한 외로운 섬들이다. 곳곳에는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유령단체 명의의 현수막들이 즐비했었다. ▶오키제도도 마찬가지였다. 주도(主島)인 도고(島後)는 물론 섬들 곳곳에서 비슷한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오키제도 주민들의 생업은 어업이다. 고기를 잡는 바다는 물론 독도 인근이다. 이곳에서 독도까지는 불과 158㎞다. 섬 곳곳의 풍광이 낯설지 않은 까닭이었다. ▶복수의 주민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독도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답은 비슷했다. 한국 땅일수도 있겠죠. 정부 입장에 굳이 토를 안달겠다는 뜻이다. 내심은 어느 나라 땅이든 관심없다이지 않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정부는 한결같다. 독도문제를 놓고도 그렇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방류방침을 정했다. 2년 뒤 실행을 목표로 규제당국 승인과 관련시설 공사 등으로 오염수 해양방류를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해양방류는 30~40년 동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건 지난 2011년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폭발사고가 그 발단이다. 이후 원자로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됐다. 현재도 하루평균 오염수 140t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오염수 125만844t이 보관돼 있다. 문제는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로 처리해도 삼중수소(트리튬)라는 방사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해양방류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의 반발도 심상찮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는 단순하지 않다. 바다도 흐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바다만 오염시키는 게 아니다. 정말 모르는 걸까. 도대체 배려를 모르는 상식 이하의 사고방식을 가진 국가를 언제까지 이웃으로 두고 살아야 하는 걸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단지회’를 아시나요?

안중근(1879~1910) 의사는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한반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했다. 이후 중국 뤼순형무소에 수감돼 이듬해 2월14일 사형이 선고됐고, 3월26일 처형됐다. 안 의사는 재판 과정에서 동양평화를 설파하며 일본의 부당한 침략행위를 알렸다. 동양평화론은 안 의사가 옥중에서 쓴 미완성의 책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일을 동양 평화의날로 제정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안중근 의사를 생각하면, 먼저 단지(斷指)를 한 의연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안 의사는 1909년 동지 11명과 목숨 바쳐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손가락을 끊어 맹세했다. 왼속 약지의 첫 관절을 자르고 혈서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을 썼다. 이 애국결사 모임이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다. 이들은 그해 10월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처단을 결심한다. 동지 우덕순과 거사의 뜻을 같이하고 동지 조도선과 통역 유동하와 함께 이강의 후원을 받아 행동에 나섰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성공했으나, 그 또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안 의사에게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고, 1970년 서울에 기념관이 건립됐다. 단지회의 다른 멤버들에 대해선 크게 알려진 것이 없다. 드러내놓고 독립운동을 펼칠 수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때문에 현재 후손들의 현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보훈처와 광복회 등에서도 후손이 몇 명이고, 어디 살고 있는 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며 애국지사들의 독립운동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을 후손들은 몹시 안타까워 한다. 단지회 일원이었던 훈춘의 호랑이 황병길 선생의 외손자 박동일웅씨(84)는 어딘가에 뿌리 내렸을 단지동맹의 후손을 만나보는 것이 소원이다. 비슷한 인생사를 걸어왔을 후손들을 만나 조상의 독립운동과 조국사랑 얘기 등을 나누고픈 것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독립유공자들의 삶은 힘겨웠다. 정부 지원이 늘었다해도 애국지사 후손들은 여전히 어렵고 외롭다. 정부는 독립운동가 발굴 및 후손 지원 확대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동일웅씨의 소원도 이뤄지도록 하면 좋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내로남불

