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이트에 개인정보가 노출된 K대 학생 A씨(20)가 최근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트 존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디지털교도소는 강력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이 관대해 ‘사회적 심판’을 하겠다며 올해 6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개설된 익명 웹사이트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씨 등 범죄자와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 당사자들의 신상을 수집해 임의로 공개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신상 공개된 인물은 지난 6일 기준 150여 명에 달한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7월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 죄목으로 A씨의 사진과 전화번호, 대학 학과 등을 공개했다. A씨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링크를 눌렀는데 그때 해킹을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악플과 협박 전화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A씨에게 휴대폰을 포렌식 해 증거를 제시하면 글을 내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학 커뮤니티 ‘고파스’ 이용자들은 디지털교도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박살 내는 디지털교도소는 폐쇄돼야 한다”, “같잖은 허영심에 이끌려 정의의 사도가 된양 법 위에 군림해 무고한 한 생명을 앗아가느냐”는 비판의 글들이 올라왔다.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디지털교도소 개설 전 인스타그램으로 신상을 공개하던 때엔 잘못된 정보가 공개돼 ‘신중하지 못했다. 질책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디지털교도소 개설 후엔 밀양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나이·출신 지역이 다른 동명이인의 정보를 공개했다가 삭제한 일도 있다.
디지털교도소 방문자가 하루 평균 약 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사법부가 성범죄에 대해 신상공개를 소극적으로 하고 처벌도 솜방망이로 하는 등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A씨처럼 무분별한 정보 공개로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죽음까지 부른 디지털교도소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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