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사랑과 축복이 넘치는 크리스마스가 왔다. 코로나19 탓에 5인 이상은 모이지도 못하고, 밤 9시 이후에는 식사나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식당도 없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아닌가. 오늘 하루만큼은 모두가 시름을 내려놓고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시간을 갖길 소망한다.
세 살배기 딸에게 “착한 일 많이 했나? 산타할아버지가 올 것 같아?”라고 물으니 “밥 많이 먹고 마스크 잘 쓰고 다녔으니 산타 할아버지가 올 거야”라고 답한다. 맞다. 올해는 그 어떤 일보다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것이 가장 착한 일이다.
내가 만약 산타라면 가장 먼저 의료진들을 찾아가 선물을 주고 싶다. 2020년 대한민국 의료진들은 왜 사람들이 의사 ‘선생님’ㆍ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지를 몸소 실천해 보여줬다.
그 다음으로는 소상공인들을 찾아가 선물을 줘야 한다. 코로나19로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사상 최악의 연말연시를 보내게 된 소상공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위로가 아닐까. 어찌 됐든 그들이 버텨야 우리나라가 다시금 일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시스템이 마비되면서 갑작스럽게 손자ㆍ손녀들을 돌보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와 선물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또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학업을 해야 했던 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에게도 크리스마스만큼은 따뜻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정치인들과 중앙 부처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벗겨지지 않는 마스크를 선물해 주고 싶다. 매일 같이 쏟아내는 말 같지 않은 말로 국민들을 더욱 피곤하게 하는 그 입을 다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어느 해보다 고단했던 2020년을 살아낸 국민 모두에게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메리 크리스마스.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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