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교도소 책 반입 금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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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작고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1988년 광복절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해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와 고뇌를 편지 형식으로 적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출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펴낸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등도 인기다. 신 교수 책이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교도소에서 읽은 많은 책과 사색, 깨달음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교도소 생활 중 유일한 낙(樂)이며 소일거리가 책읽기라는 사람이 꽤 있다. 교도소에서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고, 변화된 사람들도 많다. 책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책읽기가 정신적인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색과 깨달음을 통해 성장하는데 책이 도움을 준다.

법무부가 지난 11월11일부터 교정시설내 외부도서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도서 반입이 음란물 등 금지물품 반입에 악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194건의 반입금지 물품이 적발됐다. 담배(64건), 음란물(43건), 흉기(20건), 마약류(8건)가 포함됐다. 관리가 어려우니 재소자 독서권이 침해되더라도 악용될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재소자에게 책 선물이 금지됐다. 그간 허용됐던 우편배송이나 민원실을 방문해 전달하는 방법은 불가능해졌고, 한 달에 2번 영치금으로 직접 구매만 가능하다. 돈없는 사람은 사실상 책읽기가 어려워졌다. 외부와 통제된 삶 속에서 도서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없어 도서 선택권도 문제다.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비난이 일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도 교도소에 책 넣어주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다. 수용자라고 해서 알권리, 읽을권리, 지식에 접근할 국민의 권리가 통제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정 여론에 법무부는 뒤늦게 법률서, 외국어, 종교서적, 수험서 등은 상담을 거쳐 반입 허용을 정한다고 밝혔다.

의정부교도소와 군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두 재소자가 지난달 책을 받으려다 교도소가 불허하자 민변과 공익변호사단체 두루 등이 두사람을 대리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지침이 수용자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금지물품은 책뿐 아니라 편지, 우황청심환 등을 통해서도 들어온다. 법무부 조치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반입금지 품목은 교정시설의 인력ㆍ장비 보강과 근무기강 확립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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