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강현숙 사회부 차장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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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코로나19의 재확산 때문에 올해 한가위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를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나서 고향 방문과 성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성묘와 벌초대행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추석명절 고향방문 자제운동을 벌이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추석 연휴 이동 제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는 추가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동 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3%로 다수를 차지했다. 올해는 ‘집콕 추석’, ‘나 홀로 추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명절만 되면 반복되는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 결혼을 하기는 할 거냐, 취업은 언제 하냐, 아기 소식은 없냐, 집은 샀냐 등의 ‘잔소리 지옥’이 올해는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대신 그 자리를 사회적 고립, 외출 자제 등으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이 차지할 수 있다. 마음방역이 중요한 시점이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임명된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 대응에 지치고 힘든 지금,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로 고생 많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건 걱정이 아닌 우산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막연한 불안이 아니다. 코로나로 지친 마을을 위한 본인만의 방역법,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보는 게 좋다. 가을이니 시도 좋겠다.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의 마지막 구절에 보면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는 문장이 가슴에 훅 파고든다. 올해 추석은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하고 멀리서 부모님, 자식, 친구, 친인척들에게 전화, 문자로 안부를 묻자. 부디 아프지 말라고. 지금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연대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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