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SPA(패스트패션) 브랜드다. 1984년 히로시마에 1호점 개점 이후 전 세계 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에는 롯데와 합작해 2005년 진출했다. 2011년 서울 명동에 1천200평 규모의 한국 최대 매장을 오픈하는 등 중형급 도시에 한곳씩은 있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5회계연도부터 5년 연속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한국의 불매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유니클로 광고 영상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90대 할머니가 10대 여아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세상에,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고 했다. 한국 광고에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자막을 달아 ‘위안부 모독’ 논란이 일었다.
광고 속 ‘80년 전’은 1939년 일제 강점기로 당시 일본은 ‘국가 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했고, 광복 직전까지 강제 징용에 동원된 인구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많은 국민이 ‘유니클로의 의도된 광고’라며 불매를 넘어 퇴출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니클로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올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인증은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 근무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주는 것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관련 사업자 선정 시 가점 등 220개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유니클로는 지난 15일 복지부 ‘2020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선정됐고, 2일엔 ‘2020년 서울사회공헌대상’ 서울시장상도 수상했다.
유니클로의 위안부 피해자 모독 논란, 본사 임원의 한국의 불매운동 조롱 등으로 국민은 불매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줄줄이 우수 기업 인증을 해주고 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기업 인증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인터넷 공간에선 비판이 잇따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붓는 여가부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의 ‘인증’은 신중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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