4ㆍ7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조국 사태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 임직원의 땅투기 의혹, 여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인사의 불공정ㆍ부도덕 등에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컸다. 성난 민심은 투표로 준엄하게 심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민주당의 패배 원인은 내로남불이다.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희의 부족함이 국민께 크나큰 분노와 실망을 안겼다.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면서 분노와 질책,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음을 안다. 더 꾸짖어달라. 마음이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2030 초선의원 5명도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와 여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박용진 의원도 선거 참패 원인이 민생 무능과 내로남불에 있다고 했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이르는 신조어다. 내가 하는 건 나름 이유가 있고 괜찮지만, 남이 하면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뜻으로 자신을 합리화 할 때 쓴다. 사자성어 같은 내로남불은 창피스럽게도 글로벌 용어가 됐다. 뉴욕타임스가 47 재보궐 선거 기사에서 여당 참패는 문재인 정권 진보 인사들의 위선 때문이라며 한국에선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정적 뉘앙스의 한국어가 해외에 소개된 사례가 종종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한항공 일가의 물컵 사건 때 한국어 표현 그대로 갑질(gapjil)로 보도했다. 갑질은 중세시대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로 정의됐다. 영국 BBC는 한국어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한 바 있다.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했다. 내로남불이 한국사회를 표현하는 말이라니 부끄럽다. 내로남불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공정과 정의를 해친다. 말뿐인 반성과 성찰이 아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쇄신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정당한 대가

정당(正當)은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함을 뜻한다. 누구에게나 가장 공평하게 적용할 수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정당함이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가치 있는 지향점으로 자리한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세상, 나쁜 일을 했다면 처벌받는 세상, 가치를 받았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는 세상. 이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정당함이 무너지는 건 의외의 지점이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꼴로 가진 자동차를 주차하는 일이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주차는 언제나 우리를 괴롭히는 일 중 하나다. 주차공간은 가는 곳마다 부족하고, 불법 주차한 차량을 아슬아슬 비켜가다 보면 욱하는 마음도 든다. 그동안 주차난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생긴다고 믿었는데, 인천의 주차난 지역 주변의 공영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잖이 당황했다. 불법 주차는 해도, 텅 빈 유료 공영주차장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하루 이용량이 전체 주차 면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주차장도 있다. 주차는 무료라는 시민 의식이 이 같은 현상을 빚어낸 것이다.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데는 수십억 원이 든다. 수십억을 들여 조성한 주차공간을 이용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내는 게 아까워 불법을 택한다는 건 정당한 일이 아니다. 차를 사고 운전하는 건 선택이지만, 공간을 받고 정당한 대가를 내는 건 일종의 의무다. 주차유료화는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수입을 통한 재투자로 주차공간 확대도 가능하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정당한 시민이 가져야 할 기본 의식 아닐까.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지대] 국민의 심판은 끝나지 않는다

내가 (대한민국) 역사야, 이 나라고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더킹에서 검사장 한강식의 일갈이다. 한강식은 부패ㆍ정치검사다. 권력을 잡고 지키기 위해 검사직을 악용하며 온갖 불법을 저지르며 승승장구한다. 정치인의 비리를 캔 뒤 협박하는 건 애교 수준이다. 대선에 개입, 선거판을 뒤엎으려는 기획수사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한강식을 동경하며 권력의 정점에 서고픈 박태수 검사. 그는 한강식의 라인에 서서 이슈를 이슈로 막고,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었다. 그 대가는 달콤했다. 일선 검사로는 꿈도 꾸지 못할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린다. 욕망의 끝이 그렇듯 그는 버림받고 검사직까지 빼앗긴다. 모든 것을 잃은 그가 선택한 것이 정치다. 부패ㆍ정치검사는 민주투사로 변신하고 어느덧 영화는 종반부 선거개표 카운트 장면으로 바뀐다. 이때 박태수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내가 어떻게 됐냐고. 당선됐냐고. 떨어졌느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왜냐하면 그건 당신이 결정하는 거니까. 영화감독은 아마도 권력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4ㆍ7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다. 비전은커녕 자성도 없는 네거티브와 막말이 쏟아졌다. 정책은 실종되고 내곡동땅, 생태탕, 명품구두만 남았다. 내로남불의 여당 정치인 행태, 특정방송인의 핀셋 인터뷰는 문 정부가 그렇게 외치는 공정을 상실했다. 치졸해도 이처럼 치졸할 수가 없다. 선거비용으로 824억이 쓰였지만 100원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 이하다. 한국정치의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사전투표율이 20.54%로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유권자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치인들의 재보궐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의 심판은 끝나지 않는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지지대] 제65회 신문의 날

