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만큼 전후 일본 세대들에게 영향력이 큰 작가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1979년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다. 1987년 장편소설 <노르웨이 숲>으로 국내에도 ‘무라카미 하루키’ 붐이 일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43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등극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도 팬들이 많다.
▶그런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배타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일본의 유력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처럼 미증유의 사태가 지구촌을 닥칠 때는 간토(關東)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게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얘기를 꺼내기도 끔찍하지만, 간토대지진 학살은 1923년 9월1일 발생했다. 리히터규모 7.9의 지진이 간토지방을 강타한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한 가운데 벌어진 대참사였다. 당시 희생된 조선인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기 속의 광기를 경고한 것이다.
▶그는 트위터를 이용해 메시지를 늘어놓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SNS가 일종의 발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과 관련, “음악의 힘은 크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편안해졌다’, ‘구원받았다’,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청취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영향력 있는 작가가 일러주는 경고는 의미가 깊다.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도 반갑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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