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깔창 사진이 화제다. 지난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박현경이 중학교 1학년 무렵 신었다는 골프화 깔창이다. 양쪽 모두 닳을 대로 닳은 데다 엄지발가락 부분에 구멍이 나 있다. 스윙 연습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골프 레슨을 받던 때 한 선배가 했던 조언이 생각났다. ‘엄지발가락 아래 미꾸라지가 있다고 생각해라. 도망가지 않게 꽉 쥐고 채를 던져라’였다. 아직도 ‘100 순이’를 벗어나지 못한 데는 박현경의 깔창과 달리 멀쩡한 내 깔창도 한몫한 거다.
▶박현경은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KLPGA 투어 2년 차로 29번째 대회 출전만의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했다. 지난해 3승을 달성한 임희정과 신인상을 받은 조아연이 국가대표 시절 경쟁자이자 친구였다.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치며 기량을 발휘했지만, 친구들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발레리나 강수진 하면 상처투성이 발부터 생각난다. 남편이 촬영했다는 강수진의 발 사진은 얼마나 혹독한 연습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지 알게 한다. 그녀도 ‘나는 노력파’라고 인정했다. 그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추는 강수진에게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발을 가진 여자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발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현수의 두산 베어스 시절, 덕아웃에 있는 동료와 하이파이브하려 내민 손이 카메라에 잡혔다. 물집이 터져 울긋불긋하고 노랗게 굳은살이 잔뜩 배긴 손은 얼마나 죽을 힘을 다해 타격 연습을 했는지를 보여줬다. 2018년 LG 트윈스로 이적한 김현수는 강력한 투수진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타선에 힘을 보탰다. LG는 올해 KBO 리그에서 11경기를 치른 가운데 7승 4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김현수는 개막 2주차인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6경기 동안에만 2루타 5개, 3루타 1개를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1998년 US오픈 우승 당시 연못에 들어가 샷을 하려고 양말을 벗었을 때 드러났던 박세리의 맨발이 기억난다. 새까맣게 그을린 다리와 발목 아래의 하얀 발은 그동안의 수고를 다 보여줬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처럼 박현경의 아버지는 이날도 캐디였다. 마지막 퍼트를 넣은 후 말없이 아버지와 포옹을 나눈 박현경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총장이 ‘준 적 없다’는 상을 받고, 하지도 않은 ‘인턴활동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눈물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