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보다는 ‘메시지’나 ‘톡’이라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밀려 편지가 줄어들면서 빨간 우체통도 사라져 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우본)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전국의 우체통은 2만2천여개로, 우체통이 가장 많았던 1993년 5만7천여개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8년에는 1만2천854개로 감소했다.
구조조정은 우체통에 이어 최근 우체국에도 불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적자가 누적돼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며 올해 초부터 우체국 숫자 줄이기에 나섰다. 우본 자료를 보면, 2010년 44억 통이던 일반우편 물량은 2018년 30억4천만 통으로 30.9% 줄었다. 이에 따라 2010년 528억 원 흑자였던 우편사업 경영수지는 201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2018년에는 1천450억 원까지 적자가 늘었다.
우본은 동네에서 흔히 접하는 우체국 형태인 6급 이하 직영 우체국을 없애고, 대신 민간에 위탁하는 우편취급국을 만드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6급 우체국은 우편과 금융 기능이 함께 있는 우체국이고, 우편취급국은 우편 기능만 있다. 우본은 전국 6급 이하 우체국 1천352개 가운데 677개를 2023년까지 없앨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경기ㆍ인천지역은 올해 28개, 4년간 모두 110개 직영국이 문을 닫게 된다.
우체국 구조조정 방침이 알려진 2월부터 전국 곳곳에선 폐국 반대 움직임이 이어졌다. 군산시의회는 ‘군산지역 우체국 폐국 반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공공성을 최우선으로서 해야 하는 국가기관을 경영 논리만으로 폐국하는 것은 큰 불편을 끼치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인천의 21개 시민단체도 “나이가 많고 디지털 환경 적응이 어려운 원도심 주민들에게 우체국은 공과금 납부와 송금은 물론 물품 전달까지 해주는 복지기관 성격을 띤다”며 구조조정을 반대했다. 우본 공무원 노조도 성명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우본은 일단 구조조정 대상 우체국 선정을 이달 말로 미뤘다. ‘공공성’이 강한 우체국을 함부로 없애는 것은 문제가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 경영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시장논리에 기반한 우체국 감축은 코로나19 마스크 공급과 2018년 라돈 매트리스 수거와 같은 국가 위급상황시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우체국의 공적인 기능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우체국이 사라지면 불편과 피해는 공공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막대한 흑자를 내고있는 예금과 보험사업 수익금 활용 등 해법을 찾아 우체국 폐국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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