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2010년 지방소비세를 신설했다. 이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재정격차 완화 및 균형발전 도모를 명분으로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만들었다. 경기ㆍ인천ㆍ서울 등 수도권 3개 시ㆍ도가 지방소비세 수입의 35%를 출연해 지방 시ㆍ도에 중점 배분하는 제도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시적이라 했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3개 시ㆍ도는 3조8천억원 가량을 출연했다. 경기도 1조8천억원, 인천시 3천500억원에 나머지는 서울시가 냈다.
수도권 경제사정이나 살림살이도 좋지 않은데 수도권의 세금을 사실상 강제 징수한 ‘지역상생발전기금’에 대해 불만이 컸다. 비수도권 지자체에서 이 상생기금이 마구잡이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마치 공돈처럼 쓰면서 관리가 투명하지 않아 ‘비수도권의 쌈짓돈’이란 소리도 들렸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지난 연말 수도권 3개 시·도의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이 10년 연장됐다. 국회는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지역상생발전기금의 출연 기한을 2029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금 출연이 끝나면 재정에 숨통이 트일까 기대했던 수도권 지자체에겐 날벼락이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 재원이 다른 시·도로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계속 부담하라는 건 가혹하다”며 기금 출연 연장에 반대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불합리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방소비세율을 부가가치세의 15%에서 21%로 인상한다. 지역상생발전기금도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경기도가 부담할 금액이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상생발전이란 명분의 황당한 기금이다. 이는 명백한 수도권 역차별이다.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악법 때문에 공장 신ㆍ증설도 맘대로 못한다. 경기동북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상수원 규제 등이 더해져 고통과 피해를 겪고 있다. 정부는 균형발전이란 이름 하에 수도권을 각종 규제로 꽁꽁 묶어놓고 발전을 가로막는가 하면, 공공기관 대부분을 비수도권으로 이전시켜 수도권 지역경제를 황폐화 시켰다. 규제 걱정없이 신산업을 추진할 수 있게 규제 특례를 적용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는 규제자유특구도 수도권만 제외했다. 이런저런 불합리한 정책으로 수도권을 옥죄면서 수도권의 세수를 거둬 비수도권에 준다니 어이없다.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와 지역발전 사업에 필요한 기금은 정부 몫이지 수도권 지자체의 세수로 할 일은 아니다. 언제까지 수도권에 희생만 강요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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