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은 저주받은 올림픽이다., 올림픽은 40년마다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을 치루지 못하게 되자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 발언이다. 일본에선 그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컸는데, 실제 올림픽은 40년마다 사건이 있었다.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1940년 제12회 올림픽을 도쿄에서 열 예정이었는데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개최권을 반납하게 됐다. 대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기로 했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결국 무산됐다. 40년 후인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서방 62개국의 보이콧으로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했다. 다시 40년 후, 2020년 도쿄올림픽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 연기돼 오는 7월23일 개막하지만 해외 관중을 받지 않아 반쪽 대회가 될 전망이다. 1896년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해외 관중이 없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0 도쿄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전쟁이 아닌 이유로 대회가 미뤄진 첫 사례에다 해외 관중이 금지돼 열광적 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IOC와 조직위는 육성 응원 대신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수도, 관중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해외 티켓 판매분 63만장은 환불 처리된다. 해외 관중을 받지않고 국내 관중을 50%로 제한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최대 1조6천258억엔(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완전 무관중일 경우 손실은 2조4천133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당국은 올림픽 출전 선수에게 백신을 의무화하지 않아 이 또한 불안 요소다. 도쿄올림픽은 재건과 부흥을 위한 일본의 승부수였다. 올림픽을 통해 20년 경기침체의 종지부를 찍고,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해 재도약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1년 연기에 이어 반쪽짜리 대회가 불가피해지면서 올림픽 흥행은 빨간불이 켜졌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도쿄 코로나 올림픽이 제대로 치뤄질까 걱정이 크다. 이연섭 논설위원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이다.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년 국민당 정부 수립 이후 1950년부터 시행했다. 국민의 16%에 불과한 백인의 특권을 보장하고 흑인을 극심하게 차별대우한 이 정책은 세계적 비난을 받았고, 넬슨 만델라가 1994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뽑히면서 철폐됐다. 3월 21일은 UN이 정한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1960년 같은 날 남아공 샤프빌에서 있었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를 기념해 제정됐다. 오늘날 인종차별 정책의 대명사가 된 이 단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범죄와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 유엔 에이즈(UN AIDS)는 가장 취약한 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백신이 개발됐지만 심각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부른다고 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천300만명 넘는 세계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한창이지만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유럽연합 등 고소득 나라들이 백신의 75%를 싹쓸이해 접종에 속도를 내며 마스크 의무 조치를 해제하는데 반해 아프리카에선 의료진조차 백신 접종을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도덕적 잔학 행위라며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들의 피해는 결국 전 세계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HO는 일부 나라가 백신을 독점할 수 없도록 지난해 백신 공유 프로그램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구성했지만, 부자 나라 정부들이 제약사와 선구매 계약을 맺어 초기 물량을 싹쓸이했다. 코로나19 백신 앞에서 세계가 도덕적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 글로벌 정의는 사라졌다. 몇몇 나라가 백신을 독점할 경우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돼 전 세계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참여연대와 민변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후 우리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1년여간 메인뉴스를 장식했던 코로나19도, 아동학대 사건도, 심지어 서울ㆍ부산시장 선거마저도 LH발 국민분노 이슈에 파묻히는 모양새다. 현재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경기도내 개발예정지에 LH 직원, 전ㆍ현직 공무원 및 정치인 등 60여명이 투기 의혹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이들의 재산이야 매년 공개되는 것이지만, 올해는 이들의 재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자체가 다르다. 경기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소유한 토지는 축구장 34.9개 면적(24만9천296㎡)에 달한다. 경기도내 31개 시장ㆍ군수들의 평균 재산신고액은 12억6천500만여원이었고, 31명 가운데 11명이 10억원이 넘는 토지와 건물을 신고했다. 