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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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 5월 제정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근거로 그해 12월 출범한 기구다.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 폭력·학살·의문사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만든 독립된 국가기관이다. 2006년 4월25일 첫 조사를 시작해 4년2개월 동안 1만1천175건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여순 사건, 보도연맹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여러 과거사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함께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위원회는 조사활동 종합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고, 2010년 12월31일 해산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제한된 시간으로 미해결 과제들이 남았고, 이의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위원회의 활동 재개를 골자로 한 과거사법 개정안이 2020년 5월 국회를 통과,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10일 공식 출범했다. 2005∼2010년 1기가 활동한 뒤 10년 만에 다시 닻을 올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로 접수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수용시설처럼 운용된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를 명분으로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복지원 자체 기록에 따르면 12년간 513명이 사망했고 주검 일부는 암매장됐으며 발견되지 않은 시신도 있다.

위원회는 형제복지원뿐 아니라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등 일제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정권 때까지 벌어진 인권침해·조작 의혹·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다. 교화를 명목으로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삶이 그냥 묻혀선 안 된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과 사실 은폐·왜곡을 낱낱이 밝히고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 명예 회복에 기여하길 바란다.

정근식 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에 대해 “과거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프로젝트”라고 했다. 과거사 진상 규명은 과거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국가범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우고 과거사를 정리, 진정한 화해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일이라는 의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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