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피부색은 차이일 뿐, 차별 대상이 아니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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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콜스턴가에 세워진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이 철거됐다. 브리스틀은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17세기 한 무역회사의 임원이었던 콜스턴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흑인 8만여 명을 노예로 팔아넘긴 장본인이다. 생전에 재산을 자선단체들에 기부한 덕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겼고 동상까지 세워졌다. 지역사회에서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긴 했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동상이 지난 7일(현지시각) 시위대에 의해 에이번 강물에 던져졌다.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촉발한 미국에서의 반인종주의 집회가 유럽 도시들로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 베를린,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벨기에에서는 과거 아프리카 콩고에서 식민 통치를 했던 국왕 레오폴드 2세의 동상 훼손이 잇따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대사관 앞에 모인 시위대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시간인 8분46초 간 한쪽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무릎 꿇기’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동작으로 등장시킨 사람은 전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 선수 콜린 캐퍼닉이다.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캐퍼닉은 2016년 8월 진행된 한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경찰의 과잉진압 탓에 잇따라 목숨을 잃은 흑인들을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려고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플로이드의 죽음 이전에도 흑인들을 향한 불의한 범죄행위는 반복됐다.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항해 2013년 시작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트레이본 마틴 사건이다. 후드 티셔츠를 입고 동네를 걷는 17세 소년 마틴을 방범대원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해 무참히 총살한 사건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조지아의 주택가에서 조깅하던 흑인 청년 아마드 알버리가 범죄자로 오인한 전직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UN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문을 채택하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종이나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와 민족적,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선언한 것이 1948년이다. 2020년 세계는 플로이드라는 이름의 한 흑인 남성의 죽음 앞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인종은 생물학적 특성의 차이일 뿐, 차별이 아니라는 외침이 이번만큼은 공허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정임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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