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나는 꼰대인가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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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꼰대인턴’이란 드라마가 인기다. 입만 열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주)옹골의 이만식(김응수) 부장. 올리는 보고서마다 겉표지조차 읽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는가 하면, 회사의 치부를 알게된 인턴직원을 내보내려 회식자리에 온 가열찬(박해진)에게 온갖 막말을 퍼부으며 음식물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

가능한 일일까. 요즘같으면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구다 언론에 나오고,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누군가 ‘꼰대 성향 검사’ 링크를 보내줘 열어보니 40여개의 질문이 나온다. ‘단체나 조직이 이득을 보더라도 나에게 손해가 가는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처음 만났을 때 나이, 학번, 직급 등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나 시도보다 기존 방식의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 등의 질문에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로 답하는 식이다. 열심히, 솔직히 답을 하다 보니 ‘꼰대레벨3’ 만취한 장비란다. 참고로 꼰대 레벨의 최고치는 5다.

‘내가 왜 3이야’라는 생각으로 설명을 읽다보니 특징에서 눈이 멈춘다. ‘기분 나쁘지 말고 들어~의 화법을 주로 사용하며, 내 안에 꼰대의 모습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꼰대임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나의 특징이라고 했다. 반박하고 싶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 30대 초반인 필자도 ‘나도 꼰대가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점점 더 후배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면서다. ‘꼰대인턴’이란 드라마에서 가열찬을 내쫓은 이만식 부장은 몇 년 후 회사에서 버려져 경쟁사 인턴으로 취직한다. 그리고 그 경쟁사의 부장은 가열찬이다. 늘 부하직원에게 다정다감했던 가열찬은 이만식에게 꼰대처럼 구는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고, 위치가 달라지면 누구나 변할 수 있다는 걸 두 사람의 관계에서 보여준다.

결국 꼰대로 살 것인가 정하는 건 나이가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배려. 이것들이 모여 우리의 꼰대력을 떨어트려주지 않을까. 그래서 묻는다. 당신은 꼰대인가.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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