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새댁이 꽃 단장한 모습이다. 머리에 물통을 이고 걸어가는 아낙네인가. 주름치마를 입고 나들이 가는 소녀 같기도 하다. 해마다 요맘때면 쨍쨍한 하늘을 이고 선 채로 우리 곁에 찾아온다. 칠보치마라는 여러해살이 식물의 첫인상이다. 수원의 일곱 가지 보물이 있다는 산에서 발견됐다는 뜻으로 ‘칠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치마 같다는 의미로 ‘치마’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이 식물의 친정은 수원 칠보산(七寶山)이다. 전국 여러 곳에 칠보산이 있다. 수원이란 지명을 꼭 붙여야 하는 까닭이다. 수원과 화성, 안산 등지에 걸쳐 있고 산세도 깊다. 원래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 수탉, 호랑이, 절, 장사 등 여덟 가지 보물을 지녀 팔보산(八寶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장사꾼이 황금 수탉을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칠보산이 됐다고 한다.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시점은 1968년이다. 해마다 요맘때 길게 올라온 꽃줄기 맨 꼭대기에 꽃자루 없이 세로로 다닥다닥 흰꽃이 핀다. 잎은 바닥에 치마처럼 넓게 흩어진다.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짧고 곧다. 잎은 뿌리에서 10여 개가 나와 사방으로 퍼진다. 색깔은 황색을 띤 녹색이다. 잎 밑 부분은 점차 좁아지고, 끝 부분은 갑자기 뾰족해진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앞서 지난 2017~2018년 칠보치마 1천500여 본을 수원시에 기증했다. 수원시는 생물자원화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증받은 칠보치마를 지난 2017년 5월과 지난 2018년 9월 칠보산 습지에 옮겨 심었다. 이 결과 칠보산 내 칠보치마는 지난 2018년 20여 개체, 지난해 200여 개체, 올해는 현재까지 200여 개체가 꽃을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는 칠보치마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판단, 오는 9~10월 환경부에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것들은 얼마나 야생적인가. 예전에는 칠보산을 거닐면 만날 수 있었던 칠보치마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칠보치마는 이제 칠보산의 소중한 보물이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이기도 하다. 없어지는 것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칠보산에서 칠보치마가 떠나가면, 그 명칭이 칠보산에서 육보산(六寶山)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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