경기도의원은 총 141명 가운데 29명(20.5%)이 10억원 이상의 부동산 보유 사실을 신고했다. 이들이 자신의 재산을 정당하게 취득했는지, 재산형성과정에서 불법적이 요소가 있는지는 국민에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이미 정부ㆍ공직자 및 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이었던 상황에 LH 사태까지 발생, 신뢰도가 바닥을 뚫고 끝도 없이 추락했다. 재산을 정당하게 취득했다 해도 그 말을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번 국민의 분노가 단순히 몇 명의 공무원의 비위 행위를 적발하는데 그쳐선 안 된다. 분노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야 한다. 몇 년 전 한 경제분야 교수는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이 로또에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20억원을 벌 확률보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더 높다는 것. 로또가 더 경제적 활동이라는 결론이다. 분노해야 한다. 이번 분노가 공정한 세상, 상식적인 세상이 되는 출발이 돼야 한다. 이호준 정치부 차장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終身之計 莫如植人也(종신지계 막여식인야 :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이 쓴 관자에 나오는 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부침이 심했다. 입시제도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이며, 사회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의미다. 대학입시제도를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대학입학예비고사본고사병행제(19691980), 대학입학학력고사내신제의 병행제(19811993), 대학수학능력고사내신제본고사병행제(1994)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틀 안에서 짧게는 1~2년마다 작은 변화가 계속 반복됐고, 당시의 수험생들은 정해진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바뀌는 제도의 희생양으로 재수나 삼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도 부지기수였다. 올해 11월18일 예정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선택과목제 확대에 따른 복불복 우려가 크다.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변경된다. 즉 과거와 달리 국어와 수학이라는 주요 영역에서도 선택해야 한다. 이미 탐구 영역에서 과목 선택에 따라 표준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선택과목제 확대에 따른 복불복 문제는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1개를 택해야 하는 수학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오는 2025년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도 큰 변곡점이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입시 중심의 교육 체제를 바꾸자는 취지이지만, 이에 따른 대학입시는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입시제도 정책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교육 내적인 관점에서 비롯돼야 하지 않을까? 이명관 사회부장
들녘은 다소곳했다. 땅 밑에선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바람도 날렵했다. 종다리 여러 마리가 호루라기처럼 날아올랐다. 초등학교 뒤편으로 펼쳐진 땅들도 그랬다. 시흥시 미산동ㆍ매화동ㆍ은행동 등지에 걸쳐진 호조벌이라고 불리는 곳의 3월 하순 풍광이다. ▶수백년 전 이곳에선 바닷물을 막는 간척공사가 펼쳐졌었다. 백성들은 개펄에서 쉴 새 없이 흙을 파 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제방을 만들어 다져진 땅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금기가 가신 옥토로 변했을 터이다. 지금도 땅에 코를 들이대면 그때 일꾼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 냄새가 풍긴다. 아련하다. ▶김을 매다 허리를 펴면 북쪽으로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탄 배가 닿았다는 소래산이 한눈에 들어 왔을 것이다. 백제를 멸하기 위해 이 땅을 찾았던 소정방에게 한두 번쯤은 눈도 흘겼을 터이다. 서남쪽으로는 군자봉이 내려다 보고 있다. 동쪽을 제외하곤 온통 뫼뿐이다. ▶호조벌이라는 간척지는 농민들에게 경작지로 제공되진 않았을 터이다. 집권세력ㆍ토호세력이 독자지했을 것이다. 백성들은 소작으로 근근이 땅을 부쳤을 터이다. 당시 뺏고 빼앗기던 처절했던 수탈의 역사도 녹여져 있다. ▶호조벌은 시흥의 보통천과 은행천을 끼고 만들어졌다. 한양 인근의 제법 비옥했던 평야였다. 호조벌이란 지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일성록(日省錄)에 따르면 인천과 안산 사이에 옛날 호조가 만든 수백석이 나오는 방죽 논이 있다고 기록됐다. 그 간척공사를 벌였던 관청이 재무를 담당했던 호조(戶曹) 산하 진휼청(賑恤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조가 조성한 벌이라는 뜻으로 오늘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 첫 공사는 1721년 경종 1년 때였다. ▶중요한 건 자연과학적인 차원에서 18세기 초반에 벌써 바다를 막는 근대적인 간척공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호조벌의 넓이는 4.96㎢다. 시흥지역 최대의 곡창지대다. 지역 특산미인 햇토미도 여기서 생산되고 있다. 올해가 호조벌을 개간한지 300주년이다. 시흥시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흥문화원과 농민단체 등과 손잡고 오는 10월까지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친다. 코로나19로 제약을 받겠지만 땀을 흘렸던 농민들의 노고와 아픔도 마땅히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21일 기준 67만6천58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6일 접종 시작 뒤 목표 대비 접종률 84.6%다.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례는 9천782건이다. 9천666건은 근육통,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등이다. 