한 젊은이가 있었다. 국운이 기울던 조선말이었다.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만 결국 실패했다. 미국으로 망명, 의사가 됐다. 그러다 일시 귀국했다. 새로운 매체 창간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독립신문이었다. 젊은이의 이름은 서재필이었다. 나라의 명칭은 1년 후 대한제국으로 바뀌었다. 이후 독립협회도 결성했다. ▶제호 중 뒷부분은 새로운 신(新)과 들을 문(聞)이 합쳐졌다. 완전한 독립을 기원하는 새로운 소식들이라는 뜻이었다. 뉴스(News)의 번역어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뉴스는 新聞(중국어 발음으로 신원)으로 통용된다. 지금도 그렇다. ▶독립신문에는 새로운 소식들을 전하는 기구라는 의미도 담겼다. 영문판인 The Independent는 외국에 조선실정을 알렸다. 관리들의 무능과 부패 등도 꼬집었다. 외세침탈에 저항하는 언론의 전통도 세웠다. 그때가 1896년이었다. ▶독립신문은 논평과 비판을 중요한 기능으로 삼았다. 서재필은 창간호 논설을 통해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가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다.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의 행적을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독립협회가 해체되는 1899년 12월4일까지 발행됐다. 2012년 10월17일 등록문화재 제506호로 지정됐다. ▶반세기가 흐른 1957년 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창립됐다. 이 단체는 이날부터 1주일 동안을 신문주간으로 설정했다. 기념행사로 서울 시공관(현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독립신문 창간 제61주년 기념식을 열고 신문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언론계는 이를 계기로 해마다 이날을 신문의 날로 정하고, 선언문과 함께 그해의 행동지표로 표어를 제정, 실천을 다짐해오고 있다. 1주일 동안 각종 신문주간 기념행사도 펼쳐진다. ▶신문의 날은 대한제국 시절 외세침략으로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기 위해 헌신했던 독립신문 정신을 계승했다. 매년 4월7일이다. 자주독립민권 기틀을 확립하고자 순한글판으로 출발했던 기상도 이어받았다. 그때의 구국이념을 본받아 민주자유언론 실천의지도 새롭게 다짐한다. 제1회 신문주간 표어는 신문은 약자의 반려였다. 사회는 그때의 약속을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오늘은 어느새 65번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택시 합승’ 허용

