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장 빠르게 옮겨가는 나라다. ‘2023년 현금 없는 사회’를 목표로 대중교통의 현금 결제는 이미 중단됐고, 성당이나 교회에서 내는 헌금부터 길거리 구걸까지 모바일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선 지갑을 몸에 지니지 않아도 불편이 없다. 국민들은 엄지와 검지 사이의 손등 표면에 마이크로칩을 심었다. 물건 살 때, 음식값 지불할 때, 대중교통 이용할 때 디지털 리더기에 손등을 대면 자동 결제된다. 칩에 각종 결제 정보가 담겨있어 신용카드나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현금 결제는 은행에서 돈을 찾는다든지, 돈을 들고 다닌다든지, 지폐와 동전을 일일이 세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는 간편하다.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웨덴(13.0%), 영국(28%, 이상 2018년), 뉴질랜드(31%, 2019년)가 가계 지출액 가운데 현금 결제 비중이 낮다. 이들 나라는 상업은행들이 주요 현금 창구인 지점과 자동입출금기(ATM) 수를 줄여 국민들의 현금 접근성이 크게 약화됐다. 우리나라도 2018년 가계 지출에서 현금 결제가 19.8%로 현금 없는 사회에 바짝 다가섰다. 상업은행 지점 수도 크게 줄었다.
최근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던 나라들에서 ‘현금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금 이외에 다른 지불 수단을 쓰기 어려운 고령층ㆍ저소득층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빈곤층이나 중고생은 기초자본과 신용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 간편 결제에 이용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구매도 쉽지 않다. 시골지역은 통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현금 없는 사회가 자칫 개개인의 돈 흐름을 감시·통제하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사기·해킹 등의 위협에 대한 불안도 제기됐다. 전자지급결제 시스템은 자연재해나 정전이 일어나 통신시설과 컴퓨터가 멈추면 먹통이 되면서 나라의 금융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전자 결제는 간편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도난 우려가 없어 금융생활에 편익만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먼저 진행했던 나라들에서 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급속한 진전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민의 현금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편리함 이면에 그림자가 있다. 우리도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소비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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