접종 후 사망 신고는 16건이다. 경련 등 신경계 반응이나 중환자실 입원을 포함한 중증 의심 사례와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100건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을 구성해 사망 및 중증 이상 반응 신고 사례와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 중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AZ 백신의 혈전증 논란이 불거졌으나 유럽의약품청(EMA)이 백신과 혈전 사이에 과학적 인과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WHO도 AZ 백신의 중단없는 접종을 권고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반 국민 접종이 본격화하는 2분기 물량의 67%가 AZ 백신이고, 23일부터 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이상 입소자 접종이 시작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신을 먼저 맞은 일부 의료인들이 난생처음 경험하는 통증을 호소했다. 영국의 젊은 의료진들도 오한ㆍ발열ㆍ근육통이 독감의 10배는 된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열이 39도 아래로 안 내려갔다는 경험담을 토로했다. 우리도 강한 면역 반응으로 발열ㆍ통증을 경험했다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됐다. 정부가 백신 휴가제를 검토하고 있다. 백신 불안감이 커지자 접종 후 하루 이틀 쉬면서 증상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백신 휴가가 도입되면 접종을 둘러싼 불안을 낮추고 응급의료체계 부담을 덜 수 있다. 일본도 백신 휴가제를 검토 중이고, 많은 선진국들이 상병(傷病) 수당과 유급 병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연일 400여명을 웃돌고, 재확산을 걱정할 정도로 여러 지표가 좋지 않다. 우리도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도록 백신 휴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빠른 시일내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백신 부작용의 종류와 강도, 대처요령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증오범죄(hate crime)는 소수인종이나 소수민족, 동성애자, 특정종교인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에게 이유없는 증오심을 갖고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다. 나치주의자의 유대인 학살, 백인우월주의단체 KKK의 유색인종에 대한 범죄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중국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면서 아시아인 전체가 증오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는 하루 평균 11건씩 신고됐다. 중국계 피해자가 42%, 한국계는 14.8%다. 아시아인 때문에 백인이 피해를 본다는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발생한 연쇄 총격으로 8명이 사망한 사건도 인종 증오범죄라는 목소리가 높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계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포함됐다. 4건의 살인과 1건의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된 총격범 로버트 에런 롱(21)은 (성적인) 유혹을 없애버리고 싶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시아계를 포함한 미국사회 전체가 인종 증오를 범행동기로 보는 분위기다. 트위터에 StopAsianHate(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등 온라인에선 인종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미국 언론들도 아시아계 혐오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건 다음 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취임 직후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고, 증오범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색인종을 비하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가 증오범죄를 규탄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이번 비극이 미국사회가 피부색을 문제 삼는 차별을 멈추고 모든 인종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공감대를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도 외국인 차별 정서가 있지 않은 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안도현이 쓴 어른을 위한 동화『연어』에 나오는 말이다. 교육청을 출입하는 필자에겐 이 말이 교육감, 이라는 말 속에는 감시와 처벌 냄새가 난다로 바뀌어 들린다. 교육감(敎育監)이란 말의 감(監)자 때문이다. 감시(監視), 감옥(監獄), 감금(監禁). 모두 교육감에 쓰인 감(監ㆍ볼 감)과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 미셸 푸코는『감시와 처벌』이란 책에서 파놉티콘(panopticon원형감옥) 개념으로 감옥의 탄생과정을 유려하게 설명했다. 교육감, 이라는 말 속에는 감시와 처벌의 냄새가 난다는 말은 교도관으로 통칭되는 교정직렬 6급을 교감이라고 하는 데서 더욱 실감난다. 군(軍)에서의 헌병감은 또 어떤가. 그래서 묻는다. 왜 하필이면 명칭이 교육감인가.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그곳의 수장(首長)을 이르는 끝말엔 대부분 장(長)을 쓴다. 청장, 감사원장, 사장 등. 지역교육지원청의 장도 교육장을 쓴다. 유독 시ㆍ도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를 책임진 교육청의 장을 교육감이라고 한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육감의 어원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어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나온 것으로 본다. 칼을 차고 교단에 섰던 당시의 교사, 장학사, 이를 감독했던 교육당국. 그래서 군대편제에서 쓰던 감(監)을 차용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거다. 