중년층 이상이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다른 손님과 함께 택시를 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강남역이나 사당역 등에서 안양, 수원 한 분 출발을 외치며 합승할 승객을 찾던 풍경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합승이 허용되던 시절, 운행 중인 택시기사는 중간중간 서서 어디까지 가세요? 묻고는 같은 방향이면 맘대로 다른 승객을 태웠다. 때때로 술 취한 승객이 타면 고약한 술 냄새에 코를 막아야 했고, 시비라도 걸면 어쩌나 겁을 먹었다. 같은 방향이라기 보다 비슷한 방향이어서 돌아갈 경우엔 기사와 승객이 경로와 요금을 놓고 시비를 벌였다. 합승을 가장해 강도짓을 하는 범죄도 있었다. 택시 합승은 기사의 호객행위, 요금 시비 등 여러 부작용으로 1982년 금지됐다. 정부가 단속과 처벌 수위를 높이자 자취를 감췄다. 이후 낯선 사람과의 동승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보다 편안하게 택시를 탈 수 있게 됐다. 39년만에 택시 합승이 허용된다. 정부가 상반기 중 플랫폼을 활용한 자발적 택시 합승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플랫폼 앱을 통해 자발적으로 택시 합승을 원하는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시켜 심야 시간대 택시 잡기가 쉬워지고, 같이 가는 길의 비용을 나눠 지불해 택시값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반기 중 법령을 개정해 규제를 풀 계획이다. 이미 플랫폼 기업 코나투스가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적용받아 반반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 경로 70% 이상이 겹치거나 비슷한 승객 2명이 자발적으로 동승을 신청하면 앱이 택시를 호출해 이들을 이어주는 방식이다. 혼자 탈 때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심야 승차난도 해소된다지만 온라인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택시 합승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불법적 합승 강요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우려한다. 자발적 합승이라지만, 합승을 원하지 않는 고객은 택시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택시 합승 거부감이 더 크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방역에 방해되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안전과 방역에 역행하는 택시 합승의 부활, 적절한 지 의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의 주인공 존 메이는 런던의 구청 공무원이다. 20년 넘게 고독사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일을 해왔다. 그는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지 수소문해 부고를 알린다. 연락받은 지인 중 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고인과 사이가 틀어졌거나, 오랜 단절로 마지막까지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 존 메이는 고인의 종교나 문화권에 맞는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애쓴다. 사진이나 유품을 통해 고인의 삶을 추측해 추도문을 작성한다. 화장한 유골은 나무 아래 뿌리고, 사진은 앨범에 넣어 간직한다. 자신만이라도 그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어느 나라에나 있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로 고독사ㆍ무연고사가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는 사망 시점에서 홀로 죽는 것이고, 무연고사는 장례 시점에서 시신을 인도받을 이가 없는 것으로 개념이 좀 다르다. 고독사 뒤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 시신이 인계되는 경우도 있고, 시신 인도를 거부해 무연고사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장사법상 배우자, 자녀, 부모 순으로 장례 결정권이 있는데 장례 비용, 가족관계 단절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무연고사로 처리된다. 죽음 뒤 쓸쓸하게 홀로 남겨진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17년 2천8명,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536명에서 지난해 2천88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1천298명으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다. 아무도 곁에 없이 맞는 죽음이 사회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정부가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 관리를 위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이달부터 시행한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경기도 공영장례 지원 조례에 근거해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사망자,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ㆍ기피한 사망자를 대상으로 장례서비스를 지원한다. 스틸 라이프의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는 한 사회의 품격은 죽은 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에이프릴 풀스 데이

4월1일 만우절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날이다. 서양에서 유래한 풍습으로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라고도 하며 이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 바보(April fool) 또는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고 부른다. 4ㆍ7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각 후보는 서로의 거짓말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TV토론 기조연설에서부터 내곡동 땅 문제, 이것은 오세훈 후보의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태도가 문제라며 자고 나면 거짓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쟁점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속한 서초구 내곡동 일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했느냐였다. ▶지난 2015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고성군수 재선거 지원유세에서 새누리당 군수의 선거법위반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또 후보를 내고 표를 달라고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시장들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당헌을 억지로 뒤집으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의 내곡동 거짓말을 쉴 새 없이 공격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문제 지역에 후보를 내놓지 않겠다고 한 말을 뒤집었다고 민주당을 비난한다. 거짓말의 정의에 관해서는 철학사상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었다. 허위의 언명은 모두 죄로 간주된다와 언사 중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만이 거짓말이라 불리는 죄악으로 간주된다는 주장이다. 유권자들은 여당의 거짓말과 야당 후보의 거짓말 중 어떤 거짓을 더 나쁜 거짓으로 판단할까. 거짓의 무게에 따라 이번 선거의 승패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원재 정치부장

