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맘호메니이 국제공항을 출발한 우크라이나항공(UIA) 보잉 737 여객기가 이륙 2분 만에 추락했다. 이로 인해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독일 각 3명 등 탑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전원 숨졌다.
여객기는 이란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드러났다. 격추 가능성 제기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은폐를 시도하던 이란군 당국은 11일 국영TV를 통해 “적기(미군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된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방공사령관은 “여객기 격추 소식을 듣고 죽고 싶었다”라고 말했지만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해도 수도를 방어하는 최정예 부대가 민간 여객기와 적의 미사일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무고한 민간 여객기 격추는 반인륜적 범죄다.
민간 여객기가 무력충돌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 때 격추된 참사는 여러 차례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였던 1988년 7월3일 페르시아만에서 이란군과 교전하던 미 해군은 이란항공 655편을 이란군의 F-14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 탑승자 290명 전원이 숨졌다. 비행기엔 어린이도 66명 탑승했다.
최악의 민항기 격추 오인 사건은 19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이다. 9월1일 뉴욕을 출발한 서울행 대한항공기는 사할린 인근에서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돼 269명이 사망했다. 당시 미ㆍ소 긴장이 고조됐던 때였고, 사고 현장 부근에서 미국의 군사훈련이 자주 전개돼 소련이 대한항공기를 미군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한다.
2014년 7월17일 내전이 벌어지던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의문의 미사일을 맞고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도 있다. 러시아군이나 친러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으로 추측됐다. 2001년 10월4일에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시베리아항공 여객기가 훈련중이던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맞아 탑승자 78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번 참사는 국가 간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제3국 민간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단거리 발사체를 예고없이 쏘아대는 북한과 긴장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닌 만큼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고의적인 민항기 격추에 대해선 경제 제재 등 국제사회가 응징해야 한다. 갈등 완화 및 평화 정착도 모색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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