이와는 달리 미군정(美軍政) 때부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교육감의 어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교육에 앞서 감시와 처벌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교육감의 명칭을 그대로 둬야 하는가다. 이름(명칭)은 그것이 가리키는 본질을 담고 있다. 혁신교육과 고교학점제 시행 보다 감시와 처벌의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교육감 명칭을 바꾸는 일이 우선 아닌가. 이 일에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는 경기도교육청이 앞장서길 기대한다. 박명호 사회부 차장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인사다. 안녕(安寧)이란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상대방의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 쓴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난 15일 한 종편 채널에서 방송된 스타 다큐 프로그램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투병생활이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해 1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근육 긴장 이상증이라는 난치병으로 인해 목과 허리가 굽어진 것이다. 마흔 살의 나이에 41번째 풀코스 완주를 끝으로 은퇴한 이봉주는 누구보다도 성실한 삶을 살아왔다. 은퇴 후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도 각종 마라톤 행사에 단골 초청을 받는 달림이들에겐 최고의 인기 스타였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하는 마라토너로서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모범이 됐던 그에게 일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망가진 자신의 몸에 좌절하기도 하고 외부인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봉주는 생각을 바꿨다. 마라톤처럼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과감히 병마와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방송 출연도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려 치료 방법을 찾고, 또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봉주는 평발과 짝발이라는 마라토너로서는 최악의 신체 조건을 딛고 올림픽 은메달과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일궜다. 44번의 풀코스 도전에서 단 세 차례를 빼고는 모두 완주하는 끈기를 보였다. 그의 마라톤 인생은 인간승리 그 자체였다. 그러한 그가 자연인 이봉주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시련을 맞이한 것이다. 이제 그는 어차피 인생도 마라톤이라는 생각에 긴 여정을 자신과 싸우며 극복해내겠다는 각오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많은 위험과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이 질병이거나 인간관계, 경제적 어려움일 수도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는 더욱 그러하다. 이봉주가 자신을 통해 고통에 처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듯 인생 마라톤 길 좌절하지 말고 모두 안녕히 어려움을 극복해 완주해 보자.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내 삼촌 오스카와 참 닮았네요. 한 남성이 트로피에 새겨진 얼굴을 보고 혼잣말로 읊조렸다. 오스카상이란 별칭은 그렇게 붙여졌다. 물론 설(說)이다. 공황과 전쟁이 키워드였던 시대였다. 그랬던 지구촌을 달래줬던 청량제가 영화였고, 아카데미상 시상식이었다. ▶아카데미상 심사는 해마다 전년도에 발표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첫 제정시기는 1927년이다. 영화계 최대 규모이고 최대의 영광이다. 긴 칼을 쥐고 필름 릴 위에 선 기사의 형상을 한 트로피는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트로피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익히 아는 수상작 가운데 벤허가 있다. 11개 부문을 석권했다. 최다 수상 기록이다. 타이타닉(1997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2003년) 등도 있다. ▶우리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지난해 2월9일이었다.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관왕을 기록했다. 기생충을 뜻하는 Parasite라는 영어 단어가 당시 지구촌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아쉽게도 정작 연기부문에선 받지 못했다. 송강호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열연했는데도 말이다. ▶영화 미나리가 또 도전한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작품이다. 미국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아시아계, 그것도 한국계 가족이 미국의 아칸소주 한 농장에서 정착하는 일대기를 다뤘다고 한다. 외신은 이 작품이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수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여정이란 배우다. 스스로 생계형 배우라고 칭하는 그녀가 데뷔 50년 만에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가장인 제이컵을 연기한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도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코로나19가 계속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LH 직원 땅투기 의혹과 중국발 황사로 가뜩이나 우울한 정국이지만 이런 소식이 있어 반갑다. 다음 달 열리는 시상식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번엔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마스크는 코로나19 시대의 생활필수품이다. 