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 앞 마트를 찾았다.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모처럼 저녁상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된장찌개와 달걀말이,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장을 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소라면 원산지와 유통기한만 확인하고 카트에 담았지만, 이날은 주부들 사이에서 신중을 기했다. 올라도 너무 오른 물가 때문이었다.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뛰어 약 9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2.3%)에 이어 두 달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범위(2%)를 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물가 흐름을 보면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3.3%)와 신선식품지수(13.0%)가 상승했다. 농산물(16.6%) 오름폭이 가팔랐고, 원재료값이 뛰면서 국수(7.2%)와 식용유(6.3%), 두부(6.2%)는 물론 빵값(5.9%)까지 올랐다. 석유류는 23.3%나 수직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가 상승이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에 농축수산물의 작황 부진, 높은 유가까지 겹친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 수확기 도래와 산란계 회복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국제유가 오름세도 제한적인 만큼 하반기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서민들의 고통은 크다. 더욱이 한 번 오른 상품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작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만 향하는 물가는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 정부가 달걀 수입 물량 확대, 가공용 쌀 추가 공급, 돼지고기 할인 판매 등 물가관리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물가안정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긍정적 전망에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지만, 지금은 국민의 시름을 덜 현명한 물가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오피니언
홍완식 경제부 차장
2021-06-03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