[지지대] 봄꽃의 경고

나뭇가지마다 화려한 옷을 입었다. 봄꽃이다. 올해는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수원관측소 기준으로 개나리는 지난달 22일, 진달래는 23일 폈다. 진달래는 평년보다 8일, 개나리는 평년보다 9일 빨리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29일 개화한 벚꽃은 평년보다 12일이나 일찍 찾아오면서 31일 기준 만발했다. 이른 봄꽃은 사실 자연의 심술이자 경고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꽃들도 일찍 피어났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신기후평년값에도 기온 변화는 잘 드러난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간 기온과 강수량 등을 평균한 신기후평년값에 따르면 수도권 연평균기온은 12.3℃다. 이전 평년값(11.9℃) 보다 0.4℃, 10년 평균 기온 기준으로 1980년대와 비교하면 2010년대가 1.1℃ 나 상승했다. 자연의 경고가 기후 평년값마저 바꿔버렸다. 기후변화는 계절 길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봄과 여름은 길고 가을, 겨울은 줄었다. 봄은 91일, 여름은 118일로 각각 4일 길어졌다. 가을은 69일로 하루, 겨울은 87일로 7일이나 짧아졌다. 평균기온 1℃ 상승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환경부 분석을 보면 농작물의 재배지는 북쪽으로 81km 올라가고, 감자의 생산량을 뜻하는 상서수량은 11% 줄어든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8% 증가하고, 모기 성체 개체 수가 27% 늘어 감염병 발생률도 커진다. 희망은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적극적으로 감축한다면 평균기온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나무 심기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 △자차 대신 저탄소 대중교통 이용 등이다. 실천 의지만 있다면 실현 가능한 일들이다. 기후 변화는 봄꽃이 일찍 피고 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미래 아이들의 생존 문제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지지대] 임진강 거북선

임진강 거북선? 뭔가 좀 생뚱맞다. 이순신=거북선 등식이 아직은 명쾌하기 때문이다.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이순신 거북선은 현재로선 정설이다. 이런 가운데, 이보다 180여년 전에 거북선이 임진강 모의전투훈련에 투입됐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임진강 거북선의 핵심이다. 근거는 거북선이 조선초 임진강으로 들어온 왜구들을 격파했다는 기록이다. ▶임진강 거북선은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태종이 임진나루를 지나다 거북선과 왜구가 탄 함선과의 전투를 목격했다. 1413년 2월이다. 임진나루는 현재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위치한 교하 언저리다. ▶백지원 작가 등도 임진강 거북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무선의 화약기술에 의해 고려말부터 전함건조술은 동북아 최강이었다. 거북선도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오늘날 대포 등에 해당하는 총통이 실린 함선도 조선이 유일했다. 비슷한 시기 유럽의 레판토 해전(Battle of Lepanto) 전함들도 갖추지 못한 시스템이었다. ▶거북선은 그런 기술을 통해 탄생됐다. 서해안ㆍ남해안에 수시로 출몰했던 왜구를 어떻게 하면 퇴치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나온 성과물이기도 했다. 당시 전함들은 기본적으로 판옥선 구조였다. 그 위에 덮개를 얹은 형태였다. 조선의 함선들은 그렇게 임진왜란으로 이어졌다. ▶경기일보는 파주시가 내년 목표로 임진강 거북선 실물건조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는 이를 위해 설계 마지막 절차인 복원실시설계용역 착수보고회도 열었다. 내년 실물건조를 목표로 용역 중간결과 값이 나오는 6~7월 임진강 거북선 연구발표회, 8월 거북선 AR시스템 착수ㆍ모형제작 등을 추진한다. 임진강 거북선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임진강 거북선의 최초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15세기 우리의 조선기술이 세계 최강이었음은 이미 입증됐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실물에 가까운 임진강 거북선 건조도 가능하다. 노를 이용해 이동하며 포(砲)도 쏘는 체험형 거북선으로 건조, 동적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면 차별화도 가능하다. 뿌듯해진다. 올해 들어서도 조선 수주량이 세계 1위라는 소식과 말이다. 세계 최고 조선기술은 우리의 자랑스런 DNA이다. 그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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