국민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마스크를 매일 1개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38%였다. 평균 2.3일당 1개씩 사용한다는데, 1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우리 국민이 매일 2천만개 이상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소비량은 73억개 이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2020년 2월부터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생산된 마스크가 65억장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에서 사용한 마스크 수량은 집계조차 어려울 만큼 많다. 사용한 마스크는 지구촌 곳곳에 마구 버려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폐마스크를 종량제 봉투에 버리지만 일부는 재활용 분류함에 넣는다고 한다. 폐마스크는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을 거치지 못하면 바다로 흘러가기도 한다. 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 폐마스크를 15억6천만개로 추산했다. 폐마스크는 분해에 400년 넘게 걸리고, 서서히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면서 해양동물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브라질의 한 해변에선 죽은 펭귄의 배 안에서 마스크가 발견됐다. 마스크 줄에 발이 묶여 제대로 날지 못해 죽은 갈매기도 포착됐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스크 재사용재활용 시도가 늘고 있다. 그냥 버리기 미안하고 아까워 마스크면으로 청소하기, 의자다리 양말로 씌우기, 마스크 끈으로 머리 고무줄 만들기, 커피를 넣어 방향제로 사용하기 등의 팁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에선 오염 가능성 없는 마스크 업사이클링(원재료 분해없이 재가공)이나 다운사이클링(기계화학적 공정을 거쳐 다른 형태로 재가공)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폐마스크 재활용에 답을 못내놓고 있다. 마스크 성분은 고무줄, 코 받침대, 마스크면까지 3개가 혼합돼 분리수거 과정에서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플락스틸은 폐마스크를 수거해 4일간 보관 뒤, 마스크의 코 받침대와 면을 분리해 분쇄하고 자외선을 쏘여 재활용한다. 우리도 안전성 검사 등을 통해 폐마스크 처리 및 재활용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요즘도 그런 곳이 있겠지만, 입시철이면 시골에 소위 명문대 합격 축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OOO 서울대 의대 합격 △△△ 고려대 법학과 합격. 마을의 자랑이고, 그 집안의 영광이란 듯 마을 입구에 잘 보이게 걸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전국 군(郡) 단위 30여개 장학회가 해당지역 학생이 서울대 등 명문대나 의예과 등 특정학과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과 구별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학금 지급 기준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치의한의대 입학생들에게 명문대 입학 장학금으로 1천만원을 지급한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특정대학과 의대 등 특정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을 지역출신 인재로 꼽아 장학금을 주는 것은 학벌에 의한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34개 군 단위 장학재단에 특정 대학교와 학과 진학을 기준으로 한 장학금은 대입경쟁의 결과만으로 학생의 능력과 가능성을 재단하는 것으로 학벌주의를 양산할 수 있으므로 관련 지급기준을 개선하라고 했다. 인권위 의견대로 학벌이 중요하게 작용할수록 무조건 고학력을 얻으려는 교육수요가 유발되고, 초중등 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게 된다. 이는 대학 간 서열화와 지방대학 붕괴로 이어진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2018년 군 단위 38개 장학회가 학벌로 장학금을 차별 지급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해당 지자체 장학재단은 군 단위의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위상을 드높인 점에 대한 보상이라 했지만 학벌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과 열등감은 사회계층 간의 단절과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민ㆍ안양만안)이 학교(학벌)에 따른 장학금 지급제도 폐지 촉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 의원의 기자회견 후 몇몇 지자체는 특정대학 진학 장학금을 폐지하거나 제도를 개선했지만 상당수는 그대로다. 구시대적인 학벌 위주의 장학금 제도는 폐지되고, 학벌 중시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미얀마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민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월 말부터 지난 10일까지 회원과 시민들이 참여한 지지응원 인증샷을 공개했다. 시민들은 #미얀마 응원해요, #미얀마 지지해요 해시태그를 달며 마음을 보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얀마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 실현을 위해 기도하며 연대하고 있다며 미얀마 국민에게 우리의 염원이 맞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 거주 미얀마 학생과 노동자들은 오는 14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미얀마의 봄 공연을 올린다. 경기아트센터와 함께 미얀마에 평화가 깃든 민주주의가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문화제다. 무대를 이끄는 미얀마 출신 대학원생 징밍(Zin Min)은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꼭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미얀마의 봄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절실하게 말했다. 경기도에는 1만3천여명의 미얀마 출신 경기도민이 거주한다. 