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역대 최고로 꼽히는 ‘월드스타’ 김연경이 국내로 복귀했다. 11년 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리그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져서다. 친정팀인 흥국생명과 지난 3일 첫 만남 이후 3일 만에 전격 입단했다. 연봉 3억5천만원으로 후배 이재영(4억원)에 이은 팀내 두 번째다. 해외무대에서 받던 연봉의 5분의1 수준이다. 모든 사람들의 예측을 빗나간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렇다고 그의 기량이 예년만 못한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낮은 연봉 선택은 후배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이미 이재영ㆍ다영 쌍둥이 자매에 팀 ‘샐러리캡’(팀 연봉 상한액) 23억원 중 10억원을 소진했다. 남은 13억원 중 김연경에게 쓸 수 있는 최대 액수는 연봉과 옵션 포함 6억5천만원이다. 잔여 6억5천만원으로 다른 14명의 연봉을 주면 됐다. 그것이 싫었다. 자신이 높은 연봉을 고집할 경우 후배들의 몫이 줄어들고 일부 선수가 팀을 떠날 수도 있어서다. ▶김연경은 세계적인 기량 못지 않게 선행 또한 남다르다. 해외 무대로 진출하면서 어려운 환경의 꿈나무 6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때 성금 기탁과 모교인 안산 원곡중 배구부 후원, 코로나19 구호기금 기부 등 끊임없이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 페네르바체서 함께 뛴 터키 국가대표 에다 에르뎀은 “김연경은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좋은 성품도 갖췄다. 함께한 것은 행복이었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의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이어 자신의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을 위한 생계자금 약 2억3천여만원을 내놓았다. 자신의 마이너리그 시절을 회상하며 코로나19에 따른 리그 중단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을 위해서다. ▶김연경과 추신수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 많이 벌었는데 뭘”, “나도 연봉이 높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그들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을 위한 배려와 양보, 기부는 평소의 마음 가짐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이다. 국내 4대 프로 스포츠에도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 선수들이 꽤 있다. 김연경, 추신수의 자발적 양보와 통큰 선행이 귀감이 되었으면 한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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