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백신 전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미국의 코로나 백신 첫 접종자는 흑인 여성 간호사 샌드라 린지(52)다. 지난 14일 접종한 린지는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병원에서 일한다. 린지는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을 관리·감독하는 수간호사로, 지난 봄 뉴욕에서 시작된 미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수천명의 환자를 돌봤다. 현지 언론은 소수 계층의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의료진 중에서도 흑인 여성이자 이민자 출신인 린지가 미국 최초 백신 접종자로 선택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유색인종 사망률이 높았고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에게 안전성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린지가 백신 접종의 적임자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영국에서 90세 백인 할머니가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한 것을 시작으로 각 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영국, 미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EU 27개 회원국도 조만간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회사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1천만명분만 확정된 상태다. 화이자ㆍ모더나(각 1천만명분)와 얀센(400만명분)은 구매약정서만 체결했다. 1천만명분은 코백스 퍼실리티(WHO를 통한 공동구매 방식) 협상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 효과는 70%로, 95% 내외인 화이자ㆍ모더나에 못 미친다고 한다.

대다수 선진국이 일찌감치 백신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개별 제약사와 협상에 나섰다. 지난 5월 코로나 청정국이던 뉴질랜드는 범정부 차원의 백신 확보 TF를 꾸려 글로벌 백신 개발업체들과 접촉, 인구 480만여명이 모두 맞고도 남을 양을 비축했다. 캐나다와 영국도 상반기부터 범정부 TF를 꾸려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은 7, 8월 화이자(1억회분)ㆍ모더나(2억회분)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확보에 정보기관인 모사드까지 동원했다.

감염병은 초기엔 방역으로, 후기엔 백신으로 극복하는 게 기본이다. 다른 나라들이 국력을 집중해 백신 확보에 나섰지만 우리는 안일하게 대처해 뒤로 밀렸다. 연일 1천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 국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지금이라도 전문가ㆍ기업가들과 함께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