국내 거주하는 미얀마인(2만5천여명)의 45%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도내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침 우리에게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40여 년 전 광주다. 1980년 5월 고립된 도시 광주에는 진실을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목소리가 없는 광주인들에게 목소리가 되어줬다. 한국에서 바쁘게 본업을 이어 가면서 자국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미얀마인들이 많다. 유엔(UN) 제재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관심과 연대의 힘을 우선 보여주면 된다. 시민이 군부에 짓밟히는 참상에 함께 분노하고, 민주주의가 회복되길 바라는 시민의 마음이 하나 둘 더해지면 머지않아 미얀마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 했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코로나19가 1년이 넘도록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조금은 미안한 이야기지만 조직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안함의 대상은 바로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우리 소상공인들이다. 직장인들은 코로나19에도 고정 수입을 받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시로 영업시간과 인원 제한에 걸려 제대로 된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1, 2차에 걸쳐 이미 지원이 됐고 지난 설 명절을 기점으로 집합금지 업종을 위주로 해서 3차 지원금을 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다시 소상공인들을 울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재난(災難, disaster)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태풍홍수호우폭풍폭설가뭄지진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환경오염사고 등 이와 유사한 사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을 재난으로 규정한 것이다. 말 그대로 긴급한 지원이 따르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생계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절실한 이 재난지원금이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행정 미스로 두 달이 넘게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전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적 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에서 그 의미는 더욱 배가된다. 1, 2차에 걸쳐 이미 검증받아 지원받은 소상공인에게 또다시 증빙서류 등을 요구하며 지원금을 내주지 않는 것이 더욱 큰 재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에게 현재는 막다른 골목 끝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경제부장
유력한 대선후보가 있었다.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어떤 기자에게 불쑥 물었다. 어느 대학 나왔어요? 해당 기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OO대를 졸업했다고 대답했다. 그 후보는 서울대를 졸업하지 않고도 기자를 할 수 있나라고 되뇌었다. 물론 혼잣말이었다. 필자가 국회를 출입했던 시절 에피소드다. 아주 오래 된 얘기다. 섬세한 차별이다. ▶여성 회사원 A씨는 상사로부터 아침에 A씨를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상사는 별다른 의미 없이 인사치레로 한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선 편안치 않을 수 있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그런 인사를 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세한 편견이다. ▶가끔씩 일하러 나오면 애들은 밥을 어떻게 먹느냐부터 예쁜데 왜 연애는 안 하느냐 등의 질문도 던져진다. 이럴 경우 대다수 여성 직장인은 표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탓이다. 하지만, 속내는 편하지 않다. 얼굴을 조금만 찡그리면 까칠하다고 비난받기 마련이다. ▶이처럼 소수집단이나 약자를 향한 곳곳에 깔린 미세한 차별이나 편견 등을 먼지차별(Microaggress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언론이 만든 용어다. 아주 작은이란 뜻의 Micro와 공격이란 뜻의 Aggression이 합쳐졌다. 소수집단이나 약자를 향한 도처에 깔린 작은 차별과 편견 등을 뜻한다. 미세먼지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 문제 제기도 어렵지만, 쌓이면 유해해진다는 데서 비롯됐다. ▶미국 얘기지만, 흑인 학생이 자리에 앉으면 백인 학생들이 일부러 흑인 학생과 멀리 떨어진 자리로 옮긴다. 아시아인이 어떤 직위에 오르면 백인들이 요즘 표현으로 엄지 척을 해준다. 내심은 제법인데라는 업신여김이 담겨 있다. 인종문제와 관련된 편견이다. ▶누군가에게 내뱉은 말이나 무심코 한 행동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먼지처럼 거슬린다고 치울 수도 없다. 그렇게 쌓여버린 차별과 편견은 혐오가 되고 범죄로 이어진다. 먼지도 그렇다. 눈에 안 보인다고 치우지 않으면 언젠가는 온 집안을 더럽게 만든다. 아주 사소한 차별이라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옳지 않은 건 꼭 고쳐야 한다. 사회는 그래야 앞으로 나아간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동두천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병원 이사장 등의 가족과 지인 등 10명이 새치기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요양병원은 경기도로부터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172명을 접종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접종 대상자를 181명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10명을 병원 의료 인력에 포함시켰다. 부정하게 접종받은 사람은 법인 이사 등 5명, 가족 1명, 지인 4명 등이다. 