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영끌 시대

금융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났다.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식,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단어들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2030 세대를 주식 열풍에 빠지게 했다. 2030 세대 중 54%가 주식을 하고, 그중 90%가 올해 주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주식시장에는 ‘빚투’ ‘영끌’이란 말이 생겼다. 빚투는 ‘빚내서 투자한다’는 말이고,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의 줄임말이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20대 일자리가 20만 개 줄었고, 30대는 29만 개가 줄었다. 저성장 시대 삶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그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실직 불안에 떨고 있다.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 때문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빚을 내고, 영혼을 끌어 모아 주식에 투자하고 아파트를 사는 현상이 빚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는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인투자자(동학개미)들의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 표현했다.

주식만이 아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 영혼을 끌어 모아서라도 빚을 내 집 사는 사람도 늘었다. 젊은 층이 상당수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의 44%가 20~30대다. 아파트값이 폭등해 지금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부동산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저당 잡힌 젊은 세대들이 안쓰럽다.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 잡고 저축해서 집을 마련’하는 예전의 자산축적 모델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세상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해야 하나. 이를 묻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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