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랜선 송년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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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하루 500명대를 거쳐 며칠째 600명 선을 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가 본격적인 ‘대유행’ 단계로 진입했고, 전국적 대유행으로 팽창하기 직전의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8일 0시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로 일괄 격상했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가 줄줄이 이어질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다 신규 확진자가 겁나게 늘자 대부분의 회사나 모임에서 송년회를 취소했다. 삼성전자ㆍ현대기아차ㆍLG전자 등 많은 대기업은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 안 만나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올해는 ‘랜선 방식’의 송년 모임이 늘고 있다. 온라인 회의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모니터 속에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비대면 방식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각자 주문한 음식을 먹으면서 화상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감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전’이 보장된다.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온라인 만남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랜선주점’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이제 집에서 맥주 한잔 놓고 친구들과 줌 앱에서 만나 수다 떠는 게 어색하지 않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직원 1천여명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2020년을 보내는 랜선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 온택트(Ontact·온라인으로 만나다) 송년회다. 회사 측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각자의 집에서 송년회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모니터 앞에서 1천명이 ‘건배’를 외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워 보인다.

랜선 송년회가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송년회를 기획하는 전문 업체들도 생겨났다. 랜선 송년회는 프로그램을 잘 짜지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어 직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핵심인데 이런 걸 도와주는 것이다. 랜선 송년회에서 나아가 언택트 종무식과 시무식을 준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언택트 행사가 기업의 뉴노멀(New Normal)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풍속도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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