경기도는 이 요양병원에 대해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접종 후 보관 중인 잔여 백신을 회수했다. 해당 요양병원의 2차 백신 접종은 관할 보건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불법행위자 및 관여자 등의 사실관계를 파악해 추가 제재와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백신 새치기를 방역행정의 신뢰성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하고 관련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기로 한 건 당연한 조치다.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해외에서도 물량 부족 사태로 각종 해프닝이 벌어졌다. 백신 새치기가 정치 스캔들로까지 비화했다. 페루와 아르헨티나, 에콰도르에서는 각료들이 사임하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독일에선 우선 대상자가 아닌 한 지방 소도시의 시장ㆍ시의원 10명이 접종받은 사건이 불거지자 위반자에게 최대 2만5천 유로(약 3천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도 대형병원 관계자들의 새치기 사례에 100만 달러(약 10억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나선 주(州)가 있다. 백신 접종 순서는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쳐 정한 사회적 약속이다. 백신 새치기는 코로나 사태 극복에 필요한 연대와 상생의 정신을 훼손하는 비양심적이고 반사회적 행위다. 사회 질서를 해치고 갈등을 야기시킨다. 9일부터 백신 새치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접종을 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당국은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부정한 접종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변희수 전 하사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군에서 쫓겨났다. 그는 2017년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경기북부의 한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전차조종수로서 군 임무 수행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성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결국 2019년 11월 국외휴가 승인을 얻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하는 한편 여군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길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하고, 전역심사위를 열어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성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며 인사소청을 냈다가 군이 기각하자 8월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변 전 하사의 일련의 과정은 우리 사회에 많은 논쟁거리를 던졌고,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군 복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소송을 해오던 23살 청년이 몸과 마음이 지쳐 생을 포기한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내 다음달 첫 변론이 잡힌 송사 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소수자에게 제도적정신적으로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항변한 안타까운 죽음이다. 산업재해나 젠더폭력 희생자,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대개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법제도의 출구가 없고, 소외된 곳에서 몸부림치다 죽어야 잠시 관심을 갖는 약자들의 죽음을 일컫는다. 성소수자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차별대우와 혐오로 우울증 등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종종 있다.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은 차별혐오가 빚은 사회적 타살이다. 종교계가 변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서울광장과 지하철에서 시민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졌다. 변 전 하사 죽음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 배려와 포용력이 큰 사회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란 비전을 내건 한 기업은 지난 2월26일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됐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기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 핵심 정책사업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동시에,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사회적 가치 확산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섬으로써 국민의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일주일도 안 돼 국민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겼다. 최근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야기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매년 시행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는 산업계 종사자, 애널리스트, 일반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기업의 혁신능력과 사회가치 등 6대 핵심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업을 선정한다고 한다. LH는 주요 정책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사회적 기여를 고려한 책임 경영을 실천한 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가치는 일부 직원들의 비위 행위로 크게 실추됐다. ▶3기 신도시는 모든 국민이 집값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특단의 공급대책이다. 