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 전북 전주시의회 박병술 의장 등 의회 의장단이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던 5월4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에서 가진 의장단 연수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며 사죄했다. 또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야 할 시의원으로서 그 책임과 도리를 망각했다는 지적에 깊은 자기반성과 함께 시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과에도 시민들은 언론의 뭇매를 사전에 막기 위한 ‘형식적인 사죄’란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사과’였다.
▶6월22~26일 경기도 지역 교장, 교감, 교사 17명이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학교를 제쳐놓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주관한 은퇴설계교육을 받기 위해 제주도로 연수를 갔다가 논란이 불거졌다.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는 “코로나 시국에 본인 노후를 위해 4박5일 은퇴설계교육이 웬말이냐! 교장, 교감이면 관리자인데 학교와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할 관리자들이 방역 체계를 무력화하는 짓을 저지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부천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 노후준비에 여념이 없던 당사자들은 물론 이 시국에 제주도 집합연수를 주관한 공무원연금공단, 지역교육청 그리고 경기도교육청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누구도 ‘미안하다’, ‘송구하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행동이다. 부인하거나 사과하거나, 둘 중 하나다. 부인하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자신을 더욱 궁지로 몰 뿐이다. 감염병 공포를 뚫고 제주도로 노후준비를 다녀온 경기도 내 학교관리자들을 향해 한 동료 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여론에 못 견뎌 영혼 없는 반성이라도 하는 척은 해야지.” 사과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사과할 일을 했으면 쿨하게 사과하면 된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같은 교육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과의 정석’을 기대하는 게 아니니 ‘실패한 사과’라도 하세요.”
강현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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