신도시 지정이 사전 유출될 경우 투기판으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신도시는 기밀 유지가 생명이다. 그런데 투기 조장을 막아야 하는 LH 직원들이 되레 투기를 했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국민을 배신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이면 LH가 추진 중인 도시조성, 도시재생, 공공주택사업 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LH가 얼마나 많은 직원이 의혹에 연루됐는지, 업무 관련성이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가려내 엄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전에 LH는 땅에 떨어진 공기업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집값의 10%만 내고 들어가 10년 뒤 최초 공급가로 구매하거나, 평생 임대로 살 수 있는 집.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일자리까지 있는 생활공동체가 있는 곳. 마치 꿈 같은 주택인 누구나집 3.0이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의 미단시티에 들어선다. 그동안 뉴스테이에서 드러난 한계점까지 보완하며 주거 정책의 완성체로 거듭나고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고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려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면서 조합원이 주거권을 갖는 방식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폭등한 가운데 등장한 이 누구나집은 인천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다. 누구나집은 지난 2014년 인천에서 탄생한 정책이다. 단순한 임대주택이 아니다. 당장 수억원의 목돈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고 8년 뒤 비싼 시세로 분양받지 못해 쫓겨날 염려도 없는 것이 바로 누구나집이다. 정말 청년 등에겐 꿈의 임대아파트인 셈이다. 이번 미단시티 누구나집 소식을 들었다면 다들 우리 동네에도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일 테다. 민간에서 탄생한 이 같은 꿈의 주택 정책을 정부가 나서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신도시를 통해 수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으로써는 집값 폭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놓인 수많은 시민을 안심시킬 수 없을 것이다. 분양을 받더라도 수억원에 달하는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계약금만 해도 분양가의 20%에 달하고, 투기과열조정지구이면 대출도 고작 절반을 채 받지 못한다. 결국 많은 시민에겐 신도시 아파트 분양은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암울한 현실에서 누구나집의 소식은 서민에게 한 줄기 빛과 같다. 과거 집에 대한 보유 개념과 현재 거주라는 개념이 모두 더해진 새로운 프로젝트. 누구나집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모든 사람이 집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그날을 기다려본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중국 항저우(杭州) 축제 중 송청(宋城) 가무 쇼가 있다. 송나라를 소개하는 뮤지컬이다. 세계 3대 쇼라고 호들갑을 떤다. 과장하길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얘기니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쇼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리랑이다. 아리랑이 중국 전통민요로 소개된다. 귀를 의심할 정도다. ▶이 정도는 약과다. 중국은 주변국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치환(置換)하고 있다. 원조는 전한(前漢)시대 역사가 쓰마첸(司馬遷)이다. 사기(史記)를 통해 주변국들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 등으로 기록했다. ▶주변국들은 다 오랑캐라는 개념이다. 역사왜곡의 핵심이다. 오랑캐 명칭이 이(夷), 융(戎), 만(蠻), 적(狄) 등으로 표현됐을 뿐이다. 중국의 주변국 역사왜곡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천년 된 팩트다. ▶공자학교가 있다. 중국홍보가 목적이다. 실제로는 중국 역사왜곡 프로젝트 완결판이다. 국내에도 여러 곳에 설치됐다. 마오쩌둥(毛澤東)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자와 맹자는 타도대상이었다. 그런데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면서 공맹을 복권시킨 뒤 역사왜곡 프로젝트에 인용했다. ▶중국이 이번에는 김치 기원에 대해서도 도발했다. 중국 언론과 누리꾼은 한 술 더 뜨는 모양새다. 한국 해외문화홍보원의 오류시정 노력에까지 딴죽을 걸고 있다. 한국 해외문화홍보원은 외국에 퍼져 있는 한국 관련 오류사항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활동 중인 기관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중국의 김치 기원 도발에 대한 한국의 반응을 소개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김치와 한복 등 한국문화를 훔치려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확산된 바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의심스러워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은 윤동주 시인 국적까지 중국으로 왜곡했다. 윤 시인의 거주지가 만주였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를 지적하자 맞대응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중국 것을 더는 훔치지 마라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있다. 중국의 왜곡은 끝이 없다. 그 배후에는 중국공산당이 있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 국가의 진실왜곡은 전쟁보다 더 무서운 범죄다. 이 전쟁에서 한